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 평화가 강물같이.
나 어릴 땐,
동작동에서 바라다 본 한강이
지금과는 전혀 달랐다.
어쩌면 흘러가버린 과거를 기억하는 건
영영 되돌릴 수 없는 허구일런지도 모른다.
기억이 과거의 실체가 아니라 현재의 의식 작용일 뿐일지라도
기억할 수 있는 현재라는 것이
더 없이 소중함으로 다가온다.
상실된 과거로만 치부하면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눈을 감는 날까지
그러한 좋은 추억들이 있기에
하느님께 감사해야 할 무수한 현재의 시간도
매우 소중하게 누릴 수 있는 게 아닐까...
그것은 과거가 없는 현재가 없고
현재가 없는 미래가 결코 주어질 수 없기에
어쩌면 셋은 나 라는 존재 위에 하나이기 때문이리.
* * *
난 겨울만 되면 추위를 몹시 탔지만
가끔 할아버지 손에 이끌려
꽝꽝 얼어버린 한강을 건너 백사장엘 가곤 했었는데
의식이 있기 시작한 어린 눈에
그런 볼거리는 그야말로 놀라운 신천지였다.
(당시에는 한강이 3/1정도, 백사장이 용산 쪽으로 3/2정도는
차지했었다. 그러던 것이 언제부턴가부터 그 모래들을 건축 자제로
쓰기 위해 퍼가버렸기에 그 넓던 백사장이 신기루처럼 사라져버렸던 것. 그 많던 한강의 모래알들은 시간과 역사 속에 묻혀버린 그리움의 점점들...일까)
그러면 어김없이 강태공들이
동그랗게 아니면 커다란 직사각형으로 얼음을 깨고
그 속에 낙싯대를 드리운 모습이 눈에 띄었다.
때로는 고기 망태에 속살까지 드러난 투명한 고기가 잡혀 있었는데
지금 생각하니 그것이 바로 빙어였으리라.
어떤 낚시꾼은 아예 옆에다 초고치장을 준비해 놓고는
잡히는대로 맘껏 산채로 찍어먹는 모습도 보였고,
할아버지께도 권하는 인심 좋은 낚시꾼도 있었다.
한편 종종 아이들이 썰매를 지치다가
그 구멍난 낙시터에 퐁당 빠져버려
시체도 못찾는 참사가 일어나기도 하였으니,
낚시터는 겨울의 위험천만한 함정이기도 했다.
그리고 동작동 집에서 바라보이는
잊을 수 없는 정경이 또 하나 있으니,
그것은 저 멀리 용산이나 이촌동, 동빙고 쪽에서
한강을 끼고 내달리는 기차였다.
기차는 달리면서 늘 아련한 연기를 뿜어내며
"칙칙폭폭, 웩웩...!!!" - 아마도 석탄이나 증기 기관차였나 보다-
소리를 질러 대었는데,
그 소리는 내 의식 속에 가장 깊이 자리한
향수의 소리만 같아 지금도 가끔 기차가 지나가는
영상이 뇌리를 스칠 때마다 꿈많던 소년의 시절로 달려간다.
또 잊을 수 없는 것이 있으니-
겨울 이맘때면 으례히 한강 위로 떼를 지어 날아가는 철새들.
기러기 떼가 날아갈라치면 어쩌면 그리도 멋진 열을
질서정연하게 지으며 날아갈 수 있는지,
뉘 일부러 비행 연습을 시켰을리도 없을 터인 즉,
지금도 참으로 자연의 신비함을 느낀다.
"저기 가는 저 기러기, 엽서 한 장 써 주세요..."라는 노랫말처럼
기러기가 날아갈 때면 으례히 우체부와 소식을 떠오리곤 했다.
내 추억은 의식과 더불어
내 사랑하는 할아버지가 뒷 짐을 짓고 걸어 가신다.
때로는 이 손자의 조막손을 지그시 잡으신 채,
따스한 체온과 함께 두텁게 얼어버린 한강 위를
걸으시며 온갖 겨울 풍물을 구경시켜 주신 내 할아버지!
그 할아버지가 불연듯 그러워지는 겨울,
사철중 제일 싫은 겨울이면서도
내 곁엔 늘 손자 사랑이 가득하신 따뜻한 할아버지가 계시어
추워도 겨울은 늘 가슴이 따뜻해지는 계절.
