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 평화/자비
그제 참으로 귀한 책 한권을 받았습니다.
몇 년동안 소식이 적조했던 인천의 로사리아(옥경) 자매님이, '가거라! 내가 너를 보낸다'라는 제목의 메리놀회 소속 최분도 선교사 신부님에 관한 소설을 한 권 보내주신 겁니다. 그야말로 착한 목자로서 어려운 시절에 한국에로의 선교사를 자청해 인천 덕적도란 섬을 중심으로 펼쳐진 자서전적 이야기- 정말 감동적인 내용이라 단숨에 절반을 읽어내려 갔습니다.
그렇지만 소설 내용에 대한 것보다, 늘 저의 심중에 잊혀지지 않는 지인으로 남아있는 저자에 대한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자매님은 예전 오랜 세월 아이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치시며 홀어머니를 모시고 지내신 분으로, 저와 친분있게 된 동기는 1985년 영국 캐터베리 시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때만 하더라도 귀국할 때까지, 그리운 고향과의 연결고리가 될 만한 것은 거의 없었지요. 예컨데 요즘처럼 중간에 그 먼 곳에서 휴가를 온다거나 성탄, 부활때 작은 선물이라도 생각해 주는...등은 언감생심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자매님 만은 그런 저의 고충을 헤아리셨는지, 토속 먹거리를 소포로 보내주신 겁니다. 한국적인 것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 중에 자매님의 그런 배려는 그야말로 감사, 감사, 감사,...! 자체였습니다. 그로부터 가끔 서신이 오고가면서 자매님이 어떤 분이시라는 걸 어렴픗이 감지하게되었고, 또한 재속회원으로서 영성의 삶을 남다르게 열심히 추구하시는 분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성품이나 건강상, 서울에 오시는 것도 힘들어 하시니 직접 뵈올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없었고 전화상으로나 짧은 서면상으로서의 만남이 전부였습니다. 소설을 쓴다는 것이 너무 힘들어, 아주 오래 전에 '개흙 열매'란 소설로 <5.16 민족 문학상>까지 받은 분에게 오랜 세월 절필을 하실 수 밖에 없다는 고충도 들을 수 있었고, 어쩌다 전화 통화상으로 들려오는 아이같은 밝은 목소리가 반가왔습니다. 소설을 쓰시는 대신 본당에서나 재속회 활동에 열성적이신 자매님의 영성을 멀리서나마 지켜보며 흐뭇했지요.
그런 분의 이번 소설은, 역시 소설가로서의 풍부한 자질과 함께 제가 흠모하는 분으로서의 쾌거가 아닐 수 없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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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한 분의 작가, '김예나' 자매님은 위 자매님과 비숫한 연배로서 오랫동안 파킨스 병을 지녀오시면서도 문예활동을 게을리하지않으시는 존경할 만한 분입니다. 몇년 전 영면하신 괴팍한 시어머니를 오랜 세월 모시느라 진이 다빠지셨을텐데도 착하기 이를 데 없어 세 자녀들로부터는 지극정성 효성을 받으시며, 극심한 건강의 와중에도 필을 놓지않으시는 현재진행형 문예인!
똑같은 연배이신 '박안나' 자매님이란 시누이 덕분에 알게 된 분이고요. 시누이 올케지간이라면 통상적으로 사이가 별로인데 반하여, 이 두 분은 마치 친자매 이상으로 절친 관계여서 어쩌다 뵈오면 얼마나 흐뭇한지요!
이 자매님의 대표적인 소설로 '흰소가 강을 건너는 뜻은'이란 가난하기 짝이 없는 '이중섭' 화가에 관한 자선전적 소설. 며칠 전에도 파킨스 병에 관련된 수술을 받으시어 병문환을 갔었습니다. 환자같지않으신 천진한 아이같은 표정의 자매님의 밝은 표정과 친구같은 시누이, 그리고 간호하는 큰 딸과 함께 담소를 나누어 즐거웠습니다. 그 후로 많이 좋아지셨다는 건강 소식에 기뻤고요.
그렇습니다. 위 두 소설가와 저와의 깊은 인연은- 두 분이 다 어려운 처지에서도 영성의 깊은 삶을 살아가시는 귀감이 되는 분들이기에, 무엇보다도 평소 서로 기도의 소통이 잘 되는 것이지요. 내 인생여정에서 늘 존경이 가지는 두 분- 내노라하는 소설가이기 전에 참 좋은 품성을 지닌 열심한 신앙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