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조회 수 2517 추천 수 0 댓글 6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T 평화를 빕니다.

성거산(聖居山)의 가을-

높고 맑은 하늘과 단풍들기 직전의 한껏 푸르름은
마치 내 인생 여정을 반영이나 하듯
맘껏 기지개를 켜는 시원함이다.

성거산은 우리 수도원이 들어서기 이전부터
대전교구 소속 줄무덤 성지로 유명한 곳.

성거산이란 지명을 두고
형제들은 모두가, "참으로 희한하네!"라고들 한 기억이 난다.
애초에 수도원 터를 잡을 때 그러한 지명을 사전에 알고 잡은 게 아니니 신기할 밖에...
미상불 우리네 삶의 터로서는 탁 들어맞는 이름이니,
30여분 등산을 하면 옛 박해시대에 이름없이 순교한
줄무덤 성지가 나온다.
그 뉘 이곳을 "聖居山(거룩함이 머무는 산) 이라 이름하였을꼬?
박해로 인한 순교자들이 나기 훨씬 이전부터 있었던 지명일텐데
어쩜 예견이나 하듯 그리 지었을까?

또 성거산 수도원에는
우리 "한국 순교성인 관구" 소속으로
하느님 품으로 먼저 가신 여러 형제들의 유해가
나란히 묻혀있는 곳이기도 하다.


아침 성무일도가 끝나면
매일 영면한 형제들의 무덤가를 찾아 통공의 로자리오를 바치기로 했다:

거기엔 둘째 가라하면 서러울 정도로 열심하셨던 백안젤로 형제님이
마지막 자리에 계시고,
나의 수련장이시자 전 관구장이셨던 하멜키올 형제님이- 담배를 피우시면서, "헤헤 혼배쟁이, 맛세오!"하시며 금방이라도 환생하시어 반기실 것만 같다.

또 주꼰스탄소 신부님은 어떤신가? 예전 정동에 함께 사실 때, 늘 주일마다 스파케티를 손수 요리하시면서, "맛세오, 외출하지 마세요. 좋아하는 쪼코렡 있습니다."라고 하시면서 차분하고 인자하신 목소리로 다독거려 주시던 모습이 선하다.

한국말을 못하시지만 늘 "허허..."하시면 잘 통하시던 키가 구척이시고 미남이셨던 아뽈리나리스 할아버지는 어떠셨는가? 어느날 타임즈지를 사갖고 오시다가 수도원 앞 낮은 계단에 걸려 넘어시지고는, 엉덩이 골반에 이상이 생겨 불과 얼마 후 이내 팔십 몇세의 생을 마감하신 멋진 할아버지!

전안젤로 형제님은 내가 수도원 입회 직전 정동수도원 현관에서 처음으로 만난 분- "그냥 살지, 수도원엔 왜 들어오려고 하나?"하시면서 건장한 체격으로 웃음 반 농담 반을 던지시던 분.
내가 수련받을 때 대전 목동수도원에서 번갈아 가며 우리 수련 형제들이 병수발을 해드렸었다. 덩치가 크신 분이 하느님 나라가 가까워지시니까 밤새토록 어린애처럼 엉엉 우시며 예수님께 하소연하시던, 그러시면서 웬 때 아닌 철에 참새구이 잡숫고 싶다 보채시며 맛있게 드시던 그 모습도 잊혀지지 않는다.

조벨라도 할아버지는 평소 깐깐한 분이셨지만, 나와는 각별한 사이셨다. 이견 차이로 티격태격한 적도 있었지만, 늘 맛난 쪼코렡을 꿍겨 두셨다가는 사랑스런 손자에게 하시듯 손에 쥐어주시곤 하시던 기억이
새롭다.

그렇다.
내가 존재하고 기억하며 기도드리는 한,
이미 가신 형제님들 앞에서는
죽음이 죽음 아닌 산이들과 마찬가지로
통공 속에서 교감을 나누는 것이니,
어찌 산 자와 죽은 자가 구별될 수 있을까.
영원한 안식을 빌면서
살아있는 형제들과 마찬가지로 끊임없는 형제애를
나눔에 서로가 복된지고!

