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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 가운데로 나와라.”

손을 뻗어라.”

 

오늘 복음을 읽다보니 문득 돌아가신 백종순 안젤로 수사님이 생각났습니다.

수사님은 어렸을 때 화로에 손을 데어 오늘 복음의 손이 오그라든 사람처럼

손이 오그라든 분이신이지만 그 손을 감추지 않으신 분이었기 때문이지요.

 

오늘 복음의 손이 오그라든 사람은 어쩌면 그 오그라든 손 때문에

좌절의 삶을 일생 살았을 것이고,

열등감이나 부끄럼 때문에 사람들 가운데 서 본적이 없었을 거고,

사람들에게 자기 손을 뻗어 내보인 적은 더더욱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 사람을 주님께서는 사람들 가운데로 나오라 하시고,

손을 뻗어 보이게 하십니다.

그동안 본인도 수없이 그러하려고 했지만 안 됐고,

가족이나 그를 염려하는 주변 사람들이 수없이 좨쳐도

벗어날 수 없었고 나설 수 없었는데 주님께서는

그가 나서게 하시고 그 부끄러운 손을 내보이게 하신 것입니다.

 

그렇다면 주님의 무엇이 그로 하여금 사람들 가운데 서고,

자신의 손을 내보일 수 있게 하신 걸까요?

 

제 생각에 사람들이 나오라고 해서 나간 것이 아니라

주님이 나서라고 해서 나간 것이며 그러므로

그는 사람들 가운데 섰다기보다는 주님 앞에 선 것입니다.

 

사람들은 지금까지 그를 이상한 사람으로 보거나

불쌍한 사람으로 보거나

죄 지어 벌 받는 사람으로 보거나 하였을 겁니다.

 

그런 시선을 느끼면서 사람들 앞에 나서기는 누구도 힘듭니다.

그런 시선들을 느끼지 않거나 무시하지 않으면 아무도 나설 수 없는데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그런 시선을 느끼지 않거나 무시할 수 있을까요?

 

제 생각에 자기의 손을 보는 다른 사람의 시선을 느끼지 않으려면

먼저 자기가 자기의 손을 보지 않거나

자기의 손을 이상한 손으로 보지 않아야 하고,

자기의 손을 보던 시선이 다른 곳으로 향해야 합니다.

 

저희 백 안젤로 수사님이 사람들 앞에 당당히 나서고

사람들 앞에 당신의 손을 내보일 수 있었던 것은

수사님께서 바로 이럴 수 있으셨기 때문입니다.

 

수사님은 그 손을 통해서 오히려 하느님의 은총을 만났습니다.

수사님께서는 자주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하느님께서 나 같은 손 병신도 수도자로 불러주셨다.”.

 

사람들은 당신을 사람이 아니라 손 병신으로 보지만

하느님께서는 당신을 손 병신이 아니라 사람으로 보시고

더 나아가 온전한 사람, 수도자 되기에 합당한 사람으로

당신을 보신다는 것을 깨달으신 겁니다.

 

사람을 온전한 사람으로 보아주시는 주님의 사랑,

이것이 사람을 온전하게 만들고

사람들 앞에 당당히 나서게 만듭니다.

 

그러나 그런 주님의 사랑을 볼 수 없으면 헛것이지요.

주님의 그 사랑을 볼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로 겸손의 눈입니다.

이 겸손의 눈이 수사님처럼 우리에게도 있어야 함을 묵상하는 오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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