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조회 수 1250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T 평화. 선


  초교 4학년 무렵에 담뿍 어린시절의 정이 든 동지기(동작동)를 떠나 흑석동으로 우리 집은 이사를 하였다.  자연과 농촌의 순수한 시골스러움이 전부였던 동지기에 비하면 흑석동은 이미 상당히 많은 인구가 밀집된 지역이라, 서울의 변두리지만 소박함과는 거리가 먼 곳이었다.

  그래선지 10년의 세월을 흑석동에서 지냈으면서도 공부에 열중한 것 밖에는 솔직히 별다른 추억이 없다.  아마도 나대는 성격이 아니라서였는지, 가까이 오고간 초등학교 3년간과 노량진 전차역을 오간 6년간의 10여년동안 깊이 새겨진 추억거리가 별반 없다.

  있다면 성당에 다니시는 할머니를 따라, 세례를 받지 않았음에도 바늘과 실처럼 할머니의 꽁무니를 따라 성당엘 자주 간 것과, 학교 공부가 끝나 집에 돌아오기가 무섭게 만화방으로 쪼르르 달려가 연재 만화의 재미에 푹 빠져 울며 웃었던...


  그러면서도 오늘 흑석동을 주제로 이 글을 오리는 것은, 최근 초교 동창 녀석들 열댓명이 동작동에서 만나 현충원 내 지장사(옛 화장사)를 거처 흑석 3동으로 넘어가면서 '달마사' 옆길로 하여 '은로' 초교 를 지나며 느낀 바가 컸기 때문.  달마사 근방은 지역이 높은 곳이라, 흑석동에서도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살던 달동네였었다.  '은로'초교에서 조금만 더 올라가 고개를 넘으면 숭실대학교가 나오는데, 그 일대가 상전벽해처럼 전부 아파트 숲으로 변하여 옛 길 예 동리라는 아늑한 고향에 대한 이미지는 전혀 찾아 볼 수 없었다.  모교인 '은로'초교도 고층 아파트에 둘러쌓여 작은 섬처럼 초라해 보였다.  바로 곁 '중대부속 중학교'를 지나 조금만 가면 내가 살던 동리가 나오는데, 거기 역시 개인 및 빌라 집들을 전부 부수고 아파트를 지을 부지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물론 내가 살던 기와 집 역시 꽤 오래 전에 3층 빌라로 변해 낱선 동네란 느낌 외에는 아무런 고향 내음도 나지 않았다.


            흑석3동 삐알 길을 내려오면서


            아슴아슴 떠오르는 옛 기억들...


            아득히 저 멀리 보이는

            변해도 너무 많이 변해버린 

            한강, 모래톱들마냥

            흐르고 묻혀버린 아득한 배냇 기억처럼...


            그래도 눈내리는 겨울은 오겠지?

            때가 되면 눈은 그렇게 녹을테고...


            그런데 맘 한 구석 왜 이리 허전할꼬?



  그동안 10년마다 돌아온 '안식년'을 두 번 지내는 동안, 운좋게 기회가 닿아 그때마다 예전에 공부하던 영국, 캔터베리를 간 적이 있었다.  그 동네가 제 2의 고향처럼 따스하게 느껴졌던 것은, 수십년 세월이 지났어도 옛 건물들은 물론 골목길이나 작은 빵 집...그 어느 것 하나도 변함이 없는 옛 모습 그대로여서 비록 아는 사람은 없어도 고향의 품 속에 안긴 것처럼 감회가 깊었다.

  마음 한 구석 고향이 자리해 있다는 것은 우리네 정서상 참으로 좋은 의지가지가 되는 것이다.


  물론 언젠가는 돌아가야 할 영원한 귀향이 우리네 예표가 되어야 하겠지만 말이다.    


생활나눔

일상의 삶의 체험을 나눕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8 사랑을 듬뿍 주신 분들 덕분에... T 평화와 선   "난 사랑을 많이 받으며 지내왔다."는 표현을 곧잘 하는데, 실제가 그랬다.   지난 달에 영면하신 막내 숙부님을 비롯하여, 참으로 많은 어른... 김맛세오 2017.11.15 1098
47 추억 사진 T 온 누리에 평화를...   오랫만에 페북(Face book)을 통해, 바로 밑 사촌 동생이 안부를 묻는 짤막한 글과 함께 가족 사진을 올렸다.  그 녀석 식구들은 흑석... 김맛세오 2017.09.12 1092
46 사진에 관한 이런저런 이야기 T 평화를 빌며...   꼽아보면 사진찍기를 좋아해 취미로 찍어온지 어림잡아 25년 이상 되었으니, 적은 세월은 아니리라.   아마도 처음 사진을 대한 것은... 김맛세오 2018.11.19 1075
45 사진 이야기 T 평화가 온 누리에...   사진...하면, 역시 어린시절로 거슬러 올라가 떠오르는 것들이 참으로 많다.   사진기가 매우 귀했던 동작동 어린시절에 우리 집엔 ... 김맛세오 2017.07.18 1075
44 어쩜 애기가 고로콤 귀여울꼬! T 평화와 선   공덕역에서였다.  바쁜 출근 길이라 너나없이 총총걸음으로 발길들을 재촉하고 있는 아침 시간. 마침 젊은 엄마가 애기(겨우 말을 익히고 걸음... 김맛세오 2017.09.25 1064
43 광화문 문화 예술 축제 마당을 지나치면서... T 온 누리에 평화   오전 재속회 월례회를 마치고, 여유로워진 오후에는 산책을 나갔다.   그런데 이번엔 늘상 택했던 인왕산 길이 아닌 시청 앞- 광화문- 경... 김맛세오 2017.10.09 1060
42 T 평화와 선 「평화와 선'에 관하여...」  엄격한 규율에 맞추어 십자가를 따르는 기존의 오래 된 엄격한 수도회의 수도자들에 비해, 형제애를 바탕으로 십자가의 삶을 살았던... 김맛세오 2020.10.04 1012
41 아카시아 향기와 엄마 T 평화와 선 아카시아 향기가 온 누리에 진동하는 이맘때면, 이 향기처럼 엄마에 대한 추억이 더욱 짙어진다. 엄마는 우리 형제의 교육, 그리고 어려운 가정 살림... 김맛세오 2019.06.21 996
40 안델센 동화에 심취해서... T 평화와 선일 관계로 평창동-정동을 오가면서, 느긋한 시간이면 곧잘 들르는 곳이 있으니, 바로 큰 길 건너 역사 박물관이다. 거기엔 도서실이 있어 볼 만한 책... 김맛세오 2019.06.21 985
39 옛 거지들과 오늘의 행려자들 나의 일터(소공동 일대) 주변엔 행려자들 여럿이 늘상 눈에 띈다.요즘같이 영하로 내려가는 추위에, 그들을 대할 때마다 참으로 측은해 진다.  참으로 일손이 시... 김맛세오 2020.12.16 979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 43 44 45 46 47 48 49 50 51 52 Next ›
/ 52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