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은 우리가 우리의 시원을 깊이 성찰하는 날입니다.
시원(始原)이란 우리의 시작과 근원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 존재와 삶이 어떤 근원에서 시작되었는지 돌아보고,
우리의 존재와 삶이 시작된 근원이 어디인지 돌아보는 날입니다.
그리고 나의 행복의 근원은 어디인지,
하느님이 나의 행복의 근원인지 불행의 근원인지 돌아보는 날입니다.
사실 지금 내가 불행하다면 욥처럼 자기가 태어날 날을 저주하고,
자기를 배었던 어미의 태를 저주하고
마찬가지로 자기를 생겨나게 하신 하느님을 저주할 것입니다.
하느님이 자기의 모든 불행의 근원이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지금 내가 행복하다면 내가 태어난 날을 축하하고,
내가 왜 이렇게 행복한지,
나만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지,
누가 나를 이렇게 행복하게 했는지 돌아보고 감사할 것입니다.
시원을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진정 행복할 수 없습니다.
불행한 사람은 행복을 근원으로부터 찾지 않고 자기 혼자 기를 썼기 때문입니다.
지난주에 말씀드린 대로 불교는 행복도 불행도 자기 업보라고 얘기하고,
마찬가지로 하느님을 믿지 않는 사람은 자기 힘으로 행복하려고 하다가
실패하고 불행하게 됩니다.
그러나 그리스도교를 비롯하여 하느님을 믿는 모든 사람은
행복의 근원이 바로 하느님이라고.
하느님께서 복 주시는 분이라고 믿고
그래서 하느님으로부터 복을 받아 행복합니다.
오늘 민수기의 모세는 그래서 이렇게 백성에게 권고합니다.
“주님께서 그대에게 복을 내리시고 그대를 지켜주시리라.”
그러므로 우리의 존재와 생명이 그 근원이신 하느님으로부터 시작했다면
한 해의 시작과 하루의 시작도 그 근원이신 하느님으로부터 시작하고,
하느님께서 복 주시기를 빌며 시작할 것입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 내게만 복 주시기를 빌 것이 아니라,
가장 가까운 사람부터 먼 데 있는 사람까지 하느님께서 복 주시기를 빌 것입니다.
사실 자기 행복만을 위해 비는 사람은 자기 행복에 급급한 사람이고
그러기에 자기도 행복하기 어렵거나 겨우 자기만 행복할 것이고,
멀리 있는 사람까지 복을 빌어주는 사람은 그만큼 행복이 크고 넘칠 것입니다.
저의 올해 목표도 복음 전파이고 행복 전파입니다.
같이 사는 공동체 형제에게 눈 뜨자마자 미사 드리면서 행복을 빌고,
우리 식당을 찾아오는 모든 사람에게도 같은 행복을 빌어주겠습니다.
음식 맛에 끌려 우리 식당에 오지 않고
사랑에 끌려 우리 식당에 오고
오면 행복해지니까 우리 식당에 오게 하겠습니다.
그리고 창피한 계획이지만,
올해는 복을 빌어주지 못할망정 저주는 비록 작은 저주일지라도 하지 않겠습니다.
작은 저주란 염병할 놈이나 벼락 맞아 죽을 놈이라고 욕하는 것처럼
누가 진짜 불행해지기를 바라고 욕하는 그런 큰 저주가 아니라는 뜻이지요.
그저 자주 정치인들을 보고 빌어먹을 놈들이라고 작은 저주를 퍼붓고,
자기밖에 모르는 얌체 족속들에게 못된 놈이라고 지나가는 욕을 퍼붓는 것인데
비록 그런 작은 저주와 지나가는 욕일지라도 올해는 하지 않겠습니다.
아무튼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올해 새해도 하느님께서 주시는 복 많이 받으셔서 부디 자신도 행복하고,
그 행복을 이웃과 나눠 이웃도 행복하게 하는 여러분들이 되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