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조회 수 3482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T 평화/선

 

  '산청, 성심원'하면 한국 작은형제회와 더불어 제법 긴 역사를 지니고 흘러왔습니다.

  저 역시 한 때는 짧게나마 그곳에 지냈던 적이 있어 늘 나름대로의 남다른 감회를 갖고 있습니다.

  어느 이야기 자리에서나 재속 회원분들께 강의를 해 드리면서, 성심원에서 겪었던 이런 체험들을 나누어 드리긴 했어도 

글로서 표현하기는 처음인 것 같습니다.

    

<첫째 이야기>

  오래 전(1977년도) 저희들 수련받을 때였습니다.

  하멜키올 형제님이 수련장이셨고, 우리 5명의 수련자들이 수련 여행을 떠나 여러 곳을 방문하게 된 유일한 기회이자 즐거움이었죠.  요즘의 피교육기 형제들이야 수련기때도 무슨 모임과 활동이 많아 외지로 가 볼  기회가 적지 않지만, 저희때는 그 여행이 유일한 장기 외출의 기회였으니까요. 

  우리는 대구(범어동 꼰벤뚜알 수도원), 포항(예수성심 수녀원), 진주(칠암동 수도원),...를 휘돌아 중간 기점인 성심원엘 도착했습니다.  당시 진주에서 산청으로 가는 길은 그야말로 덜커덩거리는 비포장 도로여서 뽀얗게 뒤집어쓴 먼지 하며, 요즘같으면 30분도 채 안걸릴 거리를 아마도 1시간 반 이상은 걸렸고, 게다가 땅거미질 무렵이라 가로등 하나 없는 칠흙밤을 헤치며 달려야 하셨던 유일한 포스바겐 운전자이신 하신부님은 그 표정으로 보아 극심한 여독이 역역했으니까요.

  그렇게 성심원에 도착한 우리들은, "예, 반갑습니다.  수련소가 잘 왔습니다."하시는 민신부님(이태리분)의 극진한 환대를 받으며 준비된 식탁으로 안내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때의 성심원 사정이 얼마나 열악했던지...코를 찌르는 온갖 냄새며(돼지며 닭 축사가 많았고 오묘한 악취들) 또 식당에도 예외는 아니어서 날아다니는 파리가 얼마나 많던 지...를 쫒아야 하는 곤혹을 치루었죠. 

  그런데 첫 술을 뜨는 순간이었습니다.  밥을 입에 넣자마자 입 속으로 재빠르게 날아든 파리..가뜩이나 온갖 냄새로 메스껍던 비위였는데 설상가상으로 파리까지...아뿔사!  마을을 온통 휘젖고 다니던 파리가 입 속으로 들어가다니!  감히 웩! 소리는 내지도 못한 채 순간적으로 입 속의 밥을 손바닥으로 가리며 내어 뱉었지 뭡니까.   수련장님께선 그런 사정도 모르시고수련자의 순간적으로 못마땅한 그런 행동에 "귀한 밥을 왜 뱉누!"하시며 일침을 놓으시는 겁니다.  할 수 없이 도로 꿀꺽 삼켜버릴 수 밖에요.  구토증을 간신히 참으며 그 날 그렇게 식사를 했습니다.

 

