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조회 수 1464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T 평화와 자비


비가 오는 창 밖을 물끄럼히 내다보노라니

떨어지는 낙숫물처럼 상큼하게 떠오르는 가까운 추억들... 

며칠 전 저희 5명의 형제들이 걸었던 섬진강변 벗꽃길들이 화사하게 피어오릅니다.

화무십일홍(花舞十日紅)이라지만, 제 가슴에 핀 그 꽃들을 아마도 평생 잊지못할 화사함으로 남아 있을 겁니다.

세상에 걸었던 숱한 길 중, 하많은 좋은 길을 걸어왔지만

발길이 가지는 곳마다 각기 다른 모습, 다른 빛갈로 다가 온...섬진강변 그 길들...


걸으면서 확 트여진 시야에 많은 것들이 보였습니다.

강 뚝으로 정비된 자전거 길이 잘 나 있어, 자전거 타는 일이 운동은 되겠지만

앞만 보고 달리는 길에 좌우 살펴 볼 여유가 없다는 것이 흠이란 생각이 듭니다.

 

옹기종기 모여있는 시골 마을이 더없이 정겨웠고, 가깝고 멀리 펼쳐진 낮고 높은 산들을 보면서

어느 화가나 조각가도 흉내낼 수 없는 온통 수놓아진 자연 예술에 탄복!

저 역시 그런 대자연 속 한 점 작은 생명일 뿐이라는 것.


한 번은 제법 넓고 깊은 강가를 걸으면서, 수 미터 떨어진 거리였건만 큰 물고기가 가만히 쉬고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습니다.  짓꿎은 아이로 돌아 간  한 형제 왈-

     "와, 엄청 크다!  돌맹이로 한 번 맞춰볼까?"  "아니, 뭔 소리여!  아서여, 놀래키면 쓰나요?"

그렇게 만류를 하면서 자세히 내려다 보니, 월척은 훨 넘을 성 싶었습니다. 

바로 옆 낚시꾼인 백로는 그림의 떡인 양 물끄러미 바라만 볼 뿐 엄두를 못낸 채 미동도 하지 않고 있더군요.


아름다운 곡성 지방을 지날 때는 걷는 길마다  벛꽃 천지였고요.

때로는 미풍에도 마구 흩날리는 꽃잎이 마치 신명이 난 꽃사위 춤만 같았습니다,

우리들 마음도 덩달아 꽃잎이 되어 한 마당 더덩실 춤을 추 곤 하였으니까요.

곡성을 지나 어느덧 가랑비가 내리기 시작하였을 즈음,

가랑비 내리는 빗길 역시 각기 우비를 뒤집어 쓴 우리들은 상하교길 이아들마냥 상기된 기분이었습니다.

그렇게 기도를 하며 자연을 찬미하는 와중에

가로수 꽃잎들 역시 속살거리며 함께 찬미 기도를 하는 모습이 참으로 예쁜 거 있죠.

콧등에 간드리는 물방울은, 방울 방울이 생명수요 섬진강물이었고 이 나라를 찾아 준

고귀한 하느님 손님이라, 감사지정에 눈물인지 빗물인지 분간이 안되었답니다.      

    

참, 정작 섬진강 이야기는 빠뜨렸네요.

상류에서는 강 가운데나 옆에 작고 큰 바위, 돌들이 많아, 쉬임없이 흐르는 물과 이야기 하는

재잘거림에 심심할 여유가 없었고요,

중간부터 하류의 긴 여정에서는 곳곳에 하이얀 모래벌과 모래섬들이 쌓여있어

강과 오랜 세월 쌓아 온 사연과 연륜이 들리고 보일 듯 하였습니다. 

그 옥색 강물과 모래섬들의 조화로움은, 섬진강에서 느낄 수 있는 섬섬옥수(纖纖玉手)의 자태만 같아

그곳 아름다움의 백미라 하여도 과언이 아닐런지요.

매해 장마나 수마가 핡키고 지나간 자리에도 어쩌면 그리 고운 자태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건지!


