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2015.05.25 13:40

두 동창 녀석들

조회 수 1455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T 평화와 선

 

  지난 주간에 희비가 엇갈리는 두 소식을 접했다.

 

  그 하나는 흑석동에서 3년간 덕수상고를 함께 다닌 동창 친구 녀석이 일찍 하늘나라로 갔다는

비보(悲報)였고, 다른 하나는 초교 동창으로서 2년 전인가 암말기의 진단을 받아 죽음의 문턱에서 수술을 거부하고 강원도 오색과 양양에서 자연식을 하며 요양, 투병을 하던 녀석이 멀리 스페인의 산티야고 순례 길을 25일째 걷고 있다는 기쁜 소식을 카톡으로 여러 장면의 사진과 함께 보내 온 것이다.

 

  그런데 그 둘은 평소 삶을 대하는 방식이 너무나 달랐다고나 할까.

  둘이 다 좋은 학교를 나와, 죽은 녀석은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나와 오랜 세월 직장과 가정에 의무를 다하며 살았지만, 어쩌다 만나면 늘 부정적이고 힘든 인간관계를 털어 놓는 편이었다.  말년엔 척추 수술을 받아 다리가 불편, 보통 활동하기에도 어려움을 호소, 몇 년간은 거의 골방 노인처럼 지내왔었다.  그래도 그토록 빨리 생을 마감하다니...!

  3년간 학교를 같이 다녔고 어쩌다 만나면 이런저런 회포를 곧잘 풀었던 녀석이 먼저 영원한 안식에 들어 만날 수가 없게 되었다니, 삶과 죽음이 정말 생겼다 어디론가 스러지는 뜬구름만 같게 여겨지는 게다.

 

  후자 녀석 역시 서울고교를 거쳐 유명 대학을 졸업- 한 때 몇 년간은 뉴질랜드에서의 이민 생활을 하다가 장남으로서 부모님 공양에 소홀한 것 같다면 딸들만 뉴질랜드에서 정착해서 살도록 하였고,한국으로 귀국해, '자유 여행 수필가'라는 직업과 사업상 중동이나 아프리카...등지로 자주 여행을 하며 지내온 녀석이다.  그의 수필을 대하면, 어쩌면 그리도 국내외 오지를 찾아서 잘 다녔고 필치도 풍부한지 손색없는 문인으로서의 끼를 십분 잘 발휘하며 지내왔음을 부정할 수가 없다.  

  2년 전 암 말기로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의사들의 권유가 있었을 당시, 강릉에서의 회의 참석차 죽음의 문턱을 오가는 그를 위안하려 오색으로 방문하여 이런저런 담담한 이야기들을 나누었고, 빈들 카페에도 그런 내용의 글을 올린 적이 있다.  결국 수술을 거부하고 공기 좋은 산 속에서 자연 치유의 일환으로 열에 약한 암균과 투병- 매일 체온을 높이려 등산을 빠짐없이 하노라 설명을 하던 그였다.

  그랬던 그가 완전 쾌유되어 산티야고 순례 여정 25일 째라니...!  아마도 지금쯤 한 달 이상이 되어 다 마쳤을지도 모르겠다.  장하도다, 베드로!  덤으로 생명을 주신 하느님께 순례 길을 완주하고는 얼마나 감사, 감회가 깊었을꼬!       

 

  그렇다.  평소 가까이 해 온 두 동창 녀석들의 죽음과 생을 바라보면서, 그런 모든 것들이 나와 무관한 것이 아니라 역시 내게도 직결되어 있다는 것을 깊히 느낌에랴!

  그렇다면 결코 길지않을 여생을 어찌 지내야 할까?  '내일 죽는다 하여도 오늘 사과 한 그루를 심는' 긍정적인 도전의 자세가 필요하리라.  '거저 주신 생명 언제 거두어도' 후회가 없을 오늘, 지금을 늘 감사에 넘쳐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내일이면 연피정의 일환으로, 팽목항을 시작으로 강정 마을을 끝으로 하는 7일간의 짧은 여정을 걷기로 하였다.  신록이 짙어가는 이 푸르름에, 함께하는 자그마한 아픔도 어쩌면 호사를 누리는 것 같아 생을 굽어보시는 하느님께 마냥 죄스러움에랴! 


생활나눔

일상의 삶의 체험을 나눕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78 퐁퐁 샘솟는 연못 T 평화가 샘물처럼... 요즘 성거산엔 리모델링 작업으로 무척 조용하던 주변이 어수선하기 짝이 없고, 덩달아 해야할 일이 많아 코눈 바꿔 뜰 새가 없다. 그런던... 1 2008.06.22 1661
377 구절초의 계절이 돌아 왔군요! T 평화가 강물처럼... 어제, 서울 제기동에서의 지역회의가 있어 모처럼의 외출을 하고 새까만 밤에 돌아왔다. 날씨가 흐려서 걸어 올라오는 길이 매우 깜깜했지... 2008.09.25 1661
376 포르치운쿨라 행진 3일째 소식 나눔 도보순례 목적ᆢ기억과 회개 도보순례 장소ᆢ고당공소~ 마명리 아름다운 고당공소... 공소 신자들과 함께 주일미사를 드렸다. 신자수가 40명쯤 ... file 홈지기 2015.07.21 1670
375 연약함과 십자가 T 평화가 강물처럼 공사가 한창 마무리 단계에 있는 이곳, 비는 별로 달갑지 않은 손님이다. 그런데 오늘은 아침부터 철철 내리는 빗소리...! 농사짓는 분들에겐 ... 1 2008.06.05 1672
374 [re] 깊어가는 가을 산 http://blog.daum.net/god-nim맛세오 수사님, 저는 수사님께서 제가 정동회관에서 결혼할 때 사회를 봐 주셨던 사람입니다. 벌써 28 년이란 세월이 흘렀군요. 그 ... 아녜스 2009.10.24 1685
373 봄나물의 수난 T 온 누리에 평화 오래 전 유학 시절의 일이다. 같은 동네에 한국인 신자 가족이 있어 주일이면 우리 수도원으로 미사를 오 곤 했다. 미사를 마치고 '고사리' 얘... 2008.04.23 1696
372 인왕산 호랑이...? T 평화/ 선   이렇듯 가까운 곳에 마음만 먹으면 기꺼이 산책이나 등산을 할 수 있는 산이 있다는 건 얼마나 큰 축복인지요. 바로 지기지우(知己之友)와 같은 ... 2 김맛세오 2015.02.16 1709
371 워싱톤 자매님 T 성 프란치스코의 평화 그리고 선. 요즘 며칠간 즐거운 비명 속에 지냈다고 할까. 그제 2일 저녁엔, 요한이 엄마와 세레나 자매님이 내 생일 전야제를 마련해 주... 2008.10.04 1711
370 그때 나는 죽었습니다. 마음은 원한다. 돈, 유명세, 힘..등을 심지어 '천국(天國)'도 원한다. 그러나 마음이 원하지 않는 것이 있다. 그것은 '죽음'이다. - 물론 자살하는 사람도 있지만... idiot 2008.10.24 1734
369 좋은 인연(因緣), 작고 큰 복(福) T 평화가 강물처럼... 어젠 모처럼 시간을 내어 팔당에 다녀왔습니다. 1976년도에 영면하신 사랑하는 할머니의 화장 관계로 천주교 공원묘지의 소장... 김맛세오 2014.08.12 1736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 52 Next ›
/ 52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