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조회 수 1653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T 평화와 선


  2015년도의 전반기를 반추해 보면, 지난 5월 30일-6월 7일까지의 제주도 올레길 피정이

단연 1위란 생각이 드니 그마만큼 진한 추억으로 남아있기 때문이리라.


  제목에서처럼 전혀 무지에서 출발한 것은, 정해진 피정비 단 20만원으로 어찌 그런 피정을

감행했을꼬?   늘 그랬듯이 먼 여행을 떠나는 길에, 계획성있게 경비를 꼼꼼히 따져보고 가야할 곳을 치밀하게 알아보고...하는 따위는 하등 나와 상관이 없었다.

  그러데도 신기하게도 비용이 꼭 20만원 밖에 들지 않았다면 뉘 곧이 듣겠는가.  

 

  올레길에로의 행보 전에  애시당초 왕복 비행기표 값을 알아보니 9만 3천원에, 조석으로 끓여먹을

누릉지와 밑반찬 3개를 준비...1식만 사먹는 걸로 해결하려고 했다.  다행히 1일 숙박비를 알아보니, 3만원 이상이 드는 육지에서와 달리 1만 5천원이라는 저렴가이기에 제주행 추진이 가능했던 것. 


  어쨌던 그렇게 시작은 하였지만, 조천읍에 당도한 첫 날부터 앞 뒤로 나누어 둘러맨 가방의 무게가 감당이 안되어 어깨가 무너지는 듯 아팠다.  그도 그럴것이 싸짊어진 먹거리에 코펠과 버너, 그리고 여름용 제일 가벼운 침낭...등이 포함되어 있었으니까...감당해야 할 내 체중은 생각도 못하고 그리 시작하였으니, 최소한 짐이라 하여도 감당량 오버는 당연지사 아니겠는가.


  다행히 첫 날 조천읍에서 다음 코스로 넘어가는 아름다운 구릉길 코스에서 은퇴하신 남스테파노 선생님 부부를 만난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천사의 도움 손길인 천우신조였다.  "아니, 어쩌자고 그 자그마한 체구에 감당하기도 힘든 이 무거운 베낭을 메고 올레길에 나섰습니까?"  남선생님의 의아해 하시는 질문과 그 표정이 지금도 잊혀지질 않는다.  어디 그 뿐인가?  다음날엔 점심때쯤 전화 연락이 와, "장장 먼 길을 걸을려면 먹기도 잘 먹어야 하니, 어디쯤 지나고 있습니까?" 하시면서 재회 후 연포탕을 사주시는 거였다.


  중간에 강정마을을 들러서는 그곳 미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평화 운동하는 분들과 함께 기지 문전 시위에도 참석...문규현 신부님 일행과 미사를 함께 봉헌하였고, 어느 자매님의 주선으로 그곳 마을 청년회관에서 3천원이라는 싼숙박비로 해결, 게다가 저녘과 아침 식사도 운동하는 분들 틈에 끼어 무척 감사드렸다.


  숲 속마다 고급 호텔로 즐비한 중문단지를 지날 때가 제일 맘에 안든 힘든 코스였고, 그곳을 벗어난 후 '왕대천 생태공원'에 들어서서는 편의와 소비의 중심에서 벗어난 자연의 숨소리에 마음껏 숨을 돌릴 수가 있어 더없이 좋았다.  문명의 이기 속에선 바글바글했던 사람들도, 그 생태공원에서는 개미새끼 하나 보이지 않았고  중심에 흐르는 풍부한 수량의 개천과 곳곳에 잘 설치된 팔각정 만이 나를 반기듯..."옳다, 오늘은 좀 춥겠지만 숙박비도 아낄겸 이곳에서 야영을 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미쳤다.  내 생애 언제 이런 야영을 할 시간이 있을까?...시간을 거슬러 옛 공부하던 시절, 넘 늦은 시각에 차가 연착한 바람에 그 복잡한 런던 빅토리아 스테이션에서 12월 초의 매서운 추위에 떨며 밤을 지새우던 추억이 새삼 떠올라 입가에 절로 웃음이 번졌다.

  그날 생태공원에서의 밤샘은 추위와 모기와의 씨름이어서 숙면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다행히 공기가 쾌적해선지 염려하던 감기에도 들지 않았고 다음 날 아침에 가쁜히 출발할 수 있어 사뭇 감사드렸음에랴!


  삼방굴사 곁 용머리에 들어서서는 '하멜 표류기' 기념으로 세워진 선박을 사진 앵글에 담으려다 배낭 하나를 내려놓은 채 그만 깜빡, 30여분 후에야 허전함을 느껴 어디엔가 두고 왔다는 것을 깨닫고는 오던 길을 되돌아가 보고서야 고스란히 있는 가방을 찾아 마음의 안도를 느낀 일도 있다.  


