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조회 수 3725 추천 수 0 댓글 1
매일미사 말씀 보기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No Attached Image

“몇몇 사람이 성전을 두고, 그것이 아름다운 돌과 자원 예물로 꾸며졌다고

이야기하자, 예수님께서 이르셨다. ‘너희가 보고 있는 저것들이,

돌 하나도 다른 돌 위에 남아 있지 않고 다 허물어질 때가 올 것이다.’”

 

어제는 멀리 병문안을 다녀왔습니다.

두 분 다 오래 인생길을 달려온 분들이고 죽음이 가까운 분들입니다.

 

가고 올 때 가끔 흥얼거리는 유행가가 제 입에서 계속 맴돌았습니다.

<봄날은 간다.>입니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산 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새파란 풀잎이 물에 떠서 흘러가더라.

오늘도 꽃 편지 내던지며 청노새 짤랑대는 역마차 길에

별이 뜨면 서로 웃고 별이 지면 서로 울던

실없는 그 기약에 봄날은 간다.

 

열아홉 시절은 황혼 속에 슬퍼지더라.

오늘도 앙가슴 두드리며 뜬구름 흘러가는 신작로 길에

새가 날면 따라 웃고 새가 울면 따라 울던

얄궂은 그 노래에 봄날은 간다.”

 

두 분 다 건강하실 때, 아니, 젊었을 때 그 크셨던 풍채가

이제는 쪼그라들어 어린 아이만하고 오그라들어 복중의 태아 같았습니다.

미사를 봉헌하고 그 작은 성체조각을 물과 함께 영해 드렸는데도

혀가 말려 입안으로 삼키지 못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이분들도 연분홍 치마를 입던 꽃다운 열아홉 처녀 시절이 있었고,

천하를 호령하던 청년 시절이 틀림없이 있었겠지요.

그리고 무엇을 먹어도 다 씹을 수 있었고

무엇을 먹어도 다 소화할 수 있었지요.

 

그런데 그 모든 것이 다 허물어져버렸습니다.

그 건장하던 분이 몸 하나 뒤척일 수 없어 욕창들이 생기고,

그 작은 성체조각 하나 삼키기가 그렇게 힘드신 것입니다.

 

저도 올해까지 마라톤을 뛸 만큼 겉모습은 건강하지만

서서히 속으로부터 무너지기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눈은 진작 어두워졌고 이빨이 무너지기 시작했으며

허물어지는 작은 증상들이 여기저기서 나타납니다.

그러니 저도 얼마 안가서 두 분처럼 되겠지요.

 

그렇다면 제가 어제 오가며 부른 <봄날은 간다.>는

진정 허물어져가는 것에 대한 슬픔의 노래일까요?

 

일말의 슬픔이 없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슬픔만은 아니었습니다.

 

아름다움은 슬픔이 곁들여야 진정 아름답습니다.

황혼이 그래서 아름답고 단풍이 그래서 아름답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사람들이 성전이 아름답다고 하는 것과는 다릅니다.

 

그래서 자기들이 세운 것이 대단하다고, 아름답다고 하는 사람들에게

주님께서는 그 대단하고 아름다운 것들이 다 허물어질 거라고 하십니다.

그러나 허물어질 거라는 주님의 말씀이 저주이거나 악담만은 아닙니다.

예루살렘 성전이 허물어져야 새로운 교회가 태어났지 않겠습니까?

 

“이 성전을 허물어라. 사흘 안에 다시 세우겠다.”고 하신 주님께서는

진정 당신의 몸도 허무셨고 당신 성전 위에 새 교회를 세우셨잖아요?

 

그러니 허물어져야 합니다.

아니, 허물어지기 전에 내가 허물어야 합니다.

특히 자기가 이루고 자기가 찬탄하는 게 있다면 빨리 허물어야 합니다.

서비스 선택
<-클릭 로그인해주세요.
댓글
?
Powered by SocialXE

  • ?
    홈페이지 태양과아침 2013.11.26 11:04:59
    +평화를 빕니다.
    신부님^^ 영명축일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아름다움은 슬픔이 곁들여야 진정 아름답습니다.
    황혼이 그래서 아름답고 단풍이 그래서 아름답습니다.

    공동번역 성서 말씀이 생각납니다.

    “그 날이 오면 너희가 나에게 물을 것이 하나도 없을 것이다. -요한 16.23-

    지난 주 약 30년 만에 모인 시골 친구들 반창회에 다녀왔습니다.
    한 번에 알아보지 못한 친구들도 여럿 있었고,
    어떤 친구는 아버지께서 대신 참석한 줄 알았습니다.
    아직 젊은 나이인데 하늘로 먼저 간 친구들도 여러 명 있었고…….

    친구들에게 문자를 보냈습니다.
    지금까지 열심히 살아줘서 고맙다고…….

    “아름다움은 슬픔이 곁들여야 진정 아름답습니다.”
    “황혼이 그래서 아름답고 단풍이 그래서 아름답습니다.”

