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조회 수 1180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T 온 누리에 평화를 빌며...


  며칠 전 정원에 있는 키 큰 은행나무 전지 작업이 있었다.  그런데 높은 가지 사이에 까치 한 쌍이 집을 짓느라 몇 날 며칠 분주히 드나들면서  반쯤은 둥지를 엮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우야노!  밖엘 다녀오는 동안 전지하는 형제가 애써 짓고 있는 까치 집까지 무참하게 없애버렸으니...말못하는 까치 부부지만 공들인 탑이 무너져 얼마나 애간장이 탔을꼬! 

   

  언젠가 읽은 책의 한 귀절이 떠오른다.

  돈후앙이라는 분은 식물 학자에게 식물을 대하면,그 앞에 무릎을 꿇고 이렇게 고백하게 했단다.

  "나는 당신보다 나를 조금도 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모두 평등하니까..."


  그렇다.  인간의 갑질 횡포 앞에 자연을 이기의 잣대로 함부로 대해선 안된다는, 그 앞에서 지켜야 할 도리를 말한 것이리라.  사람은 평생 동안 자연을 통해 엄청난 양의 동물과 식물을 취하며 생명을 유지해 가고 알게 모르게 도움을 받으며 살아가니, 어쩌면 그들 앞에 군림해야 하는 존재가 아니라, 나무나 풀보다 낫다는 얄팍한 생각을 떨쳐버리고 오히려 그들에게 마땅하고 겸허히 감사해야 할 존재가 아닌가 싶다.

  하기사 저 떠 가는 하늘의 구름 한 조각에게도 우리는 감사해야 하리라.  구름이 모여 이 땅에 비가 내리고, 그로 인해 모든 동식물이 생명을 유지해 가니... 사람은 물론 이 지구상의 모든 존재 이유는 각기 개체로서의 잘남이 아니라 서로서로가 돕고 살아가야 하는 공존의 생명체들인 것이어서, 나는 공기이기도 하고 새나 풀, 숲이기도 하며 구름과 나무, 흙, 바위,...온갖 미물조차도 공존의 형제 자매 관계에 있는 거대한  지구 공동체요 한 가족이 아니겠는가. 

  하나의 예로, 우리가 지리산(山)을 일컬어 어머니 산이라 함은 왜일까?  알고보면 산자락에 거하는 숱한 사람들과 그 안에 살아가는 수많은 생명체들은 젓줄을 함께 나누며 살아가는 형제 자매들인 것이다.  


  위와 맥락을 함께 하여 프란치스코 성인같은 분은, 자연에 대한 남다른 예민함을 다해 창조 주 하느님과의 관계 안에서 영성적으로 온갖 자연의 신비를 깨달아 형제 자매 관계임을 깨달은 돈오(頓悟)의 천재임에랴!  따는 자연의 신비에 접하려면 무엇보다도 인간 스스로가 이 세상에서 가장 잘났다는 오만을 버리고, 만물을 존중하는 원초적인 순수성을 지녀야 하리라.  역사적으로도 오랜 세월 이러한 자만심으로 자연을 대해 온 인간이기에 지구상의 존귀한 생명들을 얼마나 많이 파괴하였 왔던고!


  나는 지난 6년간 성거산에서 지냈던 삶을 되돌아 보며 좋았던 일과 시간들을 갈무리해 본다.  산 주변을 수없이 오르내리면서, 어느 순간에서부터인가 눈에 선명히 띄던 작고 큰 동물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노라면, 산 속에서 지내는 형제 자매들의 정황과 그 이야들이 소근소근 귓전에 스치는 듯...때로는 음악처럼 들려오는 바람 소리에 귀를 기울이기도 하고, 설핏 서해대교를 타고 넘어가는 아름다운 석양을 바라볼 때마다 그지없는 행복감에 잠기곤 하였다.  

  인간은 자연의 지배자가 아니라 자연의 일부요 동반자라는 엄연한 사실을 숙지한다면, 언제나 자연 앞에 숙연해지고 겸허해지지 않을 수 없으리라.    


생활나눔

일상의 삶의 체험을 나눕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8 사랑과 영혼...! T 평화/ 선 그제 새벽에 교통 사고로 재속회원이신 김젬마 자매님이 하느님 품에 안기셨습니다. 자매님의 영혼이 떠나시기 전에 하시는 말씀- "수사... 김맛세오 2013.01.18 2817
57 잠자리 묵상? T 평화와 선 지난 두 주간은 고통의 날들이었다. 한 번이 아닌 두 번씩이나 벌에 쏘인 것이 병원엘 가도 소용이 없었고, 오히려 민간 요법인 부황을 떠 독을 뽑아... 2 김맛세오 2011.07.20 2821
56 친 자매같은 시누이와 올캐 T 한아름 가득한 평화 며칠 전 정동으로 올라 온 저를 보러 두 자매님들이 다녀 가셨지요.. 성 다미아노 집에서 함께 차를 들면서 오랫만의 해후를 허심탄회하게 ... 김맛세오 2012.02.28 2847
55 정원의 풀(잡초?)을 뽑으며... T 평화 세상에 잡초가 어디에 있습니까. 인간의 이기에 의해서 풀과 잡초를 나누는 이분법의 잣대가 저로서는 별로 탐탁치 않습니다만, 잔디를 가꾸려다 보면 어... 1 김맛세오 2012.05.16 2869
54 기다림의 행복 T 온누리에 평화를. 눈이 살짝 덮힌 여기 성거산 겨울과 함께 이 시작되는 시기. 대림초 주변에 꾸밀 소박한 소재를 찾아 헤메다 드디어 졸졸 흐르는 계곡 근처 ... 9 2006.12.04 2873
53 어미 방아깨비 T 온 누리에 평화 어디 산고(産苦)가 사람 엄마들 만이 겪는 고통일까. 오늘 선배님들의 묘지 주변을 거닐다가 하마트면 밟힐뻔한 방아깨비 1마리가 눈에 띄었다.... 김맛세오 2011.11.21 2874
52 청원기도보다는 감사기도를... T 평화와 선   요즘 며칠동안 '어떤 기도를 하며 살아가는 내 자신일까?'를 계속 묵상해 보았습니다.   놀랍게도 대부분의 기도 내용이 감사보다는 ... 김맛세오 2013.10.17 2889
51 도룡농이 철 T 평화가 샘물처럼... 벌써 2주 정도 전이었으리... 모처럼의 외출에서 돌아 온 깜깜한 밤 길 거의 집에 도착했을 즈음이었다. 큰 연못엔 아직도 두터운 얼음이 ... 1 2010.03.04 2892
50 강화도 글라라회 수녀님들 T 평화/ 선 배요셉 신부님과 약속이 되어 4년 만에 간 강화도 창후리 길은, 이미 벚꽃 따위가 다 저버린 서울과는 달리 지나는 곳마다 개나리며 진달래, 벚꽃이 ... 김맛세오 2012.04.25 2895
49 비단 잉어 T 온누리에 평화... 이곳 큰 연못엔 작년에 어느 지인이 넣어 주신 비단 잉어 5마리와 향어 2마리가 있어, 늘 대문을 오갈 때마다 그 유영하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2 김맛세오 2011.04.12 2917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 42 43 44 45 46 47 48 49 50 51 52 Next ›
/ 52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