  마지막날 저녘 코스로 한림읍 금악리에 있는 '글라라 수녀원'으로 향하였다.  하루 6-7시간씩 걸었던 긴 여독 끝에 수녀원에 들어서니, 그제서야 마련해 주시는 먹을 것과 잠자리에 마치 '돌아온 탕자'에 나오는 아버지의 손길처럼 아늑함이었다.

  게다가 다음 날, 하루 잘 먹고 쉬어가는 것도 감사할 일인 데, 원장 수녀님은 제주 공항까지 택시비를 포함해 거급 10만원까지 주시는 거였다.  아마도 20만원이라는 저렴한 비용으로 제주 올레길을 걸었다는 형제의 무용담을 들으시고는 무척 측은하셨던 모양이다.


  늘 그랬듯이 내 인생의 특기할 만한 여정에서 감사드려할 만남들이 참으로 많아, 제주도 올레길을 향한 피정 역시 가장 진한 기록으로 남게 될 추억이 될 것이다.  하느님이 펼쳐놓으신 육지와는 너무도 다른 남양 특유 자연의 아름다운 시선들과 여러 만남들!  젊은 시절 못지않게 그 여정이 가능했던 것은 하느님의 특별한 안배가 아니었나 싶다.  감사, 감사, 감사...!!! 


생활나눔

일상의 삶의 체험을 나눕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08 각자가 걸어가는 걸어가는 길.. 걸어가는 길이 모두가 한 방향이더라도, 우리는 걸음걸이도 다르고, 지나치며 보는 것도 다릅니다. 걸어가면서 생각하는 것도 다르고, 가치관의 우선 순위도 다르... 1 honorio 2006.02.18 2296
507 아일랜드 아줌마 T 평화와 선. 답장도 잘 못해드리건만, 가끔 아일랜드에서 1년에 몇 번, 늘 기도를 잊지 않으신다는 고마움과 함께 어김없이 카드를 보내신다. 그것도 만나 뵌지 ... 2 2006.02.22 1921
506 피터에 관한 추억 오늘은 베드로 사도좌 축일이다. 베드로에 대해서 생각하다가 필리핀에서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몇 년전 안식년 기간에 잠시 필리핀에 머물렀었다. 당시에 우리 ... 김요한 2006.02.22 1994
505 여행 웅석봉 산기슭을 등 뒤로 하고 한밭으로 둥지를 옮긴지도 벌써 보름이 지나가고 있다.... 한 여름밤의 꿈처럼 짧은 한 순간 지나쳐온 그곳 세상 사람들로부터 외... 1 요십이 2006.02.26 1866
504 봄이 흐르는 소리 T 평화와 선. 3월에 들어섰는데도 춘설(春雪)이 난분분(亂紛紛)하니 고개를 갸우띵하며 봄이 오기를 학수고대! 남녘엔 벌써 매화 만발이란 꽃 소식. 명자나무 꺽... 1 2006.03.02 2051
503 인도 체험기 인도로 가는 길.... 2005년 2월 5일부터 12월 5일까지 만 10개월을 인도에서 살았다. ‘해외 교환체험’이라는 정식 명칭 있지만, 이 말은 짧지도 길지도 않은 지나... 이 프란치스코 2006.03.07 2298
502 간밤 꿈에 초롱초롱한 수많은 별을 보았더이다 T 평화와 선. 눈을 떠보니 꿈. 어쩜 그리도 맑고 초롱초롱한 별들이 끝없이 펼쳐졌을꼬...? 예사롭지 않은 꿈을 꾸는 날엔 절로 기분이 좋아 모든 것이 잘 될 것 ... 2006.03.08 2648
501 오늘 기일이신 주 콘스탄시오 형제님의 마지막 편지. 이 편지는 한국 관구의 이탈리아 선교사 형제님께서 임종 전에 남기신 마지막 편지입니다. 오늘 이 형제님의 기일을 맞아 연도를 하면서 낭독되었습니다.. 죽음을... 1 이대건안들 2006.03.13 2194
500 봄 여행에서의 만남들 T 평화와 선. 최근 두 차례나 남쪽 지방 장성 요양원엘 다녀왔다. 한번은, 봄이면 제일 먼저 꽃 소식을 알리는 산수유 꽃과 매화를 보기 위해서였고, 두번째는, ... 2006.03.28 1882
499 4월의 첫 순례 T 평화와 선. 아침 미사 끝나자 마자 성령의 바람이 불어- 전혀 계획없이 추진된 일이었으니까- 우선 새남터 성당으로 향했다. 거긴 내 학창 시절의 잊을 수 없는... 1 2006.04.01 2261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2 3 4 5 6 7 8 9 10 ... 52 Next ›
/ 52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