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조회 수 1152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T 평화가 그대들에게...


  정원에 피어나고 있는 꽃 사진을 앵글에 담으려니

  유난히 할머니, 엄마의 모습이 그리워진다.


  늘 초봄이면 텃밭의 흔한 꽃들이지만 할머니는 요런저런 꽃씨들을 뿌리셨다.

     "할머니, 요건 무슨 씨예요?  조건 백일홍 씨라고요? 빨강이 예뻐요, 노랑이 예뻐요?  채송화 씨는 왜 이케 작아요?

     뒤켵의 복숭아 꽃도 곧 발그스레 피겠지요?  앵두는 언제쯤 익나요?..."

  궁금한 게 너무도 많아 끊임없이 질문하는 손자에게, 할머닌 그때마다 주름지신 웃음 꽃으로 한번도 귀찮은 기색없이

답변을 잘 해 주셨다.  그때의 피어오르는 영상들은 모두가 공통점이 있는데, 늘상 기다려야 나타나시는 엄마처럼

무언가 가득한 그리움들.  온 누리가 연초록으로 변할 대자연의 변화에, 어쩌면 꼬맹이의 작은 가슴에도 그렇듯 연한 초록빛 물감이 자꾸만 자꾸만 채색되어 가는 것이다.  

  뒷 산 산새들도 어디선가 겨우내 자던 잠을 깨우고 고요하기만 하던 정적을 이따금 깨뜨리면,

     "할머니, 왜 새들은 겨우내 어디에 있다가 봄이 되면 나타나는 거지요?"

     "인석아, 겨울엔 추워서 잠을 자야 했거던.  이제 따사한 봄이니까 소풍나오기 시작한 거구."


  자연의 모든 것은 그렇게 아잇적부터 특별한 감수성으로 다가왔고, 그 시절부터 무한한 경외심으로 익어갔나 보다.



  엄마에 대해선 어땠을까?  엄마는 직장에 다니시어 저녘 땅거미질 무렵에야 볼 수 있었고 다음날 새벽이면 출근하셔야 했던 고로...

  그래선지 밤의 잠자리, 엄마의 가슴은 늘 고사리 손의 전부일 수 밖에.

      "오늘 낮에 뭐하고 놀았니?"

      "응, 할머니하고 화단 가꾸었어요.  뿌린 씨들은 몇 밤을 지나야 세상에 나오나요?  얼릉 보고픈데...!"


  그런 엄마는 쉬시는 주일이면, 부지런하시어 고단하신 기색도 없이 새벽부터 대청소며 밀린 집 안의 큰 일들로 온통

발칵 뒤집어 놓곤 하셨으니, 모든 엄마들이 다 그런줄 알았다.

  저녘 퇴근 시간이면, 늘상 고개를 치어들고 멀리 고갯길을 이제나 저제나 나타나시려나 학수고대하던 내 모습!

그래선지 지금도 꿈 속에 엄마의 존재는 매양 그리움, 기다림의 연속이어서 제대로 맘 편히 만나지는 법이 없다.           


  아까시아 향기가 짙어질 이맘때면, 솔솔 한강변에서 밀려오는 할머니, 엄마의 그윽한 향그러움!

  어쩌면 두 분은 내 삶에 속한 전부였기에, 곁에 있는 자체가 행복이었으리.

     

  어버이 날인 오늘, 이렇듯 정원에 눈길을 보내노라니 늘상 그 자리에 서 있는 나무들이며 한 땀 한 땀 손길이 간 꽃들이 화사한 요정처럼 할머니와 엄마에 관한 많은 이야기들을 속삭여 준다.  그리고 흙이나 작고 큰 돌맹이와 바위들이 서로를

나누는 깊은 우정이며, 흙 속의 지렁이들도 때를 만나 꼼틀거리는 양이 그렇게 미더울 수가 없어, 도심 속 시골스러움이 잘 어우러진 기적이 아닌가 싶어진다.  생명에 대한 경외심과 신성한 믿음이 이 작은 정원에 가득찬 모습!


