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2019.01.14 13:48

방하착(放下着)

조회 수 1150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T 평화를 빌며...


  이 아침, 얼핏 '방하착(放下着)'이란 용어가 떠오른다.

  이 말은 "공허한 아상(我相), 즉 나의 모든 걸 내려놓아야 한다."는 의미로, 흔히 불가의 스님들이 잘 사용하고 어떤 화두가 잘 풀리지 않을 때 곧잘 떠올리는 말로 알고있다.


  2월 말쯤이면 이곳 정동 수도원에 대공사가 있을 예정이어서, 콧구멍만한 방에나마 이것저것 자질구레 쌓여있는 짐들을 정리하여 꼭 필요한 것들만 챙겨, 6개월여 임시로 거처할 평창동 수도원으로 옮겨야 한다.  짐이래야 거의 책들이고 적은 소지품들이지만, 그래도 정리해야 한다는 작은 강박감이라 해야 할지 좀 심란해지는 거다.  

  우선 어제 눈에 띄는대로 그동안 취미로 찍었왔던 세월의 묻은 흔적들이 쌓여진 사진들을 정리하고 보니 절반 정도는 버려야 할 것들을 추려내면서, 어릴 적에 두어번 이사를 하면서 오랜 세월 세간들과 뒤섞여서 구접스레하셨던 어른들의 모습이 아스라이...그런 것들중 할머니가 늘 사용하셨던 얼레빗하며 엄마의 동동구리무 곽...같은 것들이며 작고 큰 살림살이들을 쉽게 버리지 못할 것들이 떠오르는 건 웬일일까.  어쩌면 오랜 세월 우리 인생과 함께했던 소도구들을 쉽게 버리지 못한 예전의 어른들과 무어든 쓸만한 물건들임에도 쉽게 내다 버리는 요즘의 세대들을 생각하면, 그래도 내 경우엔 전자에 속하지 않을까 하며 씨익 웃음이 나는 것이다.  


  그럼에도 오랜 세월 수도생활을 해 온 나로서는 세간살이에 대한 옛 어른들과는 달리 집착에서 쉽게 벗어나야 한다는 생활 습관과 영성에 배어서인지, 매사에 내가 소중하다고 여기는 것들을 쉽게 타인에게 주어버리거나 애착에서 금방 벗어나는 '방하착'의 실천을 잘 해온 편이란 생각이 들지만, 자주 미진한 찌꺼기들이 남아있는 것같은 찜찜함에 그럴 때마다 새로운 도전의식을 지니게 된다.


   빛바랜 사진들을 정리하다가 문득 메모랜덤에 깨알같이 오랜 세월 적혀 온  한 귀절이 눈에 띄어 여기에 적어본다:

              "과거의 좋은 것들을 추억하기

                 현재를 잘(충실히) 살아가기

                        미래가 잘 되리란 굳은 신뢰와 희망을 지니기" 


  사실 살아가면서 이런저런 필요한 것들이 많겠지만, 실상 하느님 품으로 돌아갈 때면 아무것도 지니고 갈 것이 없다.  그래서 평소의 삶에 '방하착'이란 예행 연습이 꼭 필요한 것이리라.  특히 쌓여지기 쉬운 찌꺼기들이나 마음의 구설수같은 것들을 말이다.


생활나눔

일상의 삶의 체험을 나눕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8 공감(共感) 이야기 T 평화와 선 오늘 복음 말씀- 예수님께서 한 과부의 죽은 아이를 살리 주시는 이야기- 에 귀를 기울이노라면, 예수님께서 얼마나 측은지심이 많은 분... 김맛세오 2012.09.18 2970
57 곤즐박이 새 부부 T 샘물같은 평화 한 차례 새하얀 산벚꽃이 지나간 봄의 자리에 연초록 봄의 이야기도, 어느덧 짙푸러져만 가는 성거산의 모습! 쥐방구리 드나들 듯 유리 문을 여... 1 2010.05.19 2533
56 고향이 서울이면서도 시골스럽게 자란 덕분에... T 평화와 선   뉘 고향이 어디냐고 물어 '서울'이라 하면 말씨가 느려선지, '충청도' 사람같은데요 하는 분들이 많다.  하기사 흑석동 넘어 '동작동(동재기)'... 김맛세오 2017.02.13 1226
55 고향의 미루나무 T 평화/ 선   전에 얼핏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만, 내 고향 '동지기'(현 동작동 현충원 자리)엘 가면 공작의 날개 형상으로 펼쳐진 지형 전체의 한가운데로 흐... 김맛세오 2014.05.13 1906
54 고향마을 소묘 T 온 누리에 평화     만일 내 고향(지금의 동작동 현충원)에 현충원이 자리해 있지 않았다면 지금쯤 그 모습이 어땠을까? 아마도 그 넘어 반포나 흑석동처럼 ... 김맛세오 2015.03.03 1453
53 겨울을 재촉하는 가을 비 T 평화/ 선 그렇게 화사했던 단풍이 삶과 죽음의 예표인 양 이제는 겨울 준비로 훌훌 옷을 벗고 있다. 자연의 변화하는 모습과 더불어 그 어느 때보다도 '죽음'의... 2 2009.11.08 2086
52 겨울 새들아, 춥지않니!? T 평화 & 선   이렇게 날씨가 추운 날에 외출이라도 하면, 체질적으로 추위를 많이 타 우선 손발이 시려워 4계절중 겨울은 제발 '빨리가라...' 하는 게 솔... 김맛세오 2014.12.08 1375
51 게으름의 변명 T 평화를 빌며... 혼인이 많은 주말이면 늘상 수도원 정원으로 와 2-3일씩 묵어가는 행려자가 있습니다. 30대 중반쯤으로 겉보기엔 체격이 아주 건장해 보이는 사... 김맛세오 2012.06.27 3810
50 강화도 글라라회 수녀님들 T 평화/ 선 배요셉 신부님과 약속이 되어 4년 만에 간 강화도 창후리 길은, 이미 벚꽃 따위가 다 저버린 서울과는 달리 지나는 곳마다 개나리며 진달래, 벚꽃이 ... 김맛세오 2012.04.25 2895
49 강화도 글라라회 수녀님들 T 평화/ 선 배요셉 신부님과 약속이 되어 4년 만에 간 강화도 창후리 길은, 이미 벚꽃 따위가 다 저버린 서울과는 달리 지나는 곳마다 개나리며 진달래, 벚꽃이 ... 김맛세오 2012.04.25 2730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 42 43 44 45 46 47 48 49 50 51 52 Next ›
/ 52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