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2006.06.03 21:46

할머니와의 데이트

조회 수 2405 추천 수 0 댓글 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T 평화와 선.

참, 대단한 분!
이씨 조선 왕가 마지막 손의 며느님으로서
그 강직함에 손색이 없으신 '쥴리아' 할머니!

84세의 노구에다 한 쪽 손이 마비되고 한 번 움직이시려면
몸 전체를 앞으로 미는 최어에 의지하셔야 하면서도 힘겨운 내색을
전혀 안하시고, 지금도 여전히 그림을 그리시며 온갖 곳엘
다 다니시는 열정이 넘치는 분!
그 쥴리아 할머니가
또 다시 하와이에서 날아 오시어 한동안 서울에 기거하고 계신다.

어제 할머니의 청으로 인사동 나들이에 나섰다.
내가 입고 다니는 개량 한복이 맘에 드신다고 비슷한 걸로
사 입고 싶으시단다.
할머니의 걸음에 보조를 맞추느라 진짜 거북이처럼 앞장서도
저만큼 뒤쳐지시는 할머니를 뒤돌아보며,
예전 엄마와의 데이트가 생각났다. 엄마 역시 그러셨으니까...

내가 알고있는 '원지 한지집'에 들러 한국의 전통 옷을 입은
신랑 각시 모양을 한 선물도 몇개 사시고, 이것저것 볼거리가 많은
인사동 거리를 걸으시면서 할머니는 마치 오랫만에 시골장을 찾은
아낙네나 어린아이처럼 마냥 호기어린 눈치셨다.
관광객들로 붐비는 거리에 보행이 엄청 힘드실텐데도
참으로 십몇년 만의 외출이시라면서 마냥 좋아하시는 할머니!!!
여러 가계를 들러 안국동까지 가서 어찌어찌하여 겨우 맘에
드시는 황토색 개량 한복을 고르실 수 있었다.
그 와중에 많이 걸었다싶어 젊은 나는 피곤해서 죽겠는데,
할머니는 그런 기색은커녕
"몸이 불편한 나를 보면 좀 덜 피곤할 텐데..." 하시는 데는
피곤해도 할 말을 잊어야 했다.
그리곤 맥도널드 집에 들어가 맥플러리 녹차 아이스크림 한개씩을
먹으면서- "요즘 웰빙 바람에 사람들이 커피보다는 녹차를 많이
선호하는 것 알지요?" 하시며 맛있다고 흡족해 하시는 할머니!

인사동 쇼핑도 모자라,
꽃 이야기가 나오자 이제는 내친김에 종로5가 꽃시장에도 가자시니,
창가에 제라늄을 놓고 싶으시단다. 나는 이제 그만 집으로 갔으면 싶었는데, 꽃시장에 이르러 1-2개도 아닌 5개의 제랴늄 화분을 사시고 나셔야 정동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6월 6일,양양 글라라 수녀원 축성식 이야기를 들으시고는
할머니는 그 불편한 몸에도 먼 그 곳까지 참석하시겠다는
약속을 하시고야 헤어졌다.

"그래요, 할머니,
제가 힘이 좀 들더라도
어찌 할머니같은 분의 열정에 손사래를 칠 수 있겠어요.
며칠 후, 양양이 아니라 할머니가 가고파 하시는 동해안 바닷가에도
가시고 주문진 어시장은 물로 삼척에도 가 드릴께요.
그래서 할머니가 그리고 싶으신 그림들을 맘껏 화폭에 담아 보시지요.
쬐만한 제 조력이 할머니께 보탬이 되는것도 그리 싫지는 않지요.
왜냐구요? 할머니의 열정에 제가 뿅 갔거든요."

생활나눔

일상의 삶의 체험을 나눕니다.

  1. No Image

    심성이 고우신 나의 이모(부)

    T 온누리에 평화를 빌며... 얼마전에 이모(부)님이 성거산엘 다녀 가셨다. 작은 이모님도 함께... 김치,달랑 무김치,김,북어찜,...등 바리바리 싸가지시고... 깊은 산중으로 들어간 조카의 신변이 저으기 걱정이 되셨던게다. 뭘 해먹고 지내는지, 직접 밥을 지...
    Date2006.10.12 By Reply4 Views2566
    Read More
  2. No Image

    새하얀 구절초 꽃이 만발했네요!!!

