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무렵 예수님께서는 기도하시려고 산으로 나가시어,
밤을 새우며 하느님께 기도하셨다.”
예수님께서는 열두 사도를 뽑으시기에 앞서 밤샘 기도를 하십니다.
기도하시는 예수님을 자주 얘기하는 것은 루카복음의 특징이기는 하지만
열두 사도를 뽑기 위해 밤샘 기도를 하십니다.
열두 사도를 뽑는다는 것은 참으로 중요한 일이지요.
이스라엘의 열두 지파의 대표를 뽑는 것이고,
그러니까 교회의 기둥을 뽑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이때의 기도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너무 고민스러워 기도를 하신 것인가요?
여러 제자들 중 누구를 뽑을까,
유다 이스카리옷도 뽑을까,
이런 인간적인 걱정을 하며 기도를 하셨을까요?
그렇다면 그것은 기도일까요, 아니면 고민일까요?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기도와 고민의 차이는 걱정되는 것을 가지고 혼자 씨름하면 고민이고
그것을 하느님께 여쭈면 기도입니다.
한 인간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는 많은 경우
기도와 고민을 백지장 한 장 차이로 왔다 갔다 합니다.
말하자면 고뇌를 하다가 기도를 하다가 하는 것이지요.
고뇌를 하지 아니 하고 기도만 하는 인간 나오라고 하면 없을 것이고,
기도보다 고뇌를 더 많이 하는 것이 보통의 인간입니다.
그렇다면 예수님께서 밤을 새워 기도를 하셨다고 하는데
주님도 우리처럼 고뇌를 하다 기도를 하다 밤을 새우신 것은 아닐까요?
그렇지 않습니까?
기도에 몰두하셨다면 금방 답이 나왔을 것이고
사도를 뽑기 위해 밤까지 세우실 필요가 뭐 있었겠습니까?
그러니 밤을 새워 주님께서 기도하신 것은
제자들에게 기도의 모범을 보이시기 위함이라고 얘기할 수도 있지만
저는 예수님도 인간이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저는 말하고 싶습니다.
저는 생각합니다.
밤을 새워 기도하시며 사도들을 뽑는 것은 루카복음에만 나오는데
루카복음사가가 저와 같은 생각을 하였기 때문이라고 말입니다.
저처럼 믿음이 부족한 이방인을 대상으로 복음을 쓴 루카 복음사가가
초월적인 예수님보다
인간적인 면모의 예수님을 보여주고 싶었을 거라 저는 생각해봅니다.
겟세마니에서 아버지의 뜻을 받들기 위해
피땀을 흘리며 밤을 새워 기도하신 주님을 우리는 여기서도 봅니다.
늘 고뇌하다 지쳐기도하는 저를 받아주심 감사드립니다.
늘 새로운 생명의 말씀 감사드립니다.신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