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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나누기
김명겸요한 2014.09.21 05:04

연중 제25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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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비유는 정당함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듯합니다. 품삯을 받는 것에 있어서, 한 시간 일 한 사람에게나 하루 종일 일 한 사람에게나 밭 임자는 똑같이 한 데나리온을 주었습니다. 처음부터 일 한 사람들은 적어도 9시 이전에 왔을 것이고, 저녁 6시까지 일을 했다면, 그들은 적어도 10시간 이상 일을 했을 것입니다. 한 시간 일 한 사람이 한 데나리온을 받았기 때문에, 그들은 자신들이 그 열 배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한 데나리온보다는 많이 받을 것을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기대는 채워지지 않았습니다.

 단순한 논리를 가지고 계산을 해도, 도저히 이해하기 쉽지 않습니다. 물론 밭 임자의 말처럼, 처음부터 한 데나리온으로 합의를 하고 일을 시작했지만, 한 시간 일 한 사람에게 한 데나리온을 주고, 열 시간 일 한 사람에게도 똑같이 한 데나리온을 주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되기도 합니다.


 공동체에 살면서 가장 많이 생각하게 되는 것이 이 부분입니다. 공동체 안에서 일을 더 많이 한다고 해서, 혹은 일을 더 적게 한다고 해서, 받는 용돈에 차이가 있는 것도 아니고, 더 넓은 방을 갖는 것도 아닙니다. 물론 형제들이 공동체 일을 열심히 하는 형제들에게 칭찬의 말을 하긴 하지만, 그것이 듣는 형제들에게 그리 크게 작용하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자기에게 주어진 몫만 하고,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전혀 움직이지 않는 형제들도 보게 됩니다. 가끔은 그런 모습을 볼 때, 화가 나기도 합니다. 왜 나만 움직여야 하는가? 움직이고 있는 나는 영리하지 못해서인가? 혹은 바보라서?


 처음부터 일을 한 사람에게서 마지막에 와서 일 한 사람으로 관점을 바꾸어 보겠습니다.

 오늘 복음에 나오는 일꾼들은 고정된 직업이 없는 사람들입니다. 다시 말해, 그날 벌어서 그날 살아가는 이들입니다. 그들에게 있어서 일이 없다는 것은, 아무 것도 먹지 못한 채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혹은 가족이 있다면, 그 식구들도 마찬가지로 배고픔 속에서 하루를 보내게 됩니다. 그렇기에 한 시간이라도 좋으니, 그들은 일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을 것입니다. 밭 임자는 그 사정을 알기에, 한 시간 밖에 일하지 않았어도, 하루의 품삯을 그들에게 주게 됩니다.

 내가 만약 그 마지막 시간에 일을 하게 된 일꾼이라면, 오후 5시까지 가족들의 배고픔에 대해서 걱정하다가 드디어 일을 하게 된 일꾼이라면, 그럼에도 하루의 품삯을 받았다면, 그 밭 임자는 나에게 있어서 생명의 은인인 것입니다.


 인간적인 약함 때문에 우리는 매번 죄의 유혹에 빠지게 됩니다. 우리가 저지르는 잘못에 대해서 반성하고, 보속을 한다고 해도, 우리의 행동으로 우리의 그 모든 잘못을 기워 갚기에는 부족할 것입니다. 아니 그 누구도 나의 선행이나 나의 기도가 그것을 위해 충분하다고 이야기 할 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한 시간 밖에 일하지 않았어도, 한 데나리온을 주시는 하느님이 계십니다. 우리의 선행이나 우리의 기도가 부족할지라도, 뉘우치는 우리를 용서해 주시는 하느님이 계십니다. 그런 하느님이 계신다는 것은 우리에게 커다란 희망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배고픔을 알고 계시기에, 우리에게 은총이 필요함을 알고 계시기에, 우리의 선행의 양이나 질에 상관없이 우리를 사랑해 주십니다.

 그렇게 우리는 필요한 것을 하느님에게서 받았고, 앞으로도 받을 것입니다. 수도원에 살면서 많은 것을 받았습니다. 감사하게도 잠자리나 먹을 것에 대해서 걱정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그렇기에 나보다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형제들이 나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 것에 시기하기보다는, 그 감사함에 머무는 것이 더 중요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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