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주님께서는 모든 것을 아십니다.
제가 주님을 사랑하는 줄을 주님께서는 알고 계십니다."
오늘 복음의 베드로가 매우 사랑이 가고 본을 받고 싶습니다.
깊어진 그의 내면을 볼 수 있어서입니다.
매우 조심스럽고 겸손하면서도 진실합니다.
이전의 즉흥적이고 자신만만한 면은 보이지 않습니다.
이전의 베드로는 다분히 즉흥적이고 자신만만한 면이 있었습니다.
수난의 때에 주님을 위해 자기 목숨을 바치겠다고 하고
주님을 잡으러 오자 칼을 빼서 병사의 귀를 베기도 했잖습니까?
하지만 그것은 순간적인 객기였습니다.
사랑이 아니었다거나 사랑이 없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러나 너 나를 사랑하느냐는 질문을 주님으로부터 받는 지금은
그때보다는 거짓 열정이라는 거품이 빠진 진실한 사랑일 겁니다.
그래서 자신의 사랑 정도를 아는 그는 이제 사랑한다고 자기 입으로는 할 수 없고
자신을 속속들이 아시는 분이시니 주님께서 다 아시고 잘 아시지 않냐고 답합니다.
사실 주님은 내가 나를 아는 것보다 나를 더 잘 아십니다.
그러니 주님 앞에서 우리는 겸손할 수밖에 없고,
특히 주님의 사랑 앞에서 우리의 사랑에 대해 겸손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나를 아시는 주님 앞에서 겸손하다면
그리고 나의 사랑 정도를 아는 겸손이 있다면 좌절할 필요는 없습니다.
비록 부족하여도 사랑하겠다는 의지만 있으면 됩니다.
주님께서 원하시고 그래서 사랑하냐고 물으시는 것은
현재 우리 사랑의 양이 아니라 의지를 물으시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제가 고백 성사를 볼 때마다 다시 사랑을 시작하겠다고 다짐하고
다른 분에게 고백 성사를 줄 때도 다시 사랑을 시작하라는 보속을 드립니다.
주님께서 원하시는 사랑은 많고 큰 사랑이 아니라 진실한 사랑이고,
과거 완료적인 사랑이 아니라 '다시 시작하는 사랑'임을 묵상하는 오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