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조회 수 1090 추천 수 0 댓글 2
매일미사 말씀 보기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No Attached Image

"허무로다, 허무! 코헬렛이 말한다. 허무로다, 허무! 모든 것이 허무로다!

태양 아래에서 애쓰는 모든 노고가 사람에게 무슨 보람이 있으랴?

한 세대가 가고 또 한 세대가 오지만 땅은 영원히 그대로다."

 

저는 고독과 함께 허무도 얼마간 즐기는 사람입니다.

어떤 때는 허무 예찬가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옛날부터 코헬렛서-옛날에는 전도서라고 했음-를 좋아했고,

코헬렛서 중에서도 오늘 우리가 들은 이 구절을 특히 좋아합니다.

 

며칠 전 어떤 분과 얘기를 나누다가 뜨는 해와 지는 해에 대한 얘기를

나눴는데 그분이 당신은 해뜰 때보다 해질 때가 더 아름답다고 하셨지요.

그때 아무 대구를 하지 않았지만 저도 해질 때를 더 좋아하는 편입니다.

 

그것은 봄철 피어나는 꽃들의 아름다움도 아름답지만

가을철 지면서도 아름다운 단풍의 아름다움도 아름답고,

생기 넘치는 아가씨도 아름답지만 흰 머리에 주름진 얼굴임에도

아름다운 아름다움이 더 아름다운 것과 같이

저무는 아름다움 또는 소멸의 아름다움이 제게는 더 아름답습니다.

 

그런데 정확하게 얘기하면 소멸의 아름다움이 아니라

저물어가고 소멸되어가는데도 아름다운 아름다움입니다.

그러니까 저물어가고 소멸되어가는 것을

싫어하고 슬퍼하고 두려워하는 소멸은 아름다운 소멸이 아닙니다.

 

우리는 어떤 때 내가 죽는 것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나만 죽는 것이 두렵거나 나만 죽기에 허무합니다.

 

나는 죽은데 다른 것들은 다 그대로 있고

오늘 코헬렛서의 말대로 한 세대가 가고 한 세대가 오지만

태양은 여전히 뜨고지고 땅도 영원히 그대로이기에

나 혼자 이 세상에서 퇴장하는 것이 쓸쓸하고 허무한 것입니다.

 

아무도 나와 함께 같이 죽어주지 않고,

아무도 나 대신 죽어줄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그럴 거라고 기대하고 믿어왔다면

그렇게 믿어온 나의 삶이 허무할 것이고 허무해야 합니다.

 

내가 죽는다고 이 땅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내가 죽는다고 누가 같이 죽어주지 않습니다.

 

아름다운 소멸은 이런 소멸을 직면한 소멸입니다.

이런 직면을 통해서 혼자 이 세상에서 퇴장하는 것이

쓸쓸하지도 허무하지도 싫지도 두렵지도 않게 된 소멸입니다

 

직면을 통해서 뭘 얻었고 어떤 경지에 이르렀기에?

 

내가 죽어도 사라지지 않고,

세상이 사라져도 사라지지 않는 영원한 사랑을 얻었을 때,

우리는 고독하지도 허무하지도 두렵지도 않는

담담한 가운데서 이 세상을 퇴장할 수 있지 않을까요?

 

서비스 선택
<-클릭 로그인해주세요.
댓글
?
Powered by SocialXE

  • profile image
    홈페이지 성체순례자 2020.09.24 07:07:18
    신부님의 말씀을 같은 전례시기에는 어떻게 묵상하고
    강론하셨는지 비교하면 더욱 풍성한 내용을 알 수 있으리라는
    생각으로 올립니다.^♡^
  • profile image
    홈페이지 성체순례자 2020.09.24 07:06:38
    18년 연중 제25주간 목요일
    (영원 앞의 허무)
    http://www.ofmkorea.org/152120

