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조회 수 77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T 온 누리에 평화를...


늘 겨울 옷을 누덕누덕 걸치고, 나의 행로에서 서성거리는 그 모습은 대할 때마다 그 유명한 이태리의 거지 성자, 분도 라브로를 상기하게끔 한다.

물론 가끔 대하는 이 행려자는 정신적으로 온전한 사람의 삶은 아니지만, 라브로 성인은 오로지 하느님을 향한,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을 스스로 깊게 체득하려, 처음엔 수도원 문을 두드렸지만, 지나친 열심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성소 판정을 받아 그 생활을 포기하고는, 일생을 거지로서 이태리 전역을 떠돌아다니며 온갖 고난의 삶을 살았던 분이다.

성인이 어쩌다 어느 성당에 들러 주님을 향한 열정으로 조배라도 할라치면, 신자들은 그 꽤재재하고 지독한 냄새가 나는 거지 행색에, 성인과의 가까운 자리를 피하기가 일쑤였단다. 또 거리를 가다가 노닐고 있는 동네 아이들이라도 마주치면, 영락없는 거지꼴에 침을 뱉거나 놀림을 당했으니,그런 상황에 그는 예수님의 수난을 묵상하며 오히려 웃으면서 감사드렸다니...!

암튼 내가 자주 대하는 그 행려자가 평소에 하릴없이 왔다갔다 하는 모습이더니, 오늘은 대로변 한 귀퉁이에서 곤하게 잠에 빠져있다.
"아하, 주님, 성서의 말씀대로라면, 이 행려자야말로 직천당에 가야 할 거지 성자 분도 나자로와 같은 분이 아닐런가?" 이런 묵상을 하며, "예수, 마리아여, 당신을 사랑하오니 이 행려자의 영혼을 따뜻이 돌보소서!"라는 맹랑한 기도를 올리게 되는 거다.

겉으로 보이는 각 사람의 행각은 아무도 판단할 수가 없다. 이 행려자 아저씨도 어느 가정에서 태어날 적에 남부럽지않은 귀한 아들 대접을 받고 자랐으리라.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든 사회적 구조에 의해 내몰림을 당한 약자임에 틀림없고, 가여운 처지로 저렇듯 행려자의 신세로 지내는 것이 아닌가?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상황에서도, 연민의 눈과 마음을 모두어 기도드려야 할 때가 참으로 많다. ㆍ


생활나눔

일상의 삶의 체험을 나눕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8 새하얀 구절초 꽃이 만발했네요!!! T 평화와 선. 새벽 동이 틀 무렵이면 제일 먼저 이미 하늘 품으로 가신 형제님들의 무덤가를 찾는다. 주변에 별을 뿌려놓으듯 새하얗게 만발하기 시작한 구절초 ... 2 2006.10.04 2313
37 정의 평화는 어디에서부터 이뤄져야 할까? T 평화와 선. 언젠가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정의 평화"에 관한 주제로 대화가 오고 가는 사적인 자리에서, 곁을 지나치던 내가 한마디 툭 던졌다: "뭐라해... 1 2006.10.03 2037
36 밤따기 이야기 T 평화와 선. 별로 눈에 띄지 않던 성거산의 밤- 막상 따려고 나서니 길 가에만도 제법 많은 그루의 밤나무들이 알알이 밤송이를 터뜨리고 있다. 키 큰 김 프란..... 2006.09.30 2160
35 알라스카의 변(變) T 평화와 선. 처음엔 그랬다: "그 추운 동네엔 뭣하러 간다요...비싼 여비를 들여가면서...? 가실려면 두 분이나 다녀 오셔요." 지난 여름(6월 중순경) 숙모님의 ... 4 2006.09.22 2155
34 성거산 가족 T 평화와 선. 여기 성거산 수도원엔 내가 내려온 이후로 단 둘 뿐이다. 그것도 세라..형제가 일로 외출이 잦아 거의 외톨이로 있을 때가 많다. 그 깊은 산중에 적... 3 2006.09.21 2003
33 '...모든 성인의 통공을 믿으며...' T 평화를 빕니다. 성거산(聖居山)의 가을- 높고 맑은 하늘과 단풍들기 직전의 한껏 푸르름은 마치 내 인생 여정을 반영이나 하듯 맘껏 기지개를 켜는 시원함이다.... 6 2006.09.13 2517
32 깊은 산 속 친구들과 함께 T 온 누리에 평화를... 조용하기 이를데 없는 환경을 '절간'같다고들 한다. 어제 이곳 '성거산 수도원'으로 내려와 첫 하루를 묵었다. 복잡다단한 도시에서의 삶... 2 2006.09.12 2081
31 여정을 마치고... T 평화와 함께 한국을 떠난지 꼭 2달 10일 만에 이제는 가장 편안한 내 고향 서울, 제자리로 돌아왔다. 이번 여정에서 만난 사람들과 다녀 본 곳곳을 통해 내 인... 2 2006.09.08 1797
30 얼마나 힘들까...! T 평화와 선. 워싱톤의 "안티모' 형제를 만났다. 우선 언어 연수에 임하고 있는 형제에게서 느낀 역역한 힘든 모습! 익숙치 않은 외국과 언어에 적응하느라 얼마... 2 2006.07.26 2069
29 멀고 먼 곳에서... T 평화를 빌며. 참으로 세상 일은 한치 앞을 내다 볼 수가 없다. 한 달 전만 하여도 나는 분명 서울의 한복판인 정동에 있었고, 지금은 지구의 반대편인 뉴욕에 ... 2 2006.07.21 1947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 43 44 45 46 47 48 49 50 51 52 Next ›
/ 52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