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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주님의 말씀은 행불행에 대한 가르침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마태오 복음에도 행복에 대한 가르침이 있는데

이것이 진복팔단 또는 산상수훈이라고 일컬어지며 우리에게 더 친숙합니다.

 

그런데 같은 행복에 대한 가르침이지만 마태오 복음의 가르침과

오늘 루카 복음의 가르침 사이에 차이점이 많이 있는데 저는

오늘 그중에서도 두 가지 차이점에 더 주목을 하고 싶습니다.

 

오늘 얘기하고 싶은 두 가지 차이점이란

루카 복음은 행복과 불행을 함께 말씀하신다는 점이 하나이고

마태오 복음이 '그들' 곧 일반 대중에게 말씀하신 것에 비해

루카 복음은 '너희' 곧 제자들에게 말씀하신 것이 다른 하나입니다.

이것을 놓고 볼 때 주님께서는 마태오 복음의 '그들'이 아닌 바로 우리에게

'너희 지금 행복하니? 혹시 불행하지는 않니?'하고 질문하시는 것 같습니다.

 

이런 질문을 받은 우리는 어떻습니까?

나는 지금 행복하고, 행복하다고 답할 자신이 있습니까?

아니면 불행하다고 솔직히 얘기할 수 있겠습니까?

 

이런 난처한 질문을 받을 때 흔히 취하는 태도가 '전략적 모호함',

행복하긴 하지만 참으로 행복하다 할 수는 없고, 불행하지 않은 정도의

행복이라고 답하는 것인데 오늘 주님께서는 이런 우리에게

이것은 행복이고, 저것은 불행이라고 아주 명확하게 말씀하십니다.

 

그런데 우리는 행불행과 관련하여 왜 이런 모호한 입장을 취하는 것입니까?

'나는 지금 행복하지 않다.',

'더 솔직히 말하면 불행하다.'고 말할 자신이 없기 때문은 아닙니까?

 

'나는 정말로 행복하다.'고 답할 자신이 없다면 아마 그럴 겁니다.

그렇다면 왜 나는 지금 행복하지 않다고 말을 못하는지 이제 물어야 하는데

우리는 지금 묻고 있습니까? 묻지 못한다면 왜 묻지 못합니까?

불행하거나 행복하지 않은 자신과 마주할 용기가 없기 때문입니까?

 

그럴 겁니다. 그런데 행복하다고 말할 자신도 없고,

불행하거나 행복하지 않다고 말할 용기가 없는 이유는 또 무엇입니까?

이렇게 이유를 계속 파고 들어가다 보면 나의 행불행에 대해 묻지 않고

모호한 태도를 취하는 근본적 이유는 실패의 체험 때문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실패한 행복의 이유가 행복 욕심 때문임도 알게 됩니다.

제 생각에 우리 욕심 중에 제일 큰 것이 사랑 욕심과 행복 욕심입니다.

아니, 행복 욕심은 모든 욕심의 종합이고, 사랑 욕심도

행복 욕심의 일부이기에 행복 욕심이 제일 크다고 할 수 있지요.

 

아무튼, 행복 욕심은 행복을 추구하지 않고 욕심의 대상으로 삼은 것입니다.

그런데 행복이 욕심의 대상이 되면 ''에 집착하게 되겠지요?

지금 행복한데도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더 행복해야만 된다고 합니다.

 

추구와 욕심의 차이가 바로 이것입니다.

추구하면 지금의 행복을 인정하고 누리면서 더 완전한 행복에로 나아가지만

욕심을 부리면 지금보다 더 행복한 것에 집착을 하기에

지금 나의 행복을 보지도 누리지도 못하여 오히려 불행해지지요.

 

그래서 이런 실패의 체험 때문에 '꼭 더 있어야 해?

이 정도로 만족하자'는 타협적 지혜가 나오는 것인데

오늘 주님께서는 이 행복으로도 만족해야 하지만

더 완전한 하느님 나라의 행복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씀하시는 겁니다.

 

우리는 현재적 행복과 초월적 행복을 모두 살 수 있어야겠습니다.

지금 행복하면서도 미래에 더 행복하고, 더 완전한 행복을 말입니다.

그것이 지금 여기서 시작되고 미래에 완성될 하느님 나라의 행복입니다.

 

오늘 바오로 사도가 종말을 생각하며 "이제부터 아내가 있는 사람은 아내가

없는 사람처럼, 기뻐하는 사람은 기뻐하지 않는 사람처럼, 우는 사람은 울지

않는 사람처럼 사십시오."라고 말하는 것도 바로 이런 초월적인 행복을

살라고 하는 것이 아닐까 깊이 성찰하게 되는 오늘 우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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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file image
    홈페이지 풀밭 2020.09.11 07:11:39
    ~ㅎㅎ신부님~그러셨군요
    때때로 저도 매일 복음쓰기에서 묵상을 올릴 때 그런 실수를 가끔 한답니다
    다시 생각해서 그대로 쓴다 해도 먼저 것만 못하게 생각이 되어요~^^
    그래도 오늘 강론 행불행에 대한 신부님의 '전략적 모호함'에 대한 말씀 많이 와 닿습니다.
    신부님, 감사합니다. 문제 빨리 끝내시고 곧 뵈어요~
  • profile image
    홈페이지 성체순례자 2020.09.09 06:22:45
    신부님의 말씀을 같은 전례시기에는 어떻게 묵상하고
    강론하셨는지 비교하면 더욱 풍성한 내용을 알 수 있으리라는
    생각으로 올립니다.^♡^
  • profile image
    홈페이지 성체순례자 2020.09.09 06:13:13
    19년 연중 제23주간 수요일
    (만족과 행복의 관계)
    http://www.ofmkorea.org/262742

    18년 연중 제23주간 수요일
    (완료형의 행복은 불행이다.)
    http://www.ofmkorea.org/146870

    16년 연중 제23주간 수요일
    (여기에 불행을 막고 행복해지는 길이 있다.)
    http://www.ofmkorea.org/93236

    15년 연중 제23주간 수요일
    (미래가 없는 사람)
    http://www.ofmkorea.org/82340

    14년 연중 제23주간 수요일
    (불행 불감증)
    http://www.ofmkorea.org/65232

    13년 연중 제23주간 수요일
    (완료형 행복)
    http://www.ofmkorea.org/56100

    12년 연중 제23주간 수요일
    (불행치 않으면 행복할까?)
    http://www.ofmkorea.org/38765

    11년 연중 제23주간 수요일
    (욕망과 희망 사이의 허망)
    http://www.ofmkorea.org/5269

    09년 연중 제23주간 수요일
    (불행하지 않는 행복, 행복하지 않는 불행?)
    http://www.ofmkorea.org/3075

    08년 연중 제23주간 수요일
    (그 어떤 것이든!)
    http://www.ofmkorea.org/1644
  • 홈페이지 김레오나르도김찬선 2020.09.09 05:23:56
    오늘 너무 어처구니 없게도 강론 쓴 것을 실수로 날려버리고 다시 썼습니다. 그러데 놓친 고기가 더 큰 것과 같은 심리 때문인지 '먼저 쓴 것이 훨씬 좋은데'라는아쉬움이 있습니다. 저의 실수인지, 성령의 역사인지!
    이것은 그냥 제가 너무 한심해서 넋두리 한 것이고, 정작 말씀드리고자 한 것은 앞으로 3일, 어쩌면 5일 강론을 올릴 수 없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문제 없으면 토요일, 문제 있으면 다음 주 월요일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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