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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9.22 11:02

알라스카의 변(變)

조회 수 2169 추천 수 0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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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 평화와 선.

처음엔 그랬다:
"그 추운 동네엔 뭣하러 간다요...비싼 여비를 들여가면서...?
가실려면 두 분이나 다녀 오셔요."
지난 여름(6월 중순경) 숙모님의 초대에 나는 시쿤둥하게 답해 드렸다.
공연히 비싼 여비를 들여가면서...라는 푸념도 들었지만,
무엇보다도 유난히 추위를 타기에
동토의 나라 알라스카라는 곳은 생각만 해도 으시시할 뿐
내게는 별 매력이 없는 곳이었으니까.
그러나 숙모님의 조카에 대한 애정어림- 일생에 한 번 뿐인 여행일텐데 뭘 그런 생각을 하느냐는- 과 집요가
급기야 알라스카로 날아가게 했던 것이다.
그것도 일주일 남겨놓고 불야불야 비자를 준비하고 표를 마련해서...

온통 연중 만년설로 덮여 있을 줄 알았던 알라스카!
웬일로 거기도 역시 여름 날씨여서
반소매에 온통 초록의 자연과 함께 곳곳에 꽃들이 피어나
내 상상을 완전히 뒤엎었다.
또 차에서 내리기만 하면 달라붙는 모기들의 극성!

하루 빙하를 접할 크루즈 여행을 했는데
말로만 빙하가 녹아 심각하느니 어쩌느니 들어왔었지만,
거대한 빙하들이 곳곳에서 철썩철썩 무너지고 녹아내리는 걸
실제로 목격하고 보니,
웬지 가슴을 후비는 비애와 함께 눈물이 났다.

아하! 지구온난화니 오존층 파괴니...하는 소리들이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것을...
부와 최강국 최신식 무기를 자랑하는 일본의 경우,
어쩌면 머지않아 땅이 가라앉을 날도 멀지 않겠구나 하는
쌤통머리가 치미는 거였다.

그렇다.
나라는 인간이 편한만큼 이 지구는 몸살을 앓게 마련이고
자동차 대수가 늘어나는 만큼 세상은 자연을 등진다는 엄연한 사실을
망각하는 인간의 부적절한 얌통 존재!

알라스카!
생각하면 할수록 내 마음의 눈물 바다에
둥둥 떠다니는 슬픔의 얼음 조각들!!!
지금 성거산의 푸르른 자연 친구들과 함께
다시금 하이얀 만년설,만년 빙하이기를 기원한다.
내 비록 추위에 약하다 하여도,
'추위야 얼음아 하느님을 찬양하여라' 힘차게 간구하련다.
  • 사랑해 2006.09.24 08:41
    우리 주변의 모든 자연은, 말 그대로 "자연스럽다"는 것, 절 감탄케하며 가슴벅차오르게 하는 모든 아름다운 자연은, 웅장하든 소박하든 모두가,
    "얘들아~ 나! 여깄단다~" 하시는 창조주 하느님의 구애?의 목소리가 아닌가 합니다...공원을 돌며 만나는 낙엽 마르는 냄새~, 작고 귀여운 참새들~, 아기자기한 소국들~열심히 운동하는 사람들의 발갛게 상기된 얼굴들 그리고 그 숨결들~
    모두 헉!! 하고 멈추어 주님을 떠올리고 감사하게 하는 것들입니다...
    지병이 있든 당장 많이 불편하든, 그저 내 두 발로 걸어 그 모든 것을 느낄 수 있음에 넘 감사한 오후 였어요...
    수사님 글 찬찬히 읽다보니 또 목이 메이네요...^-^;;
    넘 감사하다는 건, "전 지금 넘 행복해요~"의 다른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수사님도 마니마니 행복한 저녁 되세요~
  • 사