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 평화와 선
성거산은 늘 가보고싶은 곳으로 남아있는 곳입니다.
6년동안 지내면서 특히 정든 산이며 주변의 자연들...
마침 11월 5일에 <관구 위령미사>가 있어 많은 형제들이 모였답니다.
저와 함께 지냈던 형제들 모두가 다른 멤바로 교체되어 새로운 주인을 맞은 그곳 공동체.
변한 것 없이 거의 그대로였고,
다만 애지중지 보살피던 어린 소나무들- 소나무에게 좋은 막걸리만 생기면 그때마다
부어주어서인지 - 모두가 건강한 빛갈로 잘 자라고 있어 오랫만의 해후가 뿌듯했습니다.
지상의 순례 여정을 마치고 영원한 안식을 누리실
묘지 형제들 한분 한분과의 과거를 회상하며 미사를 봉헌하는 것도 큰 즐거움이었으니-
구척 장신에 미남이셨고 다방면으로 능력이 많으셨던 아뽈리나리스 형제님의 허허...웃으시던
모습(한국말을 못하셨지만 웃음 한방으로 모든 의사소통이 가능, 지금 같으면 영어로
대화가 가능하실 텐 데...하는 아쉬움이)
"맛.., 오늘 외출하지 마십시오. 맛있는 쪼코렡 있답니다."며 자상하신 미소를 건네시던
주꼰스탄소 형제님.
정동에서 함께 지내실 때 티격태격 싸움도 많이 하셨지만, 만년 성심원에서 지내실 적엔
늘 맛난걸 모아 두셨다가 어쩌다 뵈면 슬쩍 챙겨주시던 조벨라도 할아버지!
참으로 영민하신 우리의 수련장이셨고 한국 형제회의 프란치스칸 형제적 삶의 밑거름이 되게
해 주신, 그리고 저 개인적으로는 남모르게 가장 많이 후원을 아끼지 않으신 하멜키올 형제님은
금방이라도 "혼배쟁이, 맛...!" 하시며 면전에 나타나실 것 같지요.
특히 맨 마지막에 누워계신 '박프란치스코' 형제님의 남모르게 실천하셨던 선행들 중엔
제게도 직접 관련된 일들이 있어 무척이나 고마움을 잊을 수가 없답니다.
한마디로 모든 형제들에게 귀감이 될 정도로 열심히 살았던 형제였지요.
암튼 이젠 육으로는 볼 수 없지만 영으로 대할 수 있는 성거산의 형제님들!
그분들이 계시기에 성거산이 늘 폭은함으로 다가오는 '거룩한 산(聖居山)'인 거지요.
저녁, 돌아오는 길엔
천안의 보나 엄마와 몇 가족과의 오랫만의 상봉도 있어
조촐한 식사와 함께 흐뭇한 이야기들을 나누는
금상첨화의 좋은 만남 시간이어서...무척이나 감사드렸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