    16년 연중 제25주간 목요일
    (허무에서 발견하는 하느님)
    http://www.ofmkorea.org/93917

    15년 연중 제25주간 목요일
    (어떤 일에도 당황하지 않으려면)
    http://www.ofmkorea.org/82836

    14년 연중 제25주간 목요일
    (호기심과 관심)
    http://www.ofmkorea.org/65505

    13년 연중 제25주간 목요일
    (새로운 출발의 성사)
    http://www.ofmkorea.org/56423

    12년 연중 제25주간 목요일
    (감정의 과잉 이입)
    http://www.ofmkorea.org/40452

    11년 연중 제25주간 목요일
    (심심풀이 땅콩, 예수님)
    http://www.ofmkorea.org/5290

    10년 연중 제25주간 목요일
    (허무와 친해지기)
    http://www.ofmkorea.org/4393

    09년 연중 제25주간 목요일
    (호기심과 관심)
    http://www.ofmkorea.org/3134

    08년 연중 제25주간 목요일
    (허무한 관심)
    http://www.ofmkorea.org/1672

말씀 나눔

매일미사 독서와 복음, 그리고 성 프란치스코의 글 묵상나눔

  1. No Image 18Oct

    민족들의 복음화를 위한 주일-복음이 민족에 갇혀서는 안 되기에

    민족들의 복음화를 위해 기도하는 날인 오늘 민족주의자인 제가 이 강론을 하는 것이 어울리는지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그래도 많이 나아졌지만 옛날의 저는 국수주의에 가까울 정도로 민족주의가 강해서 우리나라와 우리 민족만 생각했고, 그만큼 다른 나...
    Date2020.10.18 Category말씀나누기 By김레오나르도 Reply2 Views707
    Read More
  2. No Image 18Oct

    2020년 10월 18일 연중 제29주일-터키 에페소 기도의집

    2020년 10월 18일 연중 제29주일 오늘은 연중 제 29주일이자 민족들의 복음화(전교)주일입니다. 복음화'란 말과 '선교' 혹은 '전교'라는 말은 같은 의미의 말은 아니지만 교회는 10월 마지막 주일의 앞주일을 민족들의 복음화를 위한 미사를 봉헌하면서 전교주...
    Date2020.10.18 Category말씀나누기 By고도미니코 Reply0 Views242
    Read More
  3. 17Oct

    10월 17일

    2020년 10월 17일 안티오키아의 성 이냐시오 주교 순교자 기념일 - http://altaban.egloos.com/2243500
    Date2020.10.17 Category말씀나누기 By오바오로 Reply0 Views281 file
    Read More
  4. No Image 17Oct

    연중 28주 토요일-기도한다면 이렇게

    오늘 독서와 복음에서 일치되는 것은 '알게 되/하는 것'입니다. 복음에서는 때가 되면 하느님께서 알게 해 주실 것이고, 그럼으로써 증언해야 할 때 주님을 안다고 증언해야 함을 얘기합니다.   "너희가 해야 할 말을 성령께서 그때에 알려 주실 것이다...
    Date2020.10.17 Category말씀나누기 By김레오나르도 Reply2 Views1034
    Read More
  5. 16Oct

    10월 16일

    2020년 10월 16일 연중 제28주간 금요일 - http://altaban.egloos.com/2243483
    Date2020.10.16 Category말씀나누기 By오바오로 Reply0 Views300 file
    Read More
  6. No Image 16Oct

    연중 28주 금요일-조심해야 할 것과 두려워해야 할 것

    오늘 주님께서는 조심과 두려움에 대해 제자들에게 가르쳐주십니다. 어제까지 바리사이와 율법 학자들에게 "너희는 불행하다."고 하시고, 오늘은 그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가르침이랄지 지침을 주시는 겁니다.   우선 바리사이를 조심하라고 하시는데...
    Date2020.10.16 Category말씀나누기 By김레오나르도 Reply2 Views989
    Read More
  7. 15Oct

    10월 15일

    2020년 10월 15일 예수의 성녀 데레사 동정 학자 기념일 - http://altaban.egloos.com/2243469
    Date2020.10.15 Category말씀나누기 By오바오로 Reply0 Views279 file
    Read More
  8. No Image 15Oct

    연중 28주 목요일-지지리도 복이 없는 자, 복을 걷어차는 자

    의도하고 오늘 독서와 복음을 배치한 것은 아니겠지만 오늘 독서와 복음은 분위가 정반대입니다. 오늘의 독서 에페소서는 은총, 평화, 복을 얘기하는 데 비해 오늘 복음은 어제에 이어 "너희는 불행하여라!"의 연속입니다.   그리고 그 대조는 율법 학자...
    Date2020.10.15 Category말씀나누기 By김레오나르도 Reply2 Views967
    Read More
  9. 14Oct

    10월 14일

    2020년 10월 14일 연중 제28주간 수요일 - http://altaban.egloos.com/2243459
    Date2020.10.14 Category말씀나누기 By오바오로 Reply0 Views273 file
    Read More
  10. No Image 14Oct

    연중 28주 수요일-위선에다 위애까지 하는 나

    요즘 제 얘기를 많이 해서 죄송한데 오늘도 제 얘기를 하고자 합니다. 한 20년 전까지만 해도 제가 고백성사 볼 때 제일 많이 본 죄는 저의 독선과 위선에 대한 것입니다.   독선이란 나 혼자만 선하다는 뜻이지만 더 정확히 얘기하면 이것은 다른 사...
    Date2020.10.14 Category말씀나누기 By김레오나르도 Reply2 Views916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 321 322 323 324 325 326 327 328 329 330 ... 735 Next ›
/ 73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