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은 주님께서 제자들에게 하시는 말씀이며
제자들을 떠나 아버지께로 가시며 하시는 말씀입니다.
다음 주가 예수 승천 대축일이기에 이 말씀을 듣는 것인데
그러니까 오늘 주님의 말씀은 제자들에게 남기는 말씀, 곧 유언인 셈입니다.
첫 번째로 남기는 말씀은 당부의 말씀입니다.
“누구든지 나를 사랑하면 내 말을 지킬 것이다.”
첫 번째 말씀이 당부의 말씀이기는 한데 우리는
주님의 당부의 이 말씀도 사랑으로 이해해야 할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나를 잊지 마라.’와 같은 자기애적인 말씀이 아니라
제자들을 정말 사랑하기 때문에 남기시는 부탁의 말씀이라는 얘깁니다.
뒤집어 생각하면 이것이 사랑의 말씀이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곧 당부란 사랑하기 때문에 하는 것이지요.
아무런 당부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무런 사랑이 없다는 표시잖아요?
물론 아무 말 하지 않아도 자식들이 잘할 것이라고 자식을 믿거나
내가 없어도 하느님께서 다 알아서 해주실 거라고 하느님을 믿기에
아무 당부의 말도 남기지 않고 떠나는 부모가 있을 수 있지만
보통의 우리 부모는 자식을 너무 사랑하기에 사랑의 당부를 남깁니다.
그러므로 “나를 사랑한다면 내 말을 지킬 것이다.”라는 말씀도
당신이 떠나고 나면 당신의 말이 무시될까 염려하여 하시는 말씀이 아니라
당신이 제자들을 위해 남기신 말씀이 제자들에게 꼭 필요한 말씀,
제자들의 구원과 행복을 위해 꼭 필요하고 그래서 아주 중요한 말씀이지요.
예를 들자면 빵 만드는 비법을 남기며 꼭 이렇게 하라고 하는 것은
그렇게 해야 빵 사업이 망하지 않고 성공할 거라고 당부하는 것과 같지요.
그런데 주님께서는 “누구든지 나를 사랑하면”이라는 말로 당부를 하십니다.
그러니까 명령이나 강요조의 당부가 아니라 호소조의 당부인 것입니다.
나는 너희를 이렇게 사랑하여 이 사랑의 당부를 하는데
너희가 내 사랑을 진정 이해하고, 내 사랑을 너희도 사랑하고 존중한다면
나의 이 사랑의 당부를 개떡같이 여기지 않고 지킬 거라는 말씀인 겁니다.
그렇습니다.
사랑을 사랑하는 사람은 지킬 것이고,
사랑을 무시하는 사람은 지키지 않을 겁니다.
당부를 하신 주님은 이제 여러 가지 약속을 하십니다.
당신 말을 지키면 이러이러한 것들이 주어질 거라는 약속입니다.
첫 번째 약속은 삼위일체적인 사랑과 현존의 약속입니다.
“그러면 내 아버지께서 그를 사랑하시고
우리가 그에게 가서 그와 함께 살 것이다.”
당신이 제자들을 떠나지만 당신을 사랑하는 제자들,
당신을 사랑하기에 당신 말을 지키는 제자들에게는
당신은 물론 아버지와 성령께서도 함께 계셔주실 거라는 약속입니다.
주님은 여기서 분명 “우리”라고 말씀하시고
“우리가 가서 함께” 살 거라 말씀하십니다.
같이 먹고 같이 거닐던 당신이 떠나시어 그런 현존은 더 이상 없겠지만
다른 식의 현존, 곧 삼위일체적인 현존이 있게 될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그러면서 성령의 현존과 역할에 대해서도 말씀하십니다.
당신이 떠나시면 아버지 하느님께서 당신 이름으로 성령을 보내주실 텐데
그 성령께서 이제는 당신 대신 가르치실 것이고,
당신이 하신 말씀도 기억하게 해주실 거라고 말씀하십니다.
다음으로 주님께서는 평화를 남기고 가실 거라고 약속하십니다.
당신이 떠나고 나면 제자들이 심란하고 당황하고 두려움에 빠지게 되겠지만
그것은 일순간이고 오래지 않아 당신이 주는 평화를 갖게 될 거라 하십니다.
이 평화는 세상이 주는 평화와는 다른 평화인데
당신이 떠나고 인간적인 온갖 홍역을 치룬 다음,
그런 다음에 찾아오는 삼위일체적인 현존의 평화일 것입니다.
오늘 우리는 주님의 이런 당부와 약속을 마음에 새겨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