나 어릴 땐,
동작동에서 바라다 본 한강이
지금과는 전혀 달랐다.
어쩌면 흘러가버린 과거를 기억하는 건
영영 되돌릴 수 없는 허구일런지도 모른다.
기억이 과거의 실체가 아니라 현재의 의식 작용일 뿐일지라도
기억할 수 있는 현재라는 것이
더 없이 소중함으로 다가온다.
상실된 과거로만 치부하면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눈을 감는 날까지
그러한 좋은 추억들이 있기에
하느님께 감사해야 할 무수한 현재의 시간도
매우 소중하게 누릴 수 있는 게 아닐까...
그것은 과거가 없는 현재가 없고
현재가 없는 미래가 결코 주어질 수 없기에
어쩌면 셋은 나 라는 존재 위에 하나이기 때문이리.
* * *
난 겨울만 되면 추위를 몹시 탔지만
가끔 할아버지 손에 이끌려
꽝꽝 얼어버린 한강을 건너 백사장엘 가곤 했었는데
의식이 있기 시작한 어린 눈에
그런 볼거리는 그야말로 놀라운 신천지였다.
(당시에는 한강이 3/1정도, 백사장이 용산 쪽으로 3/2정도는
차지했었다. 그러던 것이 언제부턴가부터 그 모래들을 건축 자제로
쓰기 위해 퍼가버렸기에 그 넓던 백사장이 신기루처럼 사라져버렸던 것. 그 많던 한강의 모래알들은 시간과 역사 속에 묻혀버린 그리움의 점점들...일까)
그러면 어김없이 강태공들이
동그랗게 아니면 커다란 직사각형으로 얼음을 깨고
그 속에 낙싯대를 드리운 모습이 눈에 띄었다.
때로는 고기 망태에 속살까지 드러난 투명한 고기가 잡혀 있었는데
지금 생각하니 그것이 바로 빙어였으리라.
어떤 낚시꾼은 아예 옆에다 초고치장을 준비해 놓고는
잡히는대로 맘껏 산채로 찍어먹는 모습도 보였고,
할아버지께도 권하는 인심 좋은 낚시꾼도 있었다.
한편 종종 아이들이 썰매를 지치다가
그 구멍난 낙시터에 퐁당 빠져버려
시체도 못찾는 참사가 일어나기도 하였으니,
낚시터는 겨울의 위험천만한 함정이기도 했다.
그리고 동작동 집에서 바라보이는
잊을 수 없는 정경이 또 하나 있으니,
그것은 저 멀리 용산이나 이촌동, 동빙고 쪽에서
한강을 끼고 내달리는 기차였다.
기차는 달리면서 늘 아련한 연기를 뿜어내며
"칙칙폭폭, 웩웩...!!!" - 아마도 석탄이나 증기 기관차였나 보다-
소리를 질러 대었는데,
그 소리는 내 의식 속에 가장 깊이 자리한
향수의 소리만 같아 지금도 가끔 기차가 지나가는
영상이 뇌리를 스칠 때마다 꿈많던 소년의 시절로 달려간다.
또 잊을 수 없는 것이 있으니-
겨울 이맘때면 으례히 한강 위로 떼를 지어 날아가는 철새들.
기러기 떼가 날아갈라치면 어쩌면 그리도 멋진 열을
질서정연하게 지으며 날아갈 수 있는지,
뉘 일부러 비행 연습을 시켰을리도 없을 터인 즉,
지금도 참으로 자연의 신비함을 느낀다.
"저기 가는 저 기러기, 엽서 한 장 써 주세요..."라는 노랫말처럼
기러기가 날아갈 때면 으례히 우체부와 소식을 떠오리곤 했다.
내 추억은 의식과 더불어
내 사랑하는 할아버지가 뒷 짐을 짓고 걸어 가신다.
때로는 이 손자의 조막손을 지그시 잡으신 채,
따스한 체온과 함께 두텁게 얼어버린 한강 위를
걸으시며 온갖 겨울 풍물을 구경시켜 주신 내 할아버지!
그 할아버지가 불연듯 그러워지는 겨울,
사철중 제일 싫은 겨울이면서도
내 곁엔 늘 손자 사랑이 가득하신 따뜻한 할아버지가 계시어
추워도 겨울은 늘 가슴이 따뜻해지는 계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