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므로 내일을 걱정하지 마라. 내일 걱정은 내일이 할 것이다.
그날 고생은 그날로 충분하다.”
근심걱정 없이 살 수 없는 것이 우리의 삶인데,
오늘 주님은 근심걱정하지 말고 살라 하십니다.
근심걱정하지 말고 하루하루를 잘 살라는 말씀입니다.
이것을 또 다른 말로 하면 현재를 잘 살라는 것입니다.
현재를 잘 산다?
그것은 우선 쓸 데 없는 근심을 우리 마음에서 떨쳐내는 것입니다.
근심이나 걱정은 무엇에 대한 부정적인 마음 씀이라는 면에서 같습니다.
그런데 차이가 있다면 근심이 과거적이라면 걱정은 미래적입니다.
근심은 어떤 안 좋은 일이 생겼는데 그것이 아직 해결되지 않아서
그것에 대해 계속 부정적으로 마음을 쓰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당뇨 수치가 높다는 진단을 병원에서 받았을 때
근심해봤자 나아지는 것 아니고 오히려 더 나빠지니
근심은 잊어버리고 기쁘고 즐겁게 살자고 하지만
마음이 거기서 떠나지 않아 계속 거기에 마음을 쓰는 겁니다.
그런데 그뿐이 아닙니다.
근심이 근심으로만 그치면 오죽 좋겠습니까만
근심은 근심으로 그치지 않고 걱정으로 이어집니다.
근심꺼리가 걱정꺼리로 발전하는 것입니다.
지금 이 정도만 유지돼도 좋을 텐데 더 나빠지면 어쩌나,
합병증까지 생기면 어떻게 하나 걱정을 하는 겁니다.
걱정은 이렇게 아직 일어나지 않은 것까지 미리 걱정을 하는 것이고,
걱정하는 그 일이 일어나지 않을 수 있는데도 미리 걱정하는 겁니다.
이렇게 해서 우리의 삶은 과거가 현재를 뒤덮고 미래에 현재를 빼앗겨
현재를 잘 살고 싶지만 살지 못하게 되는 겁니다.
그렇다면 다시 한 번 자문해봅시다.
현재를 잘 산다는 것은 도대체 무엇입니까?
과거는 잊고 미래는 생각지 않으며 그저 하루하루를 산다는 뜻입니까?
종료가 된 과거는 잊고, 오지 않을 미래는 생각지 말아야겠지요.
그러나 종료되지 않고 지금까지 이어지는 과거는 과거가 아니라 현재이고
오늘로 끝나지 않고 이어지는 미래는 미래가 아니라 계속되는 현재입니다.
그러므로 오늘로 당뇨가 완치되고 앞으로 재발하지도 않는다면
당뇨는 과거의 것으로 잊고 더 이상 생각지도 말아야겠지만
아직도 앓고 있고 앞으로도 앓게 될 당뇨는 계속되는 현재이기에
잊어버릴 수도 없고, 끊어버릴 수도 없습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현재를 잘 산다는 것은 과거와 미래와 단절하는 게 아니라
과거를 교훈 삼아 과거보다 오늘을 더 잘 사는 것이고,
오늘을 교훈 삼아 오늘보다 미래를 더 잘 사는 것이며,
과거의 현재, 미래의 현재가 아니라 영원의 현재를 사는 것입니다.
우리 삶을 지금 잘 산다는 것은 또한 이러합니다.
지금 우리에게는 당뇨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당뇨도 있지만 치유도 있고,
당뇨는 있지만 다른 곳은 건강하며,
육체적 병은 있지만 정신의 건강과 영적인 건강도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모든 것을 가능케 하시는 주님께서 함께 계십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현재를 잘 산다는 것은
당뇨가 지금 우리 삶의 전부가 되지 않게 하는 것이며
하느님께서 우리 삶의 전부가 되시는 영적인 건강을 잘 사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