    T 평화와 선. 새벽 동이 틀 무렵이면 제일 먼저 이미 하늘 품으로 가신 형제님들의 무덤가를 찾는다. 주변에 별을 뿌려놓으듯 새하얗게 만발하기 시작한 구절초 꽃이 일부러 심어도 저렇듯 가즈런히 배열을 못해 놓을 터인즉, 어쩜 저리도 아름답게 피었을꼬! ...
    Date2006.10.04 By Reply2 Views2320
    Read More
  3. No Image

    정의 평화는 어디에서부터 이뤄져야 할까?

    T 평화와 선. 언젠가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정의 평화"에 관한 주제로 대화가 오고 가는 사적인 자리에서, 곁을 지나치던 내가 한마디 툭 던졌다: "뭐라해도 정의 평화는 세상에 대해 요구하기보다는 먼저 자기 자신 안에서 정의 평화가 이뤄져야 한다."...
    Date2006.10.03 By Reply1 Views2051
    Read More
  4. No Image

    밤따기 이야기

    T 평화와 선. 별로 눈에 띄지 않던 성거산의 밤- 막상 따려고 나서니 길 가에만도 제법 많은 그루의 밤나무들이 알알이 밤송이를 터뜨리고 있다. 키 큰 김 프란...형제를 앞세워 밤서리에 나섰는데, 경험이 많은 형제의 익숙한 장대 놀림에 후드득 후드득 떨어...
    Date2006.09.30 By Reply0 Views2180
    Read More
  5. No Image

    알라스카의 변(變)

    T 평화와 선. 처음엔 그랬다: "그 추운 동네엔 뭣하러 간다요...비싼 여비를 들여가면서...? 가실려면 두 분이나 다녀 오셔요." 지난 여름(6월 중순경) 숙모님의 초대에 나는 시쿤둥하게 답해 드렸다. 공연히 비싼 여비를 들여가면서...라는 푸념도 들었지만, ...
    Date2006.09.22 By Reply4 Views2169
    Read More
  6. No Image

    성거산 가족

    T 평화와 선. 여기 성거산 수도원엔 내가 내려온 이후로 단 둘 뿐이다. 그것도 세라..형제가 일로 외출이 잦아 거의 외톨이로 있을 때가 많다. 그 깊은 산중에 적적해서 어떻게 지내느냐?...는 질문을 받지만, 그건 내 사정을 전혀 모르고 하는 질문이다. 우선...
    Date2006.09.21 By Reply3 Views2018
    Read More
  7. No Image

    '...모든 성인의 통공을 믿으며...'

    T 평화를 빕니다. 성거산(聖居山)의 가을- 높고 맑은 하늘과 단풍들기 직전의 한껏 푸르름은 마치 내 인생 여정을 반영이나 하듯 맘껏 기지개를 켜는 시원함이다. 성거산은 우리 수도원이 들어서기 이전부터 대전교구 소속 줄무덤 성지로 유명한 곳. 성거산이...
    Date2006.09.13 By Reply6 Views2532
    Read More
  8. No Image

    깊은 산 속 친구들과 함께

    T 온 누리에 평화를... 조용하기 이를데 없는 환경을 '절간'같다고들 한다. 어제 이곳 '성거산 수도원'으로 내려와 첫 하루를 묵었다. 복잡다단한 도시에서의 삶이 갖가지의 소음 공해 지옥이라면, 이런 곳은 우주 창조 때부터 이어져 내려 온 원초적인 모습대...
    Date2006.09.12 By Reply2 Views2093
    Read More
  9. No Image

    여정을 마치고...

    T 평화와 함께 한국을 떠난지 꼭 2달 10일 만에 이제는 가장 편안한 내 고향 서울, 제자리로 돌아왔다. 이번 여정에서 만난 사람들과 다녀 본 곳곳을 통해 내 인생에 또 하나의 커다란 획이 그어졌음에 가슴 시원하고 감사드려야 할 일들이 더욱 많아졌음에랴!...
    Date2006.09.08 By Reply2 Views1815
    Read More
  10. No Image

    얼마나 힘들까...!

    T 평화와 선. 워싱톤의 "안티모' 형제를 만났다. 우선 언어 연수에 임하고 있는 형제에게서 느낀 역역한 힘든 모습! 익숙치 않은 외국과 언어에 적응하느라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을까. "동병상린"이라, 똑같이 겪었던 나의 오래 전 경험이 되살아 나, 형제가 ...
    Date2006.07.26 By Reply2 Views2087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 44 45 46 47 48 49 50 51 52 53 Next ›
/ 53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