강 건너 멀리 멋지고 웅장한 지리산 자락이 잘 보였고,

최참판댁 마을로 유명한 악양을 거쳐 매화마을 앞을 지날 적에는 이미 꽃이 지어

꼼지락거리는 아기들 모양의 매실이 튼실히 익어가고 있었습니다.

하동에 들어서니, 노오란 유채꽃이 넓은 공원에 선보였고,

섬진다리 바로 옆 울창한 송림숲이 자랑스레 반기는 겁니다.

전라도 땅, 망덕포구를 끝으로 걸어걸어 6일간 150Km 길이었건만

그 길은 결코 길지않았으니, 시냇물, 돌, 바위, 강, 산, 숲, 마을, 모래,...의 형제 자매들이 들려주는 속삭임에 매료되어

결코 시간가는 줄 몰랐으니까요.  

  


생활나눔

일상의 삶의 체험을 나눕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13 노루귀와 크로커스 T 누리에 평화!   꽃샘추위에도 계절은 어김없이 찾아 와 봄이 짙어가고 있다. 아마도 저 아래 남쪽 제주도엔 유채꽃이 한창이겠고, 광양  매화마을이나 그쪽 ... 김맛세오 2015.03.17 1277
112 너무 늦은 밤, 혹은 이른 새벽에 너무 늦은 밤, 혹은 이른 새벽에 시간을 보고 자야겠다 싶었습니다. 항상 다음 날이 걱정이기에 해야 할 의무처럼 침대에 누워 스피노자의 사과나무처럼 자명종을... 1 honorio 2006.01.23 4100
111 내면의 아름다움 T 평화/선 여기 성거산에서 살면서 가끔 천안이나 서울...멀리 외출을 하게 되면 오가며 이런저런 사람들을 스치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고, 때로는 측은지심에 ... 2 2008.06.03 1934
110 내 친구, <병두>의 세례 T 평화가 강물처럼 흘러 흘러. 지난 주일은 유난히 기뻤던 날. 멀리 청학리(남양주군)에 사는 친구, 병두의 영세식이 있었다. 걷고 뻐스 타고 지하철을 몇번이나 ... 3 2007.02.13 2418
109 내 인생의 페이스 T 온 누리에 평화를...  과연 인생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우리가 살아가면서 이에 대한 확실한 정답은 없겠지만 그렇다고 결코 무심할 수 ... 김맛세오 2017.06.20 1196
108 내 인생의 소중한 인연들 T 온 누리에 평화   아마도 살아가면서 인간관계나 하는 일에 있어서 많이 회자되는 것 중의 하나가  인연(因緣)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애초에 불교에... 김맛세오 2014.12.16 1526
107 내 인생의 네 잎 클로바 T 평화/ 선   예기치 않게 얻어진 것을 일컬어 '행운'이라고들 하지요. 그러나 알고보면 그 행운의 밑바탕엔 하느님 안배하심이 깔려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 김맛세오 2014.03.23 2437
106 내 인생여정에서 만난 소중한 두 분, 작가(소설가) T 평화/자비   그제 참으로 귀한 책 한권을 받았습니다.   몇 년동안 소식이 적조했던 인천의 로사리아(옥경) 자매님이, '가거라! 내가 너를 보낸다'라는 제... 김맛세오 2017.01.10 1301
105 내 마음의 고향 T 온 누리에 평화.  사람은 누구나 한 두군데쯤 마음 속에 품어 둔 고향이 있어, 그 그리움은 그의 삶에 있어서 행복과 직결되어 있음을 알 수가 있다.    그... 김맛세오 2017.11.20 1296
104 내 마음의 갈릴래아 내 마음의 갈릴래아“갈릴래아로 가실 터이니… 그분을 거기에서 뵙게 될 것입니다”(마르 16,7).             1   나자렡 예수의 고향 갈릴래아, 제자들과 고기를 ... 고파울로 2024.03.31 110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 37 38 39 40 41 42 43 44 45 46 ... 53 Next ›
/ 53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