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는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를 새겨들어라.”
오늘은 “새겨들어라”라는 말씀을 마음에 새기게 되었습니다.
주님의 은총이지요.
전에 수없이 이 복음을 읽었건만,
그리고 이 말씀을 가지고 강의도 여러 차례 했건만
새겨들으라는 말씀이 마음에 새겨진 적이 없었는데
오늘 처음으로 이 말씀을 새겨듣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그리고 또 보니 다른 복음에는 이 말이 없고 마태오복음에만 있었습니다.
제가 관광지에 갔을 때나 북한에 갔을 때 안타까웠던 게 있었습니다.
그 아름다운 곳의 바위에 어떤 사람이 자기 이름을 새겨놓은 것이 그것이고,
“우리의 수령님은 영원히 우리와 함께 계시다.”고 새겨놓은 것이 그것입니다.
돌에 새기는 것은 그것이 잊히거나 없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이지요.
이것들을 보면서 저는 안타까움을 넘어 어떤 분노 같은 것이 느껴졌습니다.
그것은 이념적인 적대감 때문이 아니라 무엄하다는 느낌 때문이었습니다.
하느님이 아닌 것들이 감히 잊히지 않고 영원히 남겠다고 하니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 인간이 이런 미친 짓, 무엄한 짓을 하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이 아닌 다른 말을 내 마음에 새긴다거나
하느님의 말씀이 아니라 나의 말을 마음에 새기라고 요구하거나 합니다.
제가 이렇게 말함은 인간의 말은 가볍게 들어야 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제 자랑 같지만 하느님의 말씀을 경청할수록 다른 사람의 말도 경청하고,
경청한다는 것이 그저 귀 기울여 듣는 정도가 아니라 마음으로 듣습니다.
이 또한 하느님 말씀의 은총이고 감사할 일입니다.
그러므로 제가 이렇게 말하는 것의 뜻은
사람의 말이 아무리 소중하다고 해도
하느님의 말씀을 밀어내면서까지 새겨져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명심銘心이라는 말을 함부로 쓰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사람들로 하여금 명심해야 할 것을 명심하게 하기 위해서이고,
나도 명심해야 할 것, 곧 주님 말씀만 명심키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하느님 말씀을 마음에 새기기 위해서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마음으로 들어야겠습니다.
귀로만 듣는다든지,
서둘러 듣는다든지,
한 번 듣고 만다든지 해서는 아니 되겠고,
마리아처럼 주님의 말씀을 곰곰이 생각함으로써
그 말씀이 마침내 마음에 새겨지도록 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