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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 나라는 눈에 보이는 모습으로 오지 않는다. 또 ‘여기에 있다.’,

또는 ‘저기에 있다.’ 하고 사람들이 말하지도 않을 것이다.

보라, 하느님의 나라는 너희 가운데에 있다.”

 

저희 수도원 하루 일과는 새벽 묵상으로 시작됩니다.

이 묵상 때 자주 내적 충돌이 일어납니다.

그것은 이런 것입니다.

 

묵상 때 저는 자주 단순반복기도를 하는데

“오소서 성령님, 저를 충만케 하소서”라고 기도를 반복하다가

이미 오셔서 나와 함께 계신데 뭘 또 오시라고 기도 하는가 하는 생각에

“나의 하느님, 나의 주님”을 기도하거나

“나의 하느님, 모든 것이시여Deus Meus, Omnia”를 반복하여 기도합니다.

 

그러나 깊이 생각해보면 하느님과 하느님 나라는 늘 이중적입니다.

우리와 늘 함께 계시지만 늘 부재중이시고

그래서 이미 와 계시지만 오셔야만 합니다.

 

이것은 없기에 찾고,

결핍을 느끼기에 욕구하는 것과 사뭇 다른 것으로서

같이 있어도 보고 싶은 것이고

이미 충분하여도 갈구하는 것입니다.

 

그래야지만 사랑입니다.

 

생각해보십시오.

한 번 본 것으로 충분하고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면

그것은 사랑이 아니고 호기심이라는 욕심을 채운 것에 불과합니다.

같이 있는 것으로 충분하고 그래서 그것으로 끝이라면

그 같이 있음은 어쩌면 사랑이 아니거나 끝나버린 사랑일 것입니다.

 

그러니까 같이 있어도 보고 싶은 것은

같이 있어도 외로운 것과는 정반대되는 것이며,

끝나지 않는 사랑이고,

끝나지 않는 행복이며,

끝나지 않는 그리움인 것입니다.

 

그러니 여기가 아닌 저기서 하느님을 찾지 말 것이고,

지금이 아닌 언젠가 하느님을 만날 거라고 생각지도 말 것입니다.

 

오히려 여기도 계시고 저기도 계신 하느님을 만날 것이고,

지금 같이 있는 이 사람 안에서도 저 사람 안에서도 하느님을 뵐 것이며,

바람이신 하느님, 햇살이신 하느님, 모든 것이신 하느님을 만날 것입니다.

 

주님께서 이렇게 분명히 말씀하셨기 때문입니다.

“보라, 하느님의 나라는 너희 가운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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