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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께서는 많은 군중을 보시고 가엾은 마음이 드셨다.

그들이 목자 없는 양들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기 시작하셨다."

 

제가 어렸을 때 대부분 집안에 우환이 있는 것과 같은 고통은 아니더라도

서러움 같은 것이 있었는데 가난의 서러움과 배우지 못한 서러움이었지요.

아주 부잣집이 아닌 한 두 가지 서러움이 대부분 같이 있었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어떤 집은 가난하니 공부하지 말고 일하라는 부모가 있는가 하면

어떤 집은 아무리 가난하고 그래서 굶주려도 어떻게 해서든지

공부를 시키는 부모가 있었지요.

 

특히 농번기가 되면 자식을 공부시키려는 부모는 아무리 바빠도 학교 가게 하지만,

일을 시키려는 부모는 이렇게 바쁜데 무슨 공부냐고 학교를 가지 못하게 했지요.

 

그래서 공부를 정말 하고 싶어 한 자식들은 이런 부모 때문에 서러움이 더 컸고,

부모가 공부시키지 않으면 내가 벌어서라도 공부하겠다며 무작정 상경하곤 했지요.

 

지금 여러분이 생각하면 어떤 것이 더 서러움이고 어떤 것이 더 가여움입니까?

가난한 것이 더 가엾고 서럽습니까? 못 배운 것이 더 가엾고 서럽습니까?

 

그런데 오늘 복음을 보면 주님께서는 가엾은 마음이 드셔서

군중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주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오늘 복음에서는 빠져 있지만 이어지는 마르코복음을 보면,

주님께서 군중을 배불리 먹이시는 내용이 이어서 나오지요.

 

그러니까 주님께서는 둘 다 가엾게 보셨지만,

굶주린 군중보다 목자들로부터 마땅히 받아야 할 가르침을 받지 못한 군중이

더 가여웠고, 그래서 많은 것을 가르쳐 주셨던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에서 군중이 목자 없는 양과 같았다는 것은 어떤 뜻입니까?

군중은 가방끈이 짧았고 지도자들 가운데는 참스승이 없었으며,

그래서 주님께서 많은 것을 주셨다는 뜻입니까?

그리고 주님께서 많이 가르쳐주셨다고 했는데 지식을 많이 가르쳐주셨을까요?

 

목자가 없다는 것은, 지식을 많이 넣어주는 스승이 없다는 것과 다른 뜻입니다.

목자가 없다는 것은, 지식보다는 지혜를 넣어줄 스승이 없다는 뜻일 것이고,

지혜도 세상 지혜가 아니라 하느님 나라의 지혜일 것입니다.

 

사실 스승도 이끄는 존재지만

목자는 양 떼를 생명의 땅 곧 푸른 풀밭으로 인도하는 존재지요.

 

그러니까 주님께서 많은 것을 가르쳐주신 것의 의미는,

군중을 배불리 먹여 육신 생명을 잘 살게 하는 것보다

영원한 생명의 하느님 나라를 알려주시고 그곳으로 인도하시고자 함이지요.

 

그러니 우리가 주님의 기도를 바치며 일용할 양식을 달라고 청할 때도

육신의 양식만이 아니라 마음의 양식도 청하고,

마음의 양식을 청하는 것도 좋지만, 영혼의 양식을 주십사고 청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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