    “그 날이 오면 너희가 나에게 물을 것이 하나도 없을 것이다. -요한 16.23-

말씀 나눔

매일미사 독서와 복음, 그리고 성 프란치스코의 글 묵상나눔

  1. No Image 07Dec

    대림 1주 토요일-거리의 성전

    “그들이 목자 없는 양들처럼 시달리며 기가 꺾여 있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집안의 길 잃은 양들에게 가라.”   요즘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얘기가 넘쳐납니다. 새로운 교황님이 탄생했기 때문만이 아닙니다. 새 교황님이 선대 교황들보다 거침없는 행...
    Date2013.12.07 Category말씀나누기 By김레오나르도 Reply0 Views3010
    Read More
  2. No Image 06Dec

    대림 1주 금요일-믿는대로 된다 함은 믿는 것을 허용하기에

    “내가 그런 일을 할 수 있다고 너희는 믿느냐?” “예, 주님!” “너희가 믿는 대로 되어라.”   많은 것은 믿는 대로 됩니다. 할 수 있다고 믿으면 믿는 대로 됩니다. 그래서 주문처럼 이렇게 말하는 것이 유행이지요. “I can do it!(나는 할 수 있다!)” ...
    Date2013.12.06 Category말씀나누기 By김레오나르도 Reply0 Views4339
    Read More
  3. No Image 05Dec

    대림 1주 목요일-주님을 부르지 않겠습니다.

    “나의 이 말을 듣고 실행하는 이는 모두 자기 집을 반석 위에 지은 슬기로운 사람과 같을 것이다.”   들은 얘기입니다. 어떤 자매님이 엄청나게 많이 드시는데도 몸은 빼빼 말라서 병원에 가 조사를 해보니 많이 먹어도 흡수를 못해서 그렇다는 거였습니...
    Date2013.12.05 Category말씀나누기 By김레오나르도 Reply0 Views3430
    Read More
  4. No Image 04Dec

    대림 1주 수요일-사랑으로 채우시려 사흘을 굶기신

    “빵 일곱 개와 물고기들을 손에 들고 감사를 드리신 다음 떼어 제자들에게 주시니, 제자들이 군중에게 나누어 주었다. 사람들은 모두 배불리 먹었다.”   지금까지 저는 빵의 기적을 굶주린 사람들의 입장에서 본 적이 없습니다. 빵의 기적을 일으키시는...
    Date2013.12.04 Category말씀나누기 By김레오나르도 Reply0 Views3494
    Read More
  5. No Image 03Dec

    성 프란치스코 하베리오 대축일-행복하지 않으면

    “내가 복음을 선포한다고 해서 그것이 나에게 자랑거리가 되지는 않습니다. 나로서는 어찌할 수 없는 의무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복음을 선포하지 않는다면 나는 참으로 불행할 것입니다.”   선교의 주보인 하비에르 성인의 축일을 기해 복음 선...
    Date2013.12.03 Category말씀나누기 By김레오나르도 Reply0 Views3609
    Read More
  6. No Image 02Dec

    대림 1주 월요일-자기처럼 하느님도 믿는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나는 이스라엘의 그 누구에게서도 이런 믿음을 본 일이 없다.”   오늘 복음을 묵상하면서 제가 갖게 된 의문은 교회는 왜 대림 첫날 복음으로 이 얘기를 택했을까 하는 점이었습니다.   이런 의도가 아니었을까요? 이...
    Date2013.12.02 Category말씀나누기 By김레오나르도 Reply0 Views3543
    Read More
  7. No Image 01Dec

    대림 제 1 주일-한낮의 햇빛이 폭포처럼 쏟아져도

    “깨어 있어라. 너희의 주인이 어느 날에 올지 너희가 모르기 때문이다.” “밤이 물러가고 낮이 가까이 왔습니다. 그러니 어둠의 행실을 벗어 버리고 빛의 갑옷을 입읍시다.”   밤이란 해가 지고 다시 뜨기까지의 시간입니다. 해가 지고 다시 뜨기까지의 ...
    Date2013.12.01 Category말씀나누기 By김레오나르도 Reply0 Views3457
    Read More
  8. No Image 30Nov

    대림 제1주일

     며칠 전 아침 기도를 하기 위해 경당으로 가던 중 한 형제를 만났습니다. 여느 때처럼 서로 인사를 하고, 저는 경당으로 가고, 그 형제는 밖으로 나갔습니다. 그 형제는 간호 공부 중인데, 요즘 실습 때문에 아침 전례에 함께 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저녁에...
    Date2013.11.30 Category말씀나누기 By김명겸요한 Reply0 Views2009
    Read More
  9. No Image 30Nov

    성 안드레아 사도 축일-어느 수련자의 강론

    평화를 빕니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어부였던 제자들을 부르시는 장면입니다. 베드로와 안드레아는 곧바로 그물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랐고 야고보와 요한은 배와 아버지를 버려두고 그분을 따랐습니다. 자신들의 생계와 거처와 가족을 버려두고 곧...
    Date2013.11.30 Category말씀나누기 By김레오나르도 Reply0 Views2323
    Read More
  10. No Image 30Nov

    성 안드레아 사도 축일-반신반의

    "여기 보리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가진 아이가 있습니다만, 저렇게 많은 사람에게 이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반신반의半信半疑 오늘 안드레아 사도 축일 강론 주제를 이렇게 잡았습니다.   모르기 때문에 질문을 하지만 전혀 모르면...
    Date2013.11.30 Category말씀나누기 By김레오나르도 Reply0 Views3468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 662 663 664 665 666 667 668 669 670 671 ... 725 Next ›
/ 72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