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조회 수 121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T 평화와 선


  평소와는 달리 인왕산행 산책 코스를, 산 중턱쯤의 경비처소가 있는 곳에서 왼쪽으로 잡았다.  바로 옆 성곽이 내려다 보이는 경관이 한 폭의 멋진 그림이어서, 한 컷의 사진을 담고 나무 계단을 밟고 아래로 내야가야 하는 곳이 나온다.  그런데 마침 노오란 길 고양이가 내가 내려가야 할 계단 중간쯤에서 세상 편안 자세로 늘어지게 쉬고 있는게 아닌가.  가까이 나를 쳐다보면서 그 자태가 자리를 뜰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래, 고양이야, 내 너를 그냥 무시하고 내려갈 수도 있겠지만, 그리도 편안한 자세로 쉬고 있는 너를  함부로 대하는 건 예의가 아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거다.  그래서 진로를 바꾸어 경비실이 있는 경북궁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고양이'하면 사실 난 어릴 적에 무척 좋아했었는데 언제부턴가부터 싫어하게 되었다.  사연인 즉은, 그토록 애지중지 새끼 때부터 길러오던 중고양이로부터 안고있던 손등을 무자비하게 할키고 뜯겨 수십년간 큰 흉터를 지니고 살아야 했다.  개였다면 그토록 사랑하는 주인에게 그랬을까?  늘 고양이는 개와 달라 얼마나 이기적인지...하는 그때의 안좋은 경험이 떠오르게 되니 말이다.

  그래도 집고양이이건 길고양이이건, 미워서 쫒거나 학대하는 법은 없고, 곁에 와도 그냥 내버려두곤 한다.  늘 정원에 마주치는 여러 길고양이들이, 새끼를 낳아 모습을 보일 때라도 싫어하거나 쫒아버릴 기색없이 그냥 편안하게 지켜볼 뿐이니, 그 녀석들 역시 나를 경원시하는 태도는 전혀 없이 자연스럽게 지내고 있다.                

 

  그날 인왕산에서 마주친 길고양이를 피해 방향을 틀어 경복궁 쪽으로 내려오면서, 오래 뵙지 못해 인사를 드릴겸 '마르샤 자매님'을 뵐겸 광화문의 '폴란드 도자기' 가계로 발길을 돌렸다.  아들이 혼자 지키고 있었고, 엄마 아빠는 외출중이시지만 곧 돌아오신단다.  그러는중 곧 전화가...뭐가 통한건지, 곧 오신다면서 기다리라신다. 10분도 채안되어 나타나신 두 분- 무교동의 공보관에 다녀오시는 길이라며, 맛있는 고급 빙수 2개를 얻어 오셨다.  목마르기도 했지만 그 빙수 맛이 꿀맛이었다.  빙수를 먹으면서 길고양이 생각으로 웃음이 났다.  고양이를 무시해 그냥 직진을 했더라면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을 터인데..."고양이야, 참으로 고맙구나!  네가 아니더면 오늘 이런 일이 안일어났을 텐데 말이다."    


  조금은 다른 의미에서의 고사성어이지만 늘 마음에 담아 둔 글귀가 떠오른다.

'적덕자 필유경(積德者 必有慶)'이라, "작고 크건 덕을 쌓는 이에겐 반드시 좋은 일이 일어난다."라는 말씀 말이다.  


생활나눔

일상의 삶의 체험을 나눕니다.

  1. No Image

    작은 애벌레와의 해후

      "아니, 욘 녀석이 뭐지?"   낮기도를 하러 경당에 들어서서 성무일도를 펼치려는 순간, 웬 쪼맨한 송충이가 커버에 붙어 꼼지락거리고 있다.  아마도 오전에 정원에서 일을 하던중 나뭇가지에 붙어있던 녀석이 본의아니게 내 몸으로 옮겨왔고 방황하다가 ...
    Date2018.05.28 By김맛세오 Reply1 Views1590
    Read More
  2. No Image

    기특한 동창 녀석들

    T 축, 부활!   지난 연말 즈음이었다.  송년회겸 연말 회포도 풀겸 흑석동 동창 모임에 꼭 나와달라는 채근이 있어 모처럼 참석을 했었다.  평소 나의 생활에 비추어 공감대가 별로 없어- 모처럼 저녘 회식들을 하고는 노래방에 가서 목이 터져라 불러대는 ...
    Date2018.04.03 By김맛세오 Reply0 Views1483
    Read More
  3. No Image

    어김없이 봄이 오고있음을...

