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워하지 마라. 가서 내 형제들에게 갈릴래아로 가라고 전하여라.
그들은 거기에서 나를 보게 될 것이다.”
루카와 요한의 복음과 달리 마르코와 마태오의 복음은
부활하신 주님을 뵙게 될 곳은 갈릴래아라고 하고,
그래서 부활의 주님을 뵈려면 갈릴래아로 가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지금 제자들이 있는 곳, 예루살렘은
부활의 주님은 계시지 않고 돌아가신 주님이 계신 곳이 되겠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니 문득 내가 지금 있는 곳은 예루살렘일까, 갈릴래아일까,
돌아가신 주님이 계신 곳일까,
부활하신 주님이 계신 곳일까에 생각이 미쳤습니다.
예루살렘, 그곳은 참으로 역설적이고 불쌍한 곳입니다.
평화의 도시라는 뜻과는 정 반대로 평화가 전혀 없는 곳,
권력을 둘러싼 비리와 음모와 죽음은 있지만 사랑이 없는 곳,
그래서 예수님께서도 보시고 눈물을 흘리시고 당신도 돌아가신 곳,
그래서 지금의 우리도 주님 돌아가신 현장을 보기 위해서나 가는 곳입니다.
솔직히 저는 이스라엘을 몇 번 갔어도
갈릴래아는 또 가고 싶지만 예루살렘은 정말 가기 싫습니다.
예루살렘은 주님께서 돌아가신 곳이니 아니 갈 수 없어 가지만
“이래서 예수님께서 돌아가실 수밖에 없었구나!”하는 점만
눈으로 확인하고 돌아올 것이 뻔하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살아계신 주님께서 계신 곳은 주님을 죽여버린 사람들이 모여 있고,
오늘 복음에서처럼 주님 부활을 덮으려고
음모를 꾸미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그런 곳이 아닙니다.
살아계신 주님께서 계신 곳은
권력과 부가 힘을 쓰고 음모와 살의가 설치는 예루살렘이 아니라
병자와 가난한 자가 있고 사랑과 치유가 이루어지는 갈릴래아입니다.
그러므로 오늘 저는 우리 공동체가 갈릴래아 공동체이기를,
권력과 음모에 의해 살해당한 주님께서
하느님 사랑의 사랑으로 우리 공동체 안에서만은 다시 살아나는
그런 부활의 공동체이기를 주님 부활 축일을 맞이하여 희망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