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말씀나누기
당쇠 2008.12.30 05:04

12월 30일-세모에

조회 수 2623 추천 수 0 댓글 0
매일미사 말씀 보기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No Attached Image

한 해를 마무리할 즈음이면 묘한 감상적 허무주의에 빠집니다.
빠진다는 표현이 너무 부정적이라면 즐긴다 함이 좋을 듯합니다.
결국 지나가고 마는 것을
뭐 그리 대단한 것인 양
뭐 그리 조바심하고
뭐 그리 집착하고
뭐 그리 열을 내었는지
약간은 우습게 여기기도 하고
약간은 허탈해하기도 하면서
그것들을 놓아버린 해방감과 자유를 즐기고
그것들을 털어버린 후련함을 즐깁니다.

30년도 더 전 대학 시험을 치를 때입니다.
저는 집중력이 꽤 강한 편입니다.
하여 저의 공부는
수업 시간에 집중해서 열심히 듣는 것이 거의 전부입니다.
예습이나 복습이라는 것도 별로 없고 노트를 하지도 않지요.
그런데도 1등을 곧잘 하고는 하였기에
방자한 마음과 젊은 날의 치기로
대학 시험을 조롱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세상이 대학 합격을 그렇게 중요시 하고
다른 친구들은 대학 들어가기 위해 그렇게 매달리는데
나는 그 대학을 일부러 떨어지기로 마음먹고
친구들을 꼬셔서 시험 보는 날 술을 같이 먹고 시험을 치렀습니다.
모두 떨어졌고 저도 당연히 떨어졌지만 하나도 부끄럽지 않았습니다.
공부할 생각이 없어 한 해를 거의 다 허비하다가
시험을 50여 일을 앞두고
한 번 공부하기로 마음먹고 공부를 하였습니다.
마음을 먹으니 精神一到 何事不成이라고
하루에 한 시간만 자도 피곤하지가 않았고
읽는 대로 머리에 쏙쏙 들어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40여 일만에 해야 할 공부 다 하고는 책을 덮었습니다.
그리고는 며칠 남은 날을 같이 재수하는 친구들을 다시 꼬셔서
들로 산으로 다녔습니다.
친구들은 불안해하면서도
시험에 초연할 수 있어야 시험을 더 잘 본다는
저의 말에 끌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행동을 같이 하였습니다.
그때 저는 친구들을 성당으로 데리고 가서 코헬렛서를 들려주었습니다.
“헛되고 헛되다. 세상만사 헛되다.
사람이 하늘 아래서 아무리 수고한들 무슨 보람이 있으랴!
지금 있는 것은 언젠가 있었던 것이요
지금 생긴 일은 언젠가 있었던 일이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있을 리 없다.”
이것이 그때나 지금이나 세상사를 우습게 보는 근거이고
제가 이 세상사에서 승리를 하고 성공을 하려고 할 때마다
그리고 욕심을 부릴 때마다 떠올리는 것이 이 구절입니다.
그리고 요한의 오늘 편지도 떠올립니다.
“여러분은 세상도 또 세상 안에 있는 것들도 사랑하지 마십시오.
누가 세상을 사랑하면, 그 사람 안에는 아버지 사랑이 없습니다.
세상에 있는 모든 것, 곧 육의 욕망과 눈의 욕망과 살림살이에 대한 자만은 아버지에게서 온 것이 아니라 세상에서 온 것입니다.
세상은 지나가고 세상의 욕망도 지나갑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는 사람은 영원히 남습니다.”

우리의 인생은 그렇게 감상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가벼운 것도 아니고
욕망으로 살아가서도 아니 되는 소중한 것입니다.
열심히 치열하게 이 세상 안에서 살아야 되지만
천상을 갈망하며 살아야 하는 거룩한 것입니다.

요 며칠 사이 가슴 아픈 두 탈북자를 만났습니다.
하나는 하나원을 갓 나와
이제 한국 사회 정착을 시작하는 36세의 남자인데
넘어오는 과정에서 아들을 강물에 떠나보냈습니다.
다른 하나는 아직 하나원에 있는 50대의 남자인데
이분 역시 배를 타고 넘어오다 인천 앞 바다에서 큰 파도에 배가 뒤집혀
같이 오던 사람은 죽고
자기는 밧줄로 몸을 배에 묶어 간신히 살아났습니다.
이들에게 삶이란 만족한 삶이냐 아니냐
행복한 삶이냐 아니냐를 한가하게 따질 수 없을 정도로
처절한 현실입니다.
살아있다는 것, 그것이 곧 행복이고
살아있기에 열심히 살아야 하는 삶일 뿐입니다.
이분들 앞에서 옷깃을 여밉니다.
서비스 선택
<-클릭 로그인해주세요.
댓글
?
Powered by SocialXE

말씀 나눔

매일미사 독서와 복음, 그리고 성 프란치스코의 글 묵상나눔

  1. No Image 21Sep

    성 마태오 사도 축일- 자비를 배우다

    “너희는 가서 ‘내가 바라는 것은 희생제물이 아니라 자비다.’ 하신 말씀이 무슨 뜻인지 배워라.” 자비를 배우다. 오늘따라 <자비>라는 말과 <배우다>라는 말이 새로운 조합이 되어 저의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래서 오늘 주...
    Date2012.09.21 Category말씀나누기 By김레오나르도 Reply3 Views5423
    Read More
  2. No Image 20Sep