<둘째 이야기>

  제가 성심원에서 지낼 때인 1984년도입니다.   카나다에 이민가 계신 고모님이 모처럼 고국을 찾으시어, 저와 약속이 되어 성심원엘 방문하셨답니다.  저는 그 때 후원회인 '미라회'를 맡고 있었고요.  원내 할머니들이 기거하시는 '글라라의 집'으로 고모님을 안내해 드렸답니다.  평소에 손님을 맞으시는 할머니들이 춤이나 노래를 잘 부르시어 방문객들에 대한 환대가 여간 재미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할머니 중의 한 분이 손님에 대한 예우로 컵에다 오랜지 쥬스를 내어 오시는 데, 상처나고 문드러진 손가락을 찰랑거리는 유리컵 속 쥬스에 담겨진 채로 가져 오시는 게 아닙니까.  사실 저는 잔뜩 배불러 있는 터라 아무것도 입에 대기 싫었지만, 극구 만류해도 대접해 드리려는 할머니들의 성의를 끝까지 무시할 수가 없어 할 수 없이 쥬스 한 잔을 다 비웠지만 고모님은 한 모금도 입에 대지 못하시더군요.  할머니들의 입에서 이런 말이 흘러나왔습니다.   "그래도 수사님이 훨씬 났네요!"  그런 말씀을 듣는 순간, "아하 할머니들이 결국 고모님과 저를 시험해 보신거로구나!   얼마나 인간적인 진솔한 대접에 목마르셨으면 저렇게 행동하시는 걸꼬!  사회로부터 버림받고 소외된 마음의 상처가 얼마나 큰 것인지...사람다운 사람 대접을 받고싶은 아픈 마음의 발로였다니, 만일 나마저 고모님과 같은 태도로 쥬스 마시기를 꺼려했다면...'너 역시 별 수 없는 인간이로구나!'라고 치부하셨을 게 아닌가."

 

<세째 이야기>                 

  아마 김장철이었으니 이맘때였겠죠.

  김장을 담그신다는 전갈이 와 어떻게 잘들 하고 계시나 궁금해 '글라라의 집'으로 올라 가 보았습니다.  왁자지껄한 분위기 속에 끼니, "수사님 예, 이 맛난 보쌈 좀 잡숴 보이소!"하시며 그 성치않은 손으로 싸주시는 거였습니다.  보통 사람들이 그리 했으면 먹고프지 않음 일언지하에 거절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곳 할머니들의 성의를 어떻게 무시할 수 있겠나요. 그런데 세상에 얼마나 소태처럼 짜고 매운 지 혼이 났지요.  짜고 매워 아예 거절한다면...!?  역시 울며 겨자 먹기로 맛있다고 다 먹어버렸지 뭡니까...ㅋㅋㅋ 

 

 

  이외에도 마을의 구호품 옷 담당을 하시면서 저에게 어울릴성싶은 옷이라도 있으면 몰래 부르시어 옷 창고에서 골라 주시던  분다 할머니 수녀님에 관한 이야기며, 늘 나병으로 눈이 빨개있는 한 할머니는 어쩌다 만날라치면, 꼬깃꼬깃 용돈을 호주머니에 넣어 주시며 먹고싶은 게 있으면 사먹으라고 호주머니에 넣어 주시던 자애...지금은 그렇듯 이승에서의 모진 서러움을 잊으시고 모두들 천국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리고들 계실 테지요.

 

  프란치스코 성인이 회개하실 초창기에 경험하셨던 '나환우와의 만남'과 똑같지는 않더라도, 이미 그러한 사부님의 영이 제 안에 자리해선지 일반 사람들과 같은 저항감 따위는 아예 없었던 걸로 기억이 되는 - 제 생애에 오래오래 각인된 감사드려야 할 짧은 경험들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생활나눔

일상의 삶의 체험을 나눕니다.

  1. No Image

    어린 소나무들과의 재회

    T 평화가 온 누리에   며칠 전 짜투리 시간을 내어 성거산엘 갔었습니다. 성모상 주변이 너무 허전하여 소나무를 한 그루 심으면 좋겠다 싶어 지천에 자라고 있을 성거산의 어린 소나무들이 자꾸만 눈에 밟혔던 거지요.   그런데 서너살배기 소나무 ...
    Date2013.04.30 By김맛세오 Reply0 Views2229
    Read More
  2. No Image

    할머니와 샘

    T 평화가 샘물처럼...   어린 시절, 세상에 대해 처음으로 제 의식에 자리잡은 것은 다름아니 '동재기 능말'(4-5살 무렵)이라는 곳의 할머니와 샘터이지요. 마을의 맨 위에서 두번째 집이었던 저희 집에서 조금만 올라가면 샘물이 솟아나는 맑고 작은 샘터...
    Date2013.04.30 By김맛세오 Reply0 Views2034
    Read More
  3. No Image

    정원을 가꾸며...

