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타야, 마르타야! 너는 많은 일을 염려하고 걱정하는구나.
그러나 필요한 것은 한 가지뿐이다. 마리아는 좋은 몫을 선택하였다.”
주님의 이 말씀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마리아의 몫은 좋은 몫이고, 마르타의 몫은 나쁜 몫이라는 건가요?
필요한 것은 한 가지뿐이고 그것은 마리아가 택한 것이니
마르타가 택한 몫, 곧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인가요?
그리고 이 말씀은 마르타를 나무라시는 말씀인가요?
이렇게 이해하면 당연히 안 되겠지요.
주님께서 뜻하신 것은 마르타가 택한 몫이 나쁜 것이라는 뜻이 아니고,
마르타가 택한 몫이 불필요한 것이라는 뜻도 아닙니다.
실상 누구도 아무 일 하지 않으면 공동체가 어떻게 굴러가고,
예수님조차도 이런 역할을 하는 사람이 없으면 아무 것도 못하십니다.
예를 들어, 원장인 제가 지금 수도원 비우고 피정 지도를 보름이나 하는데
저 대신 집안일을 해주는 형제들이 없으면 제가 이런 일을 할 수 없겠지요.
그러므로 주님께서는 마르타가 하고 있는 일의 필요성이나 중요성을
무시하는 말씀을 하시는 것이 아니라
그 일을 하는 자세에 대해서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그 일을 불평불만하며 하지 말라는 것이고,
그 일의 수고를 알아달라고 하지 말라는 것이며,
그 일을 너무 근심걱정하며 하지 말라는 것이고,
그 일로 인해 다른 사람 비난하지 말라는 것이며,
일 중독자처럼 일의 노예가 되어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실상 우리는 일을 하면서 자기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 불평불만을 합니다.
하고 싶은 일은 다른 것인데 그 일이 자기에게 주어졌다고 하는 것이지요.
또 일의 수고를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불평불만을 하곤 합니다.
남의 인정을 못 받으면 아무런 보람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일을 하며 너무 근심걱정이 많습니다.
자기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을까봐 근심걱정을 하는 것인데
그것이 다 내 뜻대로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욕심 때문이지요.
그리고 우리는 종종 일로 인해 인간관계가 나빠집니다.
자기는 고생 고생하는데 다른 사람은 놀고먹는다고 비난하고
내가 하는 대로 잘 따라주지 않는다고 못마땅해 하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도 문제는 일중독이고, 일의 노예가 되는 것입니다.
우리 수도자들이 사랑을 잃을 때 무섭게 일에 빠져 사는데
그것은 사랑이 없는 그 빈 곳을 일로 채우려는 것이지요.
이럴 경우 일이 없으면 불안하고, 기도도 안 되고, 어쩔 줄 몰라 합니다.
그렇다면 주님은 우리가 단지 이렇게 일하지 말라고 하시는 것뿐일까요?
이렇게 인간적인 차원으로밖에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필요한 것은 한 가지 뿐>이라는 말씀의 뜻을 잘 이해치 못한 겁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을 하건 하느님 안에서 하는 것으로서
하느님 안에서 일하고, 하느님 안에서 친교하며, 하느님 안에서 쉬는 겁니다.
그럴 때 우리의 일도 기도이고, 친교나 쉼도 기도가 되고, 성사가 될 겁니다.
그러므로 주님께서는 오늘
기도 없는 일,
사랑 없는 일.
하느님 없는 일,
한 마디로 성사가 아닌 일은 하지 말라고 하시는 것입니다.
이것을 명심하는 오늘 하루가 되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