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순교자인 복된 스테파노의 천상 탄일에 거행하는 신비를 저희가 삶으로
드러내게 하시고 숨을 거두면서도 박해자들을 위하여 기도한
성 스테파노를 본받아 원수까지도 사랑하게 하소서.”
성탄절에 그리고 그것도 주님 성탄 바로 다음 날에
성탄과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순교자 축일을 지내고,
첫 순교자 스테파노 축일을 지내는지 그 의미가 오늘 본 기도에 잘 나와 있습니다.
그러니까 주님은 세상에 태어나시고 스테파노는 천상에 태어나는 것이지요.
주님이 세상에 태어나심으로 스테파노를 포함해
우리 인간이 천상에 태어나게 됨을 뜻하는 겁니다.
주님의 모든 신비는 교환의 신비이고 성사입니다.
주님의 수난과 부활의 신비는
주님의 죽음으로 우리 인간이 부활하게 되고,
주님의 성탄과 육화의 신비는
주님의 땅으로 내려오심으로 우리 인간이 하늘로 오르게 되고,
주님의 성탄으로 우리 인간이 천상에 태어나게 되는 신비지요.
문제는 있습니다.
교환이 이루어지려면 그 교환에 동의해야 합니다.
주님께서 하늘과 땅을 교환하자고 하시며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오시면
우리는 땅에서 하늘로 오르겠다고 동의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서 아무리 주님께서 땅으로 내려오셨어도
우리가 하늘로 오르는 것에 동의하지 않으면
주님의 성탄은 우리 구원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주님께서 이 세상에 오시어 아무리 구원 열차에 오르라고 초대해도
우리가 그 열차를 타지 않으면 어쩔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그런데 오늘 축일로 지내는 스테파노는 이 교환의 제의에
처음으로 응답하여 처음으로 천상에서 태어난 사람입니다.
이 스테파노에 대해 사도행전은 “은총과 능력이 충만한
스테파노”라고도 하고 “성령으로 충만하였다.”라고도 하는데,
사도행전을 보면 스테파노는 적대자들을 이렇게 초대합니다.
“보십시오, 하늘이 열려 있고
사람의 아들이 하느님 오른쪽에 서 계신 것이 보입니다.”
물론 그들은 하늘을 보지 못하고,
그 초대에 응답도 하지 않지요.
성령으로 충만하지 않고 분노로 가득 찼기에
하늘 대신 스테파노에게 증오의 눈길을 보냅니다.
스테파노가 오늘 우리에게도 같은 초대를 합니다.
“보십시오, 하늘이 열려 있고
사람의 아들이 하느님 오른쪽에 서 계신 것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