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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 4주 토요일-2015

 

정의롭게 판단하시고, 마음과 속을 떠보시는 만군의 주님,

당신께 제 송사를 맡겨 드렸으니,

당신께서 저들에게 복수하시는 것을 보게 해주소서.”

 

보지는 않았지만 전에 영화 광고를 본 적이 있습니다.

복수는 나의 것이라는 영화였지요.

그런데 복수는 하느님의 것입니다.

 

아니 복수는 하느님 거라고 믿는 것이 우리 믿음이고,

그래서 신앙인이라면 복수는 하느님께 맡겨야 합니다.

 

우리의 기도에는 여러 가지 기도가 있습니다.

청원기도,

찬미기도,

흠숭기도,

감사기도,

탄원기도,

축복기도 등이 우리가 하는 기도입니다.

 

이런 기도는 우리가 할 수 있고 해야 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저주의 기도는 하지 말아야 한다고 우리는 보통 생각하는데,

그런데 오늘 예레미야의 기도를 보면 저주의 기도도 할 수 있네요.

 

염병을 앓을 놈.

벼락 맞아 뒈져라.

다리 몽둥이나 부러져라.

 

우리 욕에는 이처럼 직접적인 저주가 꽤 있습니다.

이렇게 직접적으로 욕을 퍼부으면 속이 시원할 때도 있지요.

그러나 그것은 그야말로 욕일 뿐 기도가 되지 못합니다.

 

신자들이라면 이럴 때도 기도로 승화시킬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럼으로써 내 손에 피 묻히지 않고 복수하는 것이요,

기도도 하고 복수도 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우리 중에는 어떻게 그런 저주의 기도를 바치느냐고,

그래도 되느냐고 주저하며 차마 못하는 분들이 있을 겁니다.

나의 입으로는 고상한 기도만 바쳐야 한다는 생각인 거지요.

 

그러나 고상한 기도만 바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내 안에 억울함과 분노가 가득할 때 축복의 기도를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기도 하고 어쩌면 위선일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나 자신에 솔직하면서도 하느님을 믿어야 합니다.

정말 의지적 사랑으로 저주 대신 축복의 기도를 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하느님 앞에서까지 고상한 척하지는 말아야 하고,

하느님께 대한 믿음으로 저주의 기도를 바쳐도 됩니다.

 

단죄하고 벌을 내리실지 말지는 하느님께서 알아서 하시리라 믿고,

그리고 언제, 어떤 벌을 내리실 지에 대해서도 하느님께 맡기고,

나는 저주의 기도로 저주를 내 안에서 치워버리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저주의 기도로 내 안에 있는 저주의 쓰레기를

하느님이라는 쓰레기통에 완전히 버리는 것입니다.

이렇게라도 내 안에서 저주를 내려놓을 수 있다면

하느님께서는 기꺼이 쓰레기통이 되어주실 거라고 믿는 겁니다.

 

하느님은 진정 통 큰 하느님이시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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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file image
    홈페이지 용서받은죄인 2021.03.20 05:36:09
    신부님의 말씀을 같은 전례시기에는 어떻게 묵상하고
    강론하셨는지 비교하면 더욱 풍성한 내용을 알 수 있으리라는
    생각으로 올립니다.^♡^
  • profile image
    홈페이지 용서받은죄인 2021.03.20 05:34:54
    20년 사순 제4주간 토요일
    (하느님을 믿지 않고 이용하는)
    http://www.ofmkorea.org/331344

    19년 사순 제4주간 토요일
    (복수는 하느님의 것)
    http://www.ofmkorea.org/205709

    18년 사순 제4주간 토요일
    (아무리 사랑이 좋다 해도)
    http://www.ofmkorea.org/119473

    17년 사순 제4주간 토요일
    (꽃이 화병에만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듯)
    http://www.ofmkorea.org/101049

    16년 사순 제4주간 토요일
    (성경도 하느님을 가둘 수 없다.)
    http://www.ofmkorea.org/87676

    15년 사순 제4주간 토요일
    (저주의 기도)
    http://www.ofmkorea.org/76187

    14년 사순 제4주간 토요일
    (주님을 단정하고 가두는 잘못)
    http://www.ofmkorea.org/61286

    13년 사순 제4주간 토요일
    (판단은 다 나쁜가?)
    http://www.ofmkorea.org/52004

    12년 사순 제4주간 토요일
    (제 꾀에 제가 속다!)
    http://www.ofmkorea.org/5658

    11년 사순 제4주간 토요일
    (걸림돌인가, 디딤돌인가?)
    http://www.ofmkorea.org/5033

    10년 사순 제4주간 토요일
    (지독한 독선과 교만)
    http://www.ofmkorea.org/3805

    09년 사순 제4주간 토요일
    (언제나 볼는지!)
    http://www.ofmkorea.org/2309

    08년 사순 제4주간 토요일
    (어린양은)
    http://www.ofmkorea.org/930
  • 홈페이지 김레오나르도김찬선 2021.03.20 03:58:15
    요즘 제가 제정신이 아닙니다. 눈치 채신 분이 있으시겠지만, 어제 성 요셉 대축인데 사순 4주 금요일 강론을 제가 올렸잖습니까? 요셉 대축일 미사를 아침에 드리고도 알아채지 못한 것입니다. 그리고 시간이 한참 지난 뒤에야 제가 잘못 올린 것을 알았습니다. 이것을 알아채지 못한 분이 계시다면 저처럼 정신이 없으신 겁니다. 아무튼, 죄송합니다. 이런 실수 다시 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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