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2016.03.14 14:20

까치 이야기

조회 수 1577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T 평화와 자비


  '까치'하면 농가 과수에 많은 피해를 주어, 그 이미지가 좋지 않습니다만, 오래 전 저희 정원에

더럽기 짝이없는 길고양이들을 다른 곳으로 몰아 낸 정원의 잊을 수 없는 소사(小史)가 있어, 제 개인적으로는

고마움과 함께 매우 친숙한 이미지로 남아 있습니다.


  요즘 정원의 높게 자란 은행나무에 까치 한 쌍이 집을 짓느라 매우 분주한 모습입니다.

  바로 옆으로는 작년부터 짓기 시작한 9층 건물이 있어 거의 마무리 단계에 있는 듯 싶습니다. 

까치집은 4층 내 창가에서 제일 잘 보이는 가까운 거리라, 밖을 내다 볼 때마다 늘 눈에 띄어 그 일거일동을

보는 게 자연스런 일상이 된 겁니다.

  눈여겨 보니, 인왕산을 오르내리는 길목 높다란 나무 여러 그루에도 역시 까치들의 집짓기가 한창입니다. 

그 중 인왕산으로 가는 중간쯤 권율 장군 생가터에 자리잡은 보호수이자 거목인 은행나무에는 자그만치 7개의

까치 둥지가 지어져 있더군요.  


  어렸을 적, 동재기(현 현충원 자리)에서 지낼 때는 까치가 아침에 짖으면 손님이 온다는 어른들의 말씀을 듣고는,

실제로 증명이라도 되듯 얼마 후면 반가운 손님이 나타나 신기했죠.  봄이면 해마다 찾아 와 집집마다 처마 밑에

집짓는 제비들은 더없이 친숙했었고요.  그런 모습을 대하기가 어려워진 오늘에는 잃어버린 고향처럼 마음 한 켠

그리움으로만 남아 있습니다.  그 제비들은 집 둥지를 나무로만 짓는 까치와는 달리 풀을 뜯어 섞어 흙으로만 짓는데도

얼마나 견고한 집을 지었던지요! 


  창가 건너편 까치집 역시 제비처럼 흙은 아니고 암수 한 쌍이 죽은 나뭇가지로만 둥지를 엮는 데,

벌써 1주일 정도 얼마나 열심인지, 벌써 30Cm 높이로 올라가고 있어 볼 수록 감탄사가 절로 납니다.  저는 일부러

쓰임새에 적당한 크기로 곧 많은 나뭇 가지들을 잘라다가 은행나무 아래에 놓아 주었더니, 거의 다 물어다가

둥지 재료로 썼습니다. 


  부리 하나로 집짓기에 그 모든 걸 해결하는 놀라움은 그 자체가 경이에 가까웠습니다.

  사람이 한옥집 한 채를 지으려면 얼마나 많고 좋은 생나무를 잘라 써야하는지...!!!???  

  옆 신축 빌딩에 소요되는 수많은 자제들과 인건비를 생각하면, 사람들은 그 모든 것을 자연에서 채취하지만

높고 튼튼한 공정을 위하여 인위적으로 변형시켜, 결국 나중엔 그 하나하나가 폐기되기 어려운 자연에 상처를

입히는 결과를 남기지만, 까치는 생나무 가지를 잘라 쓰기는커녕 망치나 톱, 못 하나, 목수의 힘을 빌리지 않고

부리로만으로 거뜬히 훌륭한 집을 지어 자연에 전혀 피해를 주지않는 겁니다.   

 

  둥지를 트는 자리도 본능적이라지만, 그 놀라운 지혜에 감탄을 자아냅니다.

  가장 밑바침 나뭇가지를 나무의 세 가닥이 있는 곳, 천혜의 안정된 자리를 잡았습니다.  둥지를 엮는 일도

역할 분담없이 암수가 구별없이 자연스럽게 해 나가니, 사람처럼 내가 옳으니 네가 그르니 싸울 일도 전혀 없습니다. 


