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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레오나르도 2013.04.03 05:04

영의 눈을 멀게 하는 절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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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눈이 가리어 그분을 알아보지 못하였다.”

“그들의 눈이 열려 예수님을 알아보았다.”

 

오늘 복음은 엠마오로 가는 제자들의 얘기입니다.

주님께서 이 제자들의 길에 동행을 하시지만

그들의 눈이 가리어 주님을 알아보지 못했다고 복음은 전합니다.

그러다가 빵을 떼어주실 때 눈이 열려 주님을 알아봤다고 합니다.

 

이때의 눈은 말할 것도 없이 영의 눈을 말하는 거지요.

영의 눈이 없으면 육신의 눈으로 아무리 봐도 알아보지 못합니다.

 

우선 우리가 처한 때를 알아보지 못합니다.

달리 말하면 지금 우리의 처지와

우리가 처한 시대 상황을 알아보지 못하는 겁니다.

 

지금이 죽어야 할 때인데 그 걸 잘못 알고 살려고 한다거나

생명의 때인데 그 걸 잘못 알고 절망하는 것이 그 예입니다.

 

제자들은 예수님께서 죽으시기 위해 예루살렘에 들어가셨는데

그때는 자기들이 예루살렘을 접수하러 가는 줄 잘못 알았습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 돌아가시자 이제 실패로 끝났다고 절망을 하며

제자들은 지금 뿔뿔이 흩어지고 그 중 둘은 엠마오로 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절망, 이것이 영의 눈을 멀게 하고,

반대로 영의 눈이 없기에 절망을 하는 겁니다.

 

집안에 갑자기 가장이 죽으면 절망스럽겠지요.

정말 막막하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 바로 이 때가 영께서 활동을 시작하고,

영의 눈이 열릴 때라는 것을 모르는 것입니다.

영의 눈이 열리지 않았기에

자기 혼자 어려움을 헤쳐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주님께서 동행하시는 줄도 모르고 있는 겁니다.

 

우리가 절망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절망할 때는 주님께서 우리 안에서 죽어계시고,

그 힘든 길을 그래서 나 홀로 간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지요. 주님께서 함께 가시지요.

 

다음으로 영의 눈이 없으면 주님을 알아보지 못합니다.

하여 그들은 예수님을 주 하느님으로 알아보지 못하고

“그분은 행동과 말씀에 힘이 있는 예언자”라고 합니다.

 

행동과 말씀에 힘이 있는 <예언자> 정도로 주님을 알고 있었기에

예수님은 죽임을 당할 분이 아니라 죽음을 없애실 분이란 걸 몰랐고,

그래서 그분이 돌아가시자 절망하며 엠마오로 낙향을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주님과 형제를 알아보지 못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인간적으로 눈에 보이는 대로만 볼 때

형제들 안에 살아계신 주님을 보지 못하고,

그럼으로써 주님께서 우리 공동체 안에서 죽어계시는 겁니다.

 

그것은 나와 우리 공동체 안에 살아계시고자 하시는 주님을

우리가 보지 못하고 밀어냄으로써 또 다시 타살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우리 공동체 밖으로 주님을 밀어내고 타살함으로

우리는 또한 형제를 공동체 밖으로 밀어내고 타살합니다.

 

제자들의 공동체 안에 주님이 계시지 않다고 생각하기에

오늘 엠마오의 제자들이 제자 공동체를 떠나갔던 것처럼

우리 공동체도 우리 안에 주님이 계심을 보지 못하기에

매일같이 성찬례를 같이 행함에도 공동체를 떠나갑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오늘 엠마오의 제자들처럼 성찬례를 행할 때마다

우리 공동체 안에 살아계시고 사랑으로 계시는 주님을 만나야 합니다.

그리고 성찬례를 통해 주님을 알아 뵙고 다시 공동체로 돌아가고

주님을 한 가운데 모시고 공동체를 다시 이뤘던 제자들 공동체처럼

우리 공동체도 성찬례를 통해 주님을 한 가운데 모셔야만 합니다.

 

그래야만 흩어졌던 형제들이 다시 모이고

사랑의 공동체를 다시 이룰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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