聖居山이여,
작고하신 형제들과 함께
영원히 거룩함이 머무는 산이여,
삶과 죽음을 하나되게 하는 거룩한 산이여!!!
  • 마리아 2006.09.21 11:00
    혼배.. 맛수사님께 감사했던 기억!
    산 자과 죽은 자의 교감.
    추억과 기억은 함께했던 아름다운 시간들.. 묵상 잘하고 갑니다.
  • 박필 2006.09.21 11:00
    형제님의 그 비화....나와도 비슷하네...ㅎㅎ
    맛갈진 글, 감사...
  • 사랑해 2006.09.21 11:00
    수사님들의 "그 비화^ㅡㅡ^" ...참 소박하고 귀여?우십니다. 하지만 넘 진지하게 와 닿고 맘이 절로 따뜻해져요...아주 작고 사소한 것들을 추억하시며, 감동!하시고, 또 아름다운 글로 나눠주시고...정말 돌아가신 분들을 위해 기도하다보면,(특히 묵주의 기도하며 구원의 기도중에 돌아가신 분들 이름 하나하나 나직히 불러보며, 그 이름에 아주 잠깐씩이라도 머물다 보면,) 그 분들이 마치 살아 있는 친구!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기도 열심히 하게 만드는 친구들이요...맛님 말씀에 정말 공감! 또 공감입니다...죽었으나 산자에세 끊임없이 그것도 로사리오로 기억된다는 것처럼 행복한 일도 없을 거에요...^^~~~
  • 사랑해 2006.09.21 11:00
    글 넘 반갑고 행복한 맘으로 잘 읽었습니다
  • 도서관프란 2006.09.21 11:00
    수사님 잘 지내시죠? 정동에 계시던 시절이 그리워요... 도서관에서 내다보면 언제나 부지런히 정원을 돌보시던 모습도... 멋진 사진 구경도 시켜주시고... 글이라도 자주 접할 수 있어서 감사드려요!! 환절기에 건강 조심하시구요~
  • 2006.09.21 11:00
    T ㅎㅎㅎ...모두가 사랑, 보고싶은 이웃들...기도 중에 어찌 잊을 수 있으리요!!!

생활나눔

일상의 삶의 체험을 나눕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08 존재의 의미 T 알렐루야!!! 자못 무겁게만 여겨지는 제목이지만, 지극히 조용히 보낸 이었다. 어제 이곳 정동에 올라 와 부활대축일 전야 미사에 참례했고,,, 단 세 식구 뿐인... 김맛세오 2011.04.24 2435
107 좋은 사람은 가슴에 담아 두기만 해도 좋은 법  T 은총과 자비와 평화가 모든 이들에게...   자못 고단한 삶을 두고 곧잘 아래와 같은 표현들을 하게 됩니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세월', 멀고도 먼 험... 김맛세오 2016.01.26 1790
106 좋은 인연(因緣), 작고 큰 복(福) T 평화가 강물처럼... 어젠 모처럼 시간을 내어 팔당에 다녀왔습니다. 1976년도에 영면하신 사랑하는 할머니의 화장 관계로 천주교 공원묘지의 소장... 김맛세오 2014.08.12 1736
105 좋음과 아름다움은 하나 T 온 누리에 평화를.   매일 1시간 이상은 운동삼아 오르는 인왕산 길.  같은 길을 오르내리면서도 실증을 내는 법이 없는 나의 천성!  집에 도착할 즈음엔 으... 김맛세오 2017.12.02 1208
104 죄송해요, 엄마...!!! T 평화와 자비   어제 강화의 글라라 수녀원에서 장마리안나 수녀님의 종신 서원식이 있었습니다. 바로 전날인 그제, 사회를 봐달라는 급작스런 전갈이 와 관... 김맛세오 2016.02.23 1501
103 줄무덤 성지로 가는 길- 십자가의 길 T 평화가 자연의 벗들과 함께 11월 말부터 3월 중순까지 줄무덤 성지엔 미사가 없어, 성지에 가는 길이 나에겐 동면을 지낸 것과 같았다고나 할까. 성모상 뒷쪽, ... 2010.03.25 2050
102 쥴리아 할머니,오래오래 건강하셔요! T 평화를 빕니다. 할머니- 조선 이씨 왕가의 마지막 며느님이라는 소개를, 예전 몇 편의 글에 올렸다가 웬 이상한 스토커를 만나 급기야는 지워버릴 수 밖에 없었... 2007.01.03 2312
101 쥴리아 할머니를 생각하며... T  할머니께 영원한 안식을...   '쥴리아 할머니' 하면 내 인생 여정에서 만난 각별한 분으로 기억된다.   흔히들 할머니를 '쥴리아 여사'라 칭했고, 3-4년 부터 ... 김맛세오 2017.12.08 1280
100 즐거운 불면(不眠) T 온누리에 평화 간 밤 꿈에서 깨어 눈을 떠 보니 2시가 좀 넘었다. 어제 오후 중노동을- 줄무덤 성지 가는 능선을 따라 품위있는 소나무들이 있어 주변 잡목들을... 1 2007.02.20 2271
99 지극히 복된 망중한(忙中閑)의 하루 T 평화와 선 지난 토요일, 언제부턴가 약간의 치매기로 입원중이신 양마리아(OFS) 할머니를 뵈어야겠다는 생각에, 오후에 안성형제회에 갈 일이 있기에, 마침 집... 김맛세오 2011.11.21 2567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 37 38 39 40 41 42 43 44 45 46 ... 52 Next ›
/ 52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