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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께서는 당신을 사람들에게 알리지 말라고 엄하게 이르곤 하셨다.”

 

공관복음, 특히 마르코복음에서 주님은

당신이 하느님의 아들이라는 것을 알리지 말라고 엄하게 이르십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주님은 더러운 영들에게 엄하게 이르십니다.

그렇지만 치유를 받은 많은 사람들이 그 말씀을 따르지 않고,

귀가 열리고 혀가 풀린 사람의 경우(7,36)는 오히려 더 널리 알립니다.

 

이것을 보면서 우리는 당신이 하느님의 아들이시라는 것과

당신이 하신 놀라운 기적을 알리지 말라고 하시는 것이

예수님의 진심일까, 아니면 고차원적인 전술일까 생각게 됩니다.

 

우리 인간의 경우, 말로는 자신을 절대로 알리지 말라고 하지만

사실은 자신이 더 많이 알려지기를 원하기도 하고,

자신의 매력을 더 극대화하고 더 많이 알고 싶어 하게 만들려고

사람들에게 신비주의 작전을 쓰는 사람도 있지요.

 

예수님도 이런 신비주의 작전을 쓰시는 것이 아닐까요?

단연코 아니라고 믿는 것이 우리의 믿음이지요.

 

당신이 알려지는 게 아니라 하느님과 하느님 나라가 알려지는 것,

사람들이 당신에게 오지 않고 하느님과 하느님 나라에로 가는 것,

이것이 예수님께서 진정 원하신 것이고, 예수님의 진심입니다.

 

공생활을 시작하기 전

예수님께서는 성령의 인도를 받아 악령과 마주하게 되고,

악령은 예수님을 세 번, 세 가지 형태로 유혹을 하는데

그 중 두 번은 ‘당신이 하느님의 아들이거든’의 형태입니다.

 

그러니까 악령이 예수님을 진짜로 유혹한 것은

식욕이나 권세욕을 채우라는 유혹이 아니라

하느님의 아들임을 증명하라고 유혹한 것입니다.

예수께서는 하느님의 아들이심을 드러내고픈 유혹을 두 번 다 물리치십니다.

그러자 악령은 마지막으로 세상의 나라와 영화를 주겠다고 유혹하는데

예수님은 이에 오직 하느님만을 섬기라고 일갈하시며 물리치십니다.

 

예수님께서 이 세상에 오신 뜻은 당신이 하느님의 아들로서

천사들의 떠받들음과 세상의 나라와 영화를 차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람들이 하느님을 섬기고, 사람들을 하느님 나라에 데려가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니 당신이 하느님의 아들이시라는 것이 드러나서

사람들이 당신을 보느라 하느님은 보지 않고,

당신께 몰려와서는 하느님께로 가지 않으며,

이 세상에 세워질 당신의 나라에서 한 자리 차지하려다가

사람들이 하느님 나라에 못 들어가게 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겠지요.

 

그러니 주님께서는 지난한 과업을 수행하셔야 합니다.

사람들을 당신에게 오게 하면서도 다른 한 편,

당신에게서 떠나 하느님께로 가게 해야 합니다.

사람들이 당신에게 와 하늘나라에 대한 당신의 복음 선포는 듣게 해야지만

들은 뒤에는 더 이상 당신께 머물지 말고 하늘나라로 떠나게 해야 합니다.

하여 세례자 요한이 자신에게 온 사람들을 예수님께로 향하게 한 것처럼

예수님께서는 당신께 온 사람들을 하느님께로 향하게 하시는 겁니다.

사람들에게 세례자 요한은 예수님께로 가는 중간 이정표이고,

예수님은 하느님과 하느님 나라에로 가는 중간 이정표였습니다.

 

루카복음을 보면 광야의 최초의 유혹에서 실패한 악령은

다음 기회를 노리고 떠나는데 마지막 때 다시 나타나서

하느님의 아들이거든 십자가에서 내려와 보라고 최후의 유혹을 합니다.

 

더러운 영들은 이런 악령의 아류인 셈입니다.

자기들이 이 세상 자기 영역을 차지하고 계속 활동하고 싶은데

예수님께서 자기들을 활동본거지에서 쫓아내시니

예수님의 최대 약점인 하느님의 아들이심을 폭로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당신이 하느님의 아들이심을 예수님께서 숨기시는 것은

예수님의 신비주의가 아니라 예수님의 사랑의 신비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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