  물론 사후에도 살아 생전 모자라 능이다 묘지다...땅 위에 무언가 이름 석 자라도 남기기를 바라는 만물의 영장이라는

사람에 비하면, 까치나 다른 모든 생명체들은 천연재료로 집을 짓고 살다가 가니 사후에도 어떤 흔적을 남기는 법이 없어, 

지구에 전혀 피해를 주지 않지요.  이 지구를 살리는 생태적인 측면에서, 까치나 모든 생명체들은 자연 그대로 왔다가

살고 때가 되면 구름처럼 스러지지만, 사람 만은 결코 생태적이지 못해 급기야는 지구를 위협하는 심각한 기후변화로

치닷고 있으니...!!!


  까치처럼은 아니드라도 적어도 자연을 닮아 최소한 소박하게 살아야 함을 까치를 통해 깨닫는 바가 많습니다


생활나눔

일상의 삶의 체험을 나눕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38 자연과 동반한 살구 T 온 누리에 평화   잘 익은 살구의 맛을 보았는지요? 살같이 보드랍고 공처럼 동그란 모양이어서 '살구'라 했는지는 몰라도 농익은 살구의 맛을 보면 그 어... 김맛세오 2014.07.15 2429
137 자연과 인간의 기막힌 조화 T 평화와 선 참으로 오랫만에 컴 앞에 앉아 본다. 그동안 지난 3월 8일부터 시작한 공사로 정말 공사다망했거니와 낡은 콤퓨터가 시도 때도 없이 고장을 일으켰으... 3 2008.09.05 1811
136 자연에 대한 이런저런 기억들과 함께 T 온 누리에 평화   매일 작은 정원을 대하면서 참으로 많은 걸 느낍니다.   꽃삽으로 모종을 옮길 때마다 흙 속에서 꼼틀거리는 작고 큰 지렁이들이 자신들... 김맛세오 2014.06.02 1897
135 자연의 계절, 인간의 계절 T 온 누리에 평화   어젠 가리봉동 수녀원의 주일 미사에 참례한 후, 가까운 산으로 산행을 하리라 마음을 먹었다.  딱히 정해진 산은 없었지만 지하철 노선을... 김맛세오 2017.08.08 1122
134 자연의 섭리 앞에 T 오 누리에 평화 3월인가 싶더니 어느새 4월! 영변 약산 진달래가 그러했을테지만... 성거산 옆 능선에도 진달래가 불붙기 시작. 제일 먼저 눈에 뛴 꽃들이 뭣인... 3 2008.04.02 2121
133 작년에도 그렇더니...? T 평화/ 선 아유, 아파 죽겠네! 풀을 뽑다가 그만 벌집을 건드려 한 방 금침을 맞았다. 작년엔 경당 어둠 속에서 불을 키려다 말벌에게 발등을 쏘여 3일 만에 병... 김맛세오 2011.07.09 2367
132 작은 기쁨들 T 평화와 자비   요즘의 내 일상사는 어떤고?     얼마 전, 연피정으로 한 주간 섬진강변을 걸었었고, 제주도로 3일간 성지순례를 다녀온 일이며 해미성지로... 김맛세오 2016.05.24 1497
131 작은 모험들의 꿈과 현실 T 평화와 선   저는 꿈을 잘 꾸는 편이고 꿈 속에서도 현실에서처럼 생전 가보지 못한 곳을 여행하는 때가 종종 있습니다. 꿈을 꾸는 날이면 그 꿈이 생생... 김맛세오 2013.04.30 2213
130 작은 애벌레와의 해후   "아니, 욘 녀석이 뭐지?"   낮기도를 하러 경당에 들어서서 성무일도를 펼치려는 순간, 웬 쪼맨한 송충이가 커버에 붙어 꼼지락거리고 있다.  아마도 오전에... 1 김맛세오 2018.05.28 1568
129 작은 이모의 생신 T평화와 선   "이모, 오늘 생신 축하드리구요, 무슨 약속 있으셔요?  없으심 제가 점심 사드릴테니, 이모 집 가까운 곳으로 나오실래요?"   사실 큰 이모가... 김맛세오 2017.12.30 1552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 34 35 36 37 38 39 40 41 42 43 ... 52 Next ›
/ 52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