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계명 중에 첫째가는 계명은 무엇입니까?”
오늘 복음을 볼 때 모든 율법학자들이 주님을 적대시하지 않았고
주님도 율법학자를 무조건 싫어하거나 미워하시지 않으셨습니다.
오늘 복음을 보면 율법학자가 스스로 예수님을 찾아옵니다.
트집을 잡거나 올무에 걸리게 하기 위해서 온 것이 아니라
진정 알고 싶어서 배우려는 자세로 온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아주 겸손한 자세를 지닌 율법학자입니다.
헌데 율법학자는 겸손할 뿐 아니라 지혜롭고 구도적입니다.
율법학자답게 계명에 대해서 관심이 많지만
첫째가는 계명, 곧 제일 중요한 계명이 뭔지 알고자 합니다.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중요한 것을 찾지 않고 사는데
이 율법학자는 중요한 것이 뭔지 찾으며 사는 겁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오늘 율법학자를 보면서 우리 자신을 반성해야 합니다.
먼저 중요한 것을 놓치며 사는 어리석음에 대해서 보겠습니다.
우리는 진정 중요한 것과 중요치 않은 것 중에서
중요한 것을 놓치고 사는 어리석은 사람입니다.
나이를 먹으면 지혜로워진다고 하지요.
머리나 기억력은 오히려 나빠지는데 지혜로워진다는 것은
무엇이 더 중요하고, 무엇이 더 우선인지를 경험적으로 안다는 뜻입니다.
나이 먹은 사람들에게 무엇이 제일 중요하냐고 물으면
백이면 백 건강이 제일 중요하다고 대답을 합니다.
이것은 삶의 경험, 특히 건강을 잃은 실패의 경험을 통해서 알게 된 거지요.
젊었을 때는 그저 돈이 최고인 줄 알고 물불 가리지 않고
건강을 상하면서까지 돈을 벌기 위해 살았는데
막상 건강을 잃고 보니 돈이 아무 소용없음을 깨닫게 된 겁니다.
그런데 건강이 중요하다는 것을 아는 것보다 더 지혜로운 것이
하느님과 하느님 나라의 사랑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아는 것입니다.
사실 건강의 중요함을 아는 것은 세상적인 지혜로움일 뿐입니다.
하느님과 재물 중에 하느님이 더 중요하고
돈과 사랑 중에 사랑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야 영적 지혜로움입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을 찾지 않는 더 어리석은 사람이 있습니다.
중요한 것을 찾으려는 구도열망 자체가 없는 사람입니다.
사는데 급급해서 그렇게 된 사람일 수도 있고,
달콤한 것만 쫒다 보니 그렇게 된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불교에 아주 어리석은 사람에 대한 우화가 있지요.
어리석은 사람이 길을 가다 구덩이에 빠지게 되었는데
떨어지면서 운 좋게도 얼떨결에 동아줄을 잡았습니다.
그런데 밑을 보니 밑에는 떨어지기만 하면 잡아먹으려는 악귀들이 있었고
위를 쳐다보니 위에서는 꿀이 한 방울씩 떨어지는 것이었습니다.
어리석은 사람은 꿀을 받아먹느라 빠져나오는 것도 잊고 있는데
문제는 생쥐가 동아줄을 갉아먹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여기서 동아줄은 우리의 생명줄이고
생쥐가 동아줄을 다 갉아먹으면 우리는 죽게 됩니다.
그런데도 달콤한 맛에 빠져 살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얘기입니다.
우리가 그렇고 우리 인생이 그럴 수 있습니다.
왜 사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무엇이 더 가치 있는 삶인지
묻지 않고, 따지지 않고 그냥저냥 사는 삶이 아닌지 돌아보는 오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