    T 온 누리에 평화가 오기를...   가끔 가슴이 먹먹해지면, 이상화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란 싯귀절이 떠오른다.   지금 한창 열기가 더해가는 평창 올림픽을 대하면서도, 마음 속 깊이 살어름판을 걷는 듯한 심정은 나 만이 지니는 그런 느낌은 아...
    Date2018.02.12 By김맛세오 Reply0 Views1455
    Read More
  4. No Image

    마(魔)에 시달리는 어느 자매 이야기

    T 온 누리에 평화가...   한 생을 지내면서 어느 경우엔 참으로 신비로운 만남도 다 있으니, 오늘 올리고자 하는 경험이 바로 그런 경우이다.   역시 2012년도 전 성거산에서 지낼 때의 일이다.   수도원에 가끔 올라오는 분들 중, 자주 귀신을 만나 ...
    Date2018.01.09 By김맛세오 Reply0 Views1423
    Read More
  5. No Image

    잊을 수 없는 어느 두 아이

    T 온 누리에 평화.   내 기억으로 2019년도 성거산 수도원에서 지낼 적이었다.   성거읍 옆 동네인 입장읍에서 살고있던 두 형제가 있었으니, 가끔 엄마와 함께 수도원으로 올라 와 마당에서 신나게 뛰어놀던 그 모습이 삼삼하게 떠오른다.  보통 아이들...
    Date2018.01.09 By김맛세오 Reply0 Views1312
    Read More
  6. No Image

    작은 이모의 생신

    T평화와 선   "이모, 오늘 생신 축하드리구요, 무슨 약속 있으셔요?  없으심 제가 점심 사드릴테니, 이모 집 가까운 곳으로 나오실래요?"   사실 큰 이모가 파킨스 병으로 칩거하신 이후 몇 년 동안은 내 쪽에서 전화라도 하기 전엔 두 분과 함께 만날 ...
    Date2017.12.30 By김맛세오 Reply0 Views1572
    Read More
  7. No Image

    쥴리아 할머니를 생각하며...

    T  할머니께 영원한 안식을...   '쥴리아 할머니' 하면 내 인생 여정에서 만난 각별한 분으로 기억된다.   흔히들 할머니를 '쥴리아 여사'라 칭했고, 3-4년 부터 성탄 카드를 보내드려도 전혀 응답이 없어 아마도 연세가 많으시니 돌아가셨을런지도 모르겠네.....
    Date2017.12.08 By김맛세오 Reply0 Views1300
    Read More
  8. No Image

    기도와 백인대장의 신심

    T 평화와 선   "예수님께서는 감탄하시며 당신을 따르는 이들에게, '내가 진실히 이르노니, 이스라엘의 그 뉘게서도 이런 믿음을 본 일이 없다.'"<마태 8,10>   (심한 중풍으로 힘들어 하고 있는 종을 위해)도움을 청하는 백인대장에게  그의 굳건한 믿...
    Date2017.12.04 By김맛세오 Reply0 Views1308
    Read More
  9. No Image

    좋음과 아름다움은 하나

    T 온 누리에 평화를.   매일 1시간 이상은 운동삼아 오르는 인왕산 길.  같은 길을 오르내리면서도 실증을 내는 법이 없는 나의 천성!  집에 도착할 즈음엔 으례히 땀으로 뒤발을 하곤 하지만 몸은 오히려 상쾌한 느낌이 든다. 물론 오를 때와 내려 올 때는...
    Date2017.12.02 By김맛세오 Reply0 Views1232
    Read More
  10. No Image

    내 마음의 고향

    T 온 누리에 평화.  사람은 누구나 한 두군데쯤 마음 속에 품어 둔 고향이 있어, 그 그리움은 그의 삶에 있어서 행복과 직결되어 있음을 알 수가 있다.    그제와 어제, 1박 2일간 몇 분들의 피정을 함께 해 드리면서 예전 6년간 지냈던 성거산을 오르면서...
    Date2017.11.20 By김맛세오 Reply0 Views1309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 53 Next ›
/ 53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