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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 순종하는 것보다 하느님께 순종하는 것이 더욱 마땅합니다.”

    

최고 의회지도자들과 대사제가 예수님의 이름으로 가르치지 말라고 하자

사도들은 사람에게가 아니라 하느님께 순종하는 것이 옳다고 답합니다.

사도들이 최고 지도자들과 대사제를 가르치는 형국입니다.

 

이렇게 얘기하는 것에 지도자들은 매우 자존심이 상했을 것이고

이렇게 애기하는 것에 대해 우리도 인간이 아니라 하느님께 순종하는데

마치 너희만 하느님께 순종하는 것처럼 얘기 하냐고 핀잔을 줄 법합니다.

 

인간이 아니라 하느님께 순종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것은

우리도 인정하고 우리 모두 그렇게 말할 것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당연한 것을 우리는 하지 않습니다.

두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하나는 두려움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솔깃함 때문입니다.

 

깡패가 칼 들고 설치는데 깡패 말 듣지 않을 수 있을까요?

배교치 않으면 가족을 멸한다고 할 때 배교치 않을 사람 얼마나 될까요?

 

그런데 이런 무시무시한 위협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아주 하찮은 이유 때문에 하느님보다 인간에게 순종합니다.

예를 들어, 신자들이 결혼날짜를 잡으면서 이왕이면 길일을 택한다든지,

묘 자리를 쓰면서 좋은 자리, 나쁜 자리를 따진다든지 하는 게

다 이런 두려움 기피와 크게 다르지 않고 무관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두려움보다 더 많이 우리로 하여금

하느님이 아니라 인간에게 순종하게 하는 것이 있습니다.

솔깃함입니다.

 

하느님은 유혹을 하지 않지만 인간은 유혹을 하고,

하느님은 멀리 계시지만 인간은 감각적으로 가깝습니다.

 

하느님이 얼마나 좋으신지 깨닫고 맛보라고 시편은 노래하는데

우리는 그 하느님의 것이 좋지 않고 이 세상 것들이 더 좋습니다.

 

“땅에서 난 사람은 땅에 속하고 땅에 속한 말을 한다.”고

오늘 주님께서 말씀하시듯 우리가 땅에 속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요즘 꽃구경 가자고 하는 것이 솔깃하고 그래서 그 말을 따르지

단식 기도회를 가자고 하면 솔깃하고 따라가겠습니까?

 

그런데 우리 공동체 안에서, 다시 말해서 가까이 사는 사람들 가운데서

인간을 거슬러 하느님께 순종하는 것은 더 미묘하고 힘듭니다.

어떤 때 하느님께 순종하기 위해서 윗사람에게 불순종해야 하고

심지어는 비판까지 해야 합니다.

그리고 같이 사는 사람이 원하는 것에 동조하지 말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공동체의 문제를 뒤에서 비판하며 동조해주기를 원할 때

감히 아니라고 하거나 침묵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원하는 대로 하지 않을 때 관계가 서먹해지거나

안 좋은 관계가 될 것을 각오하고 감수해야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인간이 아니라 하느님께 순종한다는 것은

이렇게 관계가 틀어지는 것까지 각오하고 감수하며

윗사람이나 이웃의 뜻을 거스르고 어떤 때는 비판까지 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 하느님께 순종하기 위해

같이 사는 사람을 비판하는 것은 성숙을 더 많이 요구합니다.

자격이 없는데도 비판을 한다는 겸손한 자세를 가져야 하고,

공동선을 위해서 한다는 건설적인 자세를 지녀야 하며

무엇보다 비판은 하되 비난은 하지 말아야 합니다.

 

비판은 그의 잘못을 비판하는 거지만

비난은 바로 그 사람을 거부하고 안 좋게 얘기하는 것이기 때문이고

비판은 공동선을 위해 건설적인 비판을 할 수도 있지만

비난은 사랑이 없이 바로 그 사람을 공격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프란치스코는 얘기합니다.

하느님께 순종하기 위해 장상이나 형제들에게 불순종해야 하지만,

그로 인해 어떤 박해가 닥칠지라도 그들 곁을 떠나지 말아야 하고,

그럴 때 그것이 더 완전한 순종, 사랑의 순종이 된다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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