    T 온 누리에 평화 요즘엔 제 마음이 자꾸만 정원으로 달려나가지요. 어젯 밤 사이 내리는 비로 식당에 있는 화분들을 모두 밖으로 내어 놓았고요. 집 안의 화초들에게 자연의 빗물이 수돗물보다 얼마나 시원할 건 지... 또 주일인 어제는 그동안 켜...
    Date2013.03.25 By김맛세오 Reply4 Views2800
    Read More
  4. No Image

    소철 이야기

    T 평화/ 선 제 방 창가엔 '사랑초'와 '(종류 이름?)키작은 란', 그리고 작은 '소철'- 세 종류가 있어 모두가 키우기에 그리 까다롭지 않답니다. 세 종류가 다 햇빛이며 물주는 양, 토양이 완전히 다른 식물들이니- 뉘 가르쳐준 것은 아니지만, 키...
    Date2013.03.25 By김맛세오 Reply0 Views3943
    Read More
  5. No Image

    불과 불을 지피시는 할머니

    T 온 누리에 평화 '만물의 근원이 불'이라고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기원 전 6-5세기경)가 주장했다던가요. 아마도 지구가 태양이라는 불과 함께 약 46억년 전에 태어났고, 인류가 있어 온 후 불에 대한 효용성을 두고 그렇게 간파...
    Date2013.03.11 By김맛세오 Reply0 Views3056
    Read More
  6. No Image

    성거산의 도롱뇽

    T 온 누리에 평화 봄그리메가 드리워지는 성거산(聖居山)의 봄! 그곳이 무척 그리워집니다. 오늘이 바로 '개구리가 동면에서 깨어 나온다'는 경칩(驚蟄)이라지요. 절기라는 것은 엇비슷한 시기를 골라 어림잡아 정한 것이겠지만, 얼추 거의 정...
    Date2013.03.05 By김맛세오 Reply0 Views2992
    Read More
  7. No Image

    수덕사의 친구들

    T 평화가 강물처럼... 예나 지금이나 등산을 무척 좋아해 휴일이면 어김없이 기차나 뻐스를 타고 아니면 걸어서라도 멀고 가까운 아무 산으로 향하는 것이 저의 쉼 관행이지요. 한 10여년은 되었지 싶습니다. 그날은 새벽 첫 기차를 타고 수덕사...
    Date2013.03.05 By김맛세오 Reply0 Views2670
    Read More
  8. No Image

    닭대가리라구요? 천만에요...!

    T 온 누리에 평화. 대전 목동에서 수련받을 때(1977년)입니다. 수련소에 제법 큰 농장이 있고, 한 켠 구석엔 온갖 동물을 키우는 큰 울까지 있었답니다. 저는 동물들과 새들의 담당이어서 토끼와 다람쥐며 새들(금계, 은계, 장미계, 공...
    Date2013.02.04 By김맛세오 Reply0 Views3070
    Read More
  9. 한사랑공동체 윤석찬 프란치스코 형제님의 신문기사

    평화와 선 행려자를 위하여 봉사하고 있는 작은형제회 윤석찬 프란치스코 형제님의 기사를 나눕니다. 기사 내용은 아래 링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article.joinsmsn.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10511673&ctg=1700
    Date2013.01.30 By홈지기 Reply0 Views4480 file
    Read More
  10. No Image

    사랑과 영혼...!

    T 평화/ 선 그제 새벽에 교통 사고로 재속회원이신 김젬마 자매님이 하느님 품에 안기셨습니다. 자매님의 영혼이 떠나시기 전에 하시는 말씀- "수사님, 저는 형언할 수 없는 기쁨의 여정을 떠나려는데 왜 그렇듯 슬픈 표정이시지요? 저의 아들, ...
    Date2013.01.18 By김맛세오 Reply0 Views2828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 53 Next ›
/ 53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