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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드레 뒤에 제자들이 다시 집 안에 모여 있었는데 토마스도 그들과 함께 있었다.

문이 다 잠겨 있었는데도 예수님께서 오시어 가운데에 서시며,

'평화가 너희와 함께!' 하고 말씀하셨다."

 

오늘 복음의 토마스 사도를 보며 열등감에 대한 생각을 해봤습니다.

사람은 거의 예외없이 나름의 열등감을 가지고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어렸을 때는 키나 외모의 열등감을 가지기도 하고,

공부나 노래를 잘못하는 것 때문에 열등감을 가지기도 하며,

집안 때문에 열등감을 가지기도 하는데 그 모든 열등감 중에서

영적인 열등감이 가장 딱하고 안타깝지 않을까 저는 생각합니다.

 

영성 강의를 다른 사람은 다 알아듣는데 나만 못 알아들으면 얼마나 안타깝고,

모두 하느님 체험을 하였는데 나만 하느님 체험이 없다면 얼마나 안타깝겠습니까?

 

오늘 복음의 토마스 사도의 경우는 더 안타까울 것입니다.

다른 제자들이 다 만난 부활의 주님을 자기가 만나지 못했으니

같은 제자로서 그 열등감과 그 안타까움이 너무도 컸을 겁니다.

 

요한 복음에 나타난 토마스 사도는 세련되고 노련한 사도는 아닌 것 같습니다.

자기의 감정이나 약점을 노련하게 감추거나 숨기는 사도가 못 되는 것 같습니다.

 

제자들을 위한 자리를 마련하려 아버지께로 간다고 주님께서 말씀하셨을 때

다른 제자들도 그 뜻이 무엇인지 몰랐을 테지만 그것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데

토마스 사도가 나서서 "주님, 저희는 주님께서 어디로 가시는지 알지도 못하는데,
어떻게 그 길을 알 수 있겠습니까?"라고 자기의 모름을 그대로 드러냅니다.

 

그런가 하면 죽이려 들지도 모르니 주님께서 병든 라자로가 있는 유다로 가시지

말라고 말리는 제자들에게 "우리도 스승님과 함께 죽으러 갑시다."하고 말합니다.

 

이런 것을 보면 토마스 사도는 자기 속 마음을 숨기는 사람이 아니고,

잘 모르면서도 어물쩡 넘어가는 사람이 못 됩니다.

 

그런 그이기에 주님 부활에 대한 의심도 숨기지 않고 드러냅니다.

그러니 우리는 이것이 주님을 믿지 않겠다는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합니다.

그는 믿고 싶은 것이고 다른 제자와 마찬가지로 주님을 만나고 싶습니다.

 

두 눈으로 보고, 두 손으로 그 상처를 만져 보고 싶습니다.

믿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더 확실히 믿고 싶은 거라면

이것이 나쁜 겁니까? 왜 나쁩니까? 나쁘지 않습니다.

 

끝까지 의심하지도 않고 그래서 확고히 믿지 못하는데도

대충 믿으며 어물쩡 넘어가는 우리 믿음보다 낫습니다.

그래서 불교에서는 큰 깨달음을 위해 큰 의심을 하라고 하지요.

 

아무튼, 토마스 사도는 자신의 불신을 숨기지 않고 또 영적 열등감도 감추지 않고

주님의 부활을 믿지 못하는 자기의 불신을 그대로 드러내고

주님께서는 주님을 눈으로 꼭 보고 싶어하는 그의 열망과 소원을 들어주십니다.

 

제 생각에 다른 제자들과 토마스 사도 간의 여드레 부활 체험의 차이는

영적인 열등감의 원인이기도 하지만 영적인 열망의 원인이기도 합니다.

심리학에서도 열등감이 꼭 나쁜 것이 아니라고 하는데

그것은 열등감은 성장과 열망의 표시이기 때문이지요.

 

이렇게 늦되었지만 토마스는 주님의 부활을 믿게 되었고

그래서 이제 더 이상 제자들의 공동체 밖에 있지 않고

완전한 공동체의 일원이 되었습니다.

 

오늘 사도행전은 이제 아무런 이탈자 없이

똘똘 뭉친 공동체로서 복음을 선포하는 모습을 이렇게 소개합니다.

 

"사도들은 모두 한마음으로 솔로몬 주랑에 모이곤 하였다.

다른 사람들은 아무도 감히 그들 가운데에 끼어들지 못하였다.

백성은 그들을 존경하여 주님을 믿는 남녀 신자들의 무리가 더욱더 늘어났다."

 

우리 공동체에도 토마스 사도처럼 영적으로 늦된 사람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들에게는 공동체와 완전히 합류하기 위한 여드레가 필요합니다.

여드레는 그들이 합류하기까지 그들을 위해 공동체가 기도하는 기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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