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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의회 의원들이나 바리사이들 가운데에서 누가 그를 믿더냐?

율법을 모르는 저 군중은 저주받은 자들이다.”

 

단정斷定.

오늘 복음에서 수석사제들과 바리사이들은 단정을 합니다.

 

예루살렘 사람 중 어떤 이들은 예수님이 예언자라고 하고,

다른 이들은 예수님이 메시아라고 하고,

자기들이 보낸 경비병들마저 대단한 분이라고 하자

율법을 모르는 군중은 모두 저주 받을 자들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자신들처럼 바리사이이며 의회의원인 니코데모가

예수님을 불러 한 일을 직접 알아보고 판단하자고 해도

“갈릴래아에서는 예언자가 나지 않소.”라고 단정을 합니다.

 

단정이란 끊을 단斷과 정할 정定이 합쳐진 말입니다.

다른 가능성은 다 끊어버리고 하나로 규정하는 것이지요.

예언자나 메시아 모두 신적 영역의 존재인데

그들은 예수께서 신적 영역의 존재일 리가 없다고 단정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단정하는 이유가 참 어처구니없게도

예수님께서 갈릴래아 출신이기 때문이고,

성경에 메시아는 베틀레헴 출신이라고 나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예수님께서 베틀레헴에서 태어나신 것을 모르는 그들이

이렇게 단정을 하는 것이 무리는 아니지요.

 

 

언젠가 목사 친구의 얘기를 다른 친구를 통해서 들었습니다.

한 친구가 저를 느닷없이 찾아와 외계인이 있냐고 묻는 거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모르겠다고 답을 하며,

그렇지만 하느님께서는 무엇이든지 하실 수 있으니 있을 수도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두는 대답을 저는 하였습니다.

 

 

그랬더니 짓궂은 이 친구가 속내를 털어놓는 것이었습니다.

이 친구가 목사 친구에게 찾아가 외계인이 있는지 저에 앞서 물었더니

그 목사 친구가 우주인은 절대로 없다고 단정을 하는데

그 이유가 성경에 외계인에 대한 언급이 없기 때문이라고 답한 것입니다.

이런 대답을 들은 친구는 천주교 신부는 뭐라고 답하는지 듣고자 온 겁니다.

 

20년도 더 전의 얘기인데 저의 생각은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느님은 갇힐 수 없는 분입니다.

율법에 갇힐 수 없는 분임은 물론이고,

성경의 글자에도 갇힐 수 없는 분이십니다.

 

성경에 오류가 없다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것이 성경에는 오탈자가 없다는 뜻이겠습니까?

그것이 역사적으로나 과학적으로 오류가 없다는 뜻이겠습니까?

 

 

만약 그런 의미로 오류가 없다고 한다면

하느님을 율법과 성경에 문자적으로 가두는 것이고,

성경에 입각하여 지동설을 주장한 갈릴레오를 단죄한 것과 같은 겁니다.

  

그래서 주님께서는 자주 율법의 규정을 깨트리셨고,

성경의 말씀을 넘어서는 말씀을 하곤 하셨잖습니까?

말하자면 “너희는 이런 말씀을 들었다.

그러나 나는 이렇게 말한다.”는 식의 말씀 말입니다.

 

 주님께서 하느님의 말씀이시고 가장 완전한 계시이시며

주님께서 율법을 주신 분이고 완성자이신데

율법학자들은 주님을 율법에 가두려고 하고

문자적으로 주님을 성경에 묶으려고 합니다.

 

 율법을 모르는 군중은 저주 받을 자라고 하지만

율법은 알지만 하느님을 모르는 율법학자들이

주님 보시기에 오히려 더 저주 받을 자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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