    9/20 목요일

    9/20 목요일 "이 여자는 그 많은 죄를 용서받았다. 그래서 큰 사랑을 드러낸 것이다. 그러나 적게 용서받은 사람은 적게 사랑한다.” “너는 죄를 용서받았다.” (루카 7, 47-48) ♡ 묵상 어제는 참으로 사랑하기가 어렵다는 생각을 나누었지요? 왜 사랑하기가 그...
    Date2012.09.20 Category말씀나누기 By오바오로 Reply0 Views4527
    Read More
  3. No Image 20Sep

    연중 24주 목요일- 죄가 많은 곳에 은총이 풍성하도록

    “이 여자는 그 많은 죄를 용서받았다. 그래서 큰 사랑을 드러낸 것이다. 그러나 적게 용서받은 사람은 적게 사랑한다.” 고백성사는 많은 사람에게 은총이 아니라 곤혹스러운 것입니다. 고백성사라는 그 명칭에서 드러나듯 죄를 고백하는 것...
    Date2012.09.20 Category말씀나누기 By김레오나르도 Reply0 Views5544
    Read More
  4. No Image 19Sep

    9/19 수요일

    9/19 수요일 "사랑은 참고 기다립니다. 사랑은 친절합니다. 사랑은 시기하지 않고, 뽐내지 않으며, 교만하지 않습니다. 사랑은 무례하지 않고, 자기 이익을 추구하지 않으며, 성을 내지 않고, 앙심을 품지 않습니다. 사랑은 불의에 기뻐하지 않고, 진실을 두고...
    Date2012.09.19 Category말씀나누기 By오바오로 Reply0 Views4703
    Read More
  5. No Image 19Sep

    연중 24주 수요일- 사랑이 뭐간데?

    “이 세대 사람을 무엇에 비기랴? 그들은 서로 부르며 이렇게 말하는 아이들과 같다. ‘우리가 피리를 불어주어도 너희는 춤추지 않고, 우리가 곡을 하여도 너희는 울지 않았다.’” 무감각(無感覺). 무감동(無感動). 무감흥(無感興...
    Date2012.09.19 Category말씀나누기 By김레오나르도 Reply2 Views4701
    Read More
  6. No Image 18Sep

    9/18 화요일

    9/18 화요일 주님께서는 그 과부를 보시고 가엾은 마음이 드시어 그에게, “울지 마라.” 하고 이르시고는, “젊은이야, 내가 너에게 말한다. 일어나라.” (루카 7,13-14) ♡ 묵상 세 차례의 연이은 태풍은 많은 농어민들에게 엄청난 상처를 남겼습니다. 제가 사는 ...
    Date2012.09.18 Category말씀나누기 By오바오로 Reply0 Views4413
    Read More
  7. No Image 18Sep

    연중 24주 화요일- 우리도 말하자

    “사람들은 모두 두려움에 사로잡혀 하느님을 찬양하며 ‘하느님께서 당신 백성을 찾아오셨다.’ 하고 말하였다.” 오늘의 복음은 나인이라는 고을에서 주님께서 과부의 죽은 외아들을 되살리신 얘기입니다. 저는 과부 얘기만 나오면 ...
    Date2012.09.18 Category말씀나누기 By김레오나르도 Reply0 Views4555
    Read More
  8. No Image 17Sep

    9/17 월요일

    9/17 월요일 "그저 말씀만 하시어 제 종이 낫게 해 주십시오." (루카 7,7) ♡ 묵상 그대는 믿음의 사람입니까? 내가 사랑하고 존경하는 사람에게 무한한 신뢰를 보내시는지요? 오늘 예수님께서는 가장 큰 믿음의 예로 백인대장을 제시하시네요. 그는 놀랍게도 ...
    Date2012.09.17 Category말씀나누기 By오바오로 Reply0 Views4352
    Read More
  9. No Image 17Sep

    성 프란치스코 오상 축일- 똑같이

    1985년 종신서원을 하던 해 저는 하던 공부를 1년 또 쉬었습니다. 서원 전 제가 하고자 했던 체험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저는 제가 하고픈 체험을 다 하고 서원을 하고자 했지만 그때 관구장님은 서원을 하고 체험을 하라고 저를 회유하였고, ...
    Date2012.09.17 Category말씀나누기 By김레오나르도 Reply1 Views5372
    Read More
  10. No Image 16Sep

    9/16 일요일

    9/16 연중 제24주일 “사탄아, 내게서 물러가라. 너는 하느님의 일은 생각 하지 않고 사람의 일만 생각하는구나.” (마르 8,33) ♡ 묵상 그대는 천사를 보신 적이 있나요? 마귀는요? 아마 없을 겁니다. 그러나 천사같은 사람을 본 적은 있을 거예요. 마귀같은 사...
    Date2012.09.16 Category말씀나누기 By오바오로 Reply0 Views4395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 722 723 724 725 726 727 728 729 730 731 ... 739 Next ›
/ 739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