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께서 열두 제자를 부르시어 둘씩 짝지어 파견하기 시작하셨다.
그러면서 길을 떠날 때에 지팡이 외에는 아무것도,
빵도 여행 보따리도 전대에 돈도 가져가지 말라고 명령하셨다.”
예수님께서는 이제 열두 제자를 파견하십니다.
파견하신다는 것은 당신이 함께 가시는 게 아니라는 얘깁니다.
우리 인간 같으면 늘 데리고 다니거나 같이 다니다가
자식을 혼자 보낼라치면 길 떠날 준비를 단단히 해서 보내지요.
그리고 보낼 곳에 연락을 미리 취해 부탁까지 단단히 하지요.
제가 종종 느끼는 것이 있는데, 그것이 뭐냐 하면
요즘 젊은이들은 많은 것을 스스로 하지 못하고
부모들이 다 알아서 해주고 대신 해준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성소피정을 할라치면 부모들이
언제 하고, 어디서 하고, 어떤 내용으로 하는지 다 알아보고
준비물이며 모든 것을 다 챙겨서 보냅니다.
그런데 우리의 주님께서는 당신 없이 보내시면서
오히려 아무 것도 지니지 말고 가라고 하십니다.
마치 사랑 없는 의부 같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주님의 사랑을 믿기에
이렇게 보내시는 주님의 사랑이 어떤 사랑인지 생각해봅니다.
제가 미국에서 살 때 그곳에 이민 온 다양한 분들을 만났습니다.
그곳에 성공적으로 정착한 사람들은 둘 중의 하나로
많이 가지고 온 사람이거나 아예 아무 것도 아니 가지고 온 사람이었습니다.
웬만큼 가지고 온 사람은 가지고 온 것을 다 잃고 난 뒤에야
밑바닥에서부터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주님께서 제자들을 아무 것도 지니지 않고 파견하시는 것도
이런 뜻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복음은 가지고 있는 것으로 선포하는 게 아니라
하느님 은총으로 선포하는 것이기에
진정 아무 것도 없이 선포해야 합니다.
무엇 조금 가지고 있으면 하느님께 모든 것을 의탁하지 않고
그것에 의지하기 쉽기 때문이고,
아무 것도 없이 복음을 선포해야 하느님께 완전히 의탁할 뿐 아니라
하느님의 은총이 크게 체험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복음을 선포하는 사람은 어깨에 힘을 빼야 합니다.
내가 복음을 전하다고 생각하거나
내 힘으로 전한다고 생각해선 아니 될 것입니다.
하느님의 복음은 하느님께서 전하는 것이지 내가 전하는 게 아닙니다.
하느님의 복음을 선포하려는 열망을 내가 가져야 하지만
그 열망은 나의 열망이 아니라 성령의 열망이어야 하고
그 능력도 나의 능력이 아니라 성령의 능력이어야 하며
무엇보다도 그 주체가 내가 아니라 성령이어야 합니다.
그래서 주님께서도 말씀하셨지요.
“말하는 것은 너희가 아니라 너희 안에서 말씀하시는 성령이시다.”
주님께서는 아무 것도 아니 가지게 하시되
당신의 성령을 주시어 아무 것도 필요 없게 하십니다.
그런데 문제는 아무 것도 없으니 성령께 완전히 의탁하게 되고,
성령께 의탁하니 아무 것도 필요 없다는 것을 한 번 체험하는 것입니다.
이런 체험을 한 번이라도 진하게 한다면
우리는 진정 아무 것도 가지지 않고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체험을 하라고 오늘 주님은 사도들을 빈손파견을 하시는 게 아닐까요?
주님께서 이루어 주심을 굳세게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