  아득한 기억 속에 되살아 오는 어릴적 회상에 대한 다양한 영상들!  어른들의 사랑으로 더없이 폭은했던고향과 어린 시절!  마치 시간을 잊은 채 조용히 마주해 있는 멧비둘기 한쌍과 까치도 좀체로 자리를 뜨지않으려는 마냥 한가한 지금의 모습.  어쩌면 먼 과거일지라도 현재와의 사이에 내 자신을 의식할 수 있는 시간은, 한바탕 꿈을 꾸는 꿈처럼 놀랄만큼 짧다고 해야 할까. 

  그래서 할머니와 엄마의 존재가 늘 곁에 계시는 건 아닐까.


생활나눔

일상의 삶의 체험을 나눕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78 추억 사진 T 온 누리에 평화를...   오랫만에 페북(Face book)을 통해, 바로 밑 사촌 동생이 안부를 묻는 짤막한 글과 함께 가족 사진을 올렸다.  그 녀석 식구들은 흑석... 김맛세오 2017.09.12 1092
77 추억 사진 이야기 예전의 엘범 사진을 보노라면 그때의 일들이 어제처럼 생생히 떠오릅니다. 그해 저는 선배되시는 '신베드로' 형제님(수사님)과 함께 오대산엘 갔었답니다. 방학 ... file 김맛세오 2014.07.14 1915
76 추운 건 싫어! T 평화/선 바야흐로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되었다. 오늘 아침 기온이 0도 정도는 되겠다 싶게 성거산 역시 온통 냉냉한 기압으로 겨울에로의 돌입 상태. 그 많은 ... 2008.11.17 2006
75 춥지만 훈훈한 겨울... T 평화가 온 누리에 가득. 그제는 성거산에도 첫 눈이 내렸고 어찌 긴 추운 겨울을 날꼬...걱정했었는데, 쌓아놓은 장작이 없어도 (실은 악양으로 간 형제가 마른... 1 2007.11.22 2094
74 친 자매같은 시누이와 올캐 T 한아름 가득한 평화 며칠 전 정동으로 올라 온 저를 보러 두 자매님들이 다녀 가셨지요.. 성 다미아노 집에서 함께 차를 들면서 오랫만의 해후를 허심탄회하게 ... 김맛세오 2012.02.28 2555
73 친 자매같은 시누이와 올캐 T 한아름 가득한 평화 며칠 전 정동으로 올라 온 저를 보러 두 자매님들이 다녀 가셨지요.. 성 다미아노 집에서 함께 차를 들면서 오랫만의 해후를 허심탄회하게 ... 김맛세오 2012.02.28 2847
72 친구가 있어 행복하지 아니한가! T 평화/ 선 천안행 지하철- 흔히 눈에 띄는 일 중에 삼삼오오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모여서 어데론가 가시는 모습들을 종종 목격하게 된다. 아마도 가까운 온양이... 2 2007.03.10 2272
71 타래난초 T 온누리에 평화 벌에 쏘여 퉁퉁 부은 오른 팔이 회복할 기미가 없더니 설상가상으로 감기 몸살까지 와 고전을 면치 못하는 요즘. 아마도 풀뽑느라 여념이 없는 ... 김맛세오 2011.07.12 2756
70 타박타박...나의 길 T 평화와 자비   시간만 나면 워낙 걷기를 좋아하니 이런 생각도 해 본다.   하기사 <안식년>을 지내기로 허락을 받은 올 해엔, 국내 전국 둘레길이며 성지... 김맛세오 2016.01.13 1359
69 텃밭 가꾸기 T 평화의 세상 정동으로 옮겨 온 이후 제일 먼저 손을 댄 것이 정원의 잔디밭입니다. 잔디만 심어 놓고는 전혀 관리가 되지 않은 터라 풀들이 제 세상 만나 잔디... 김맛세오 2012.06.19 3282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 40 41 42 43 44 45 46 47 48 49 ... 52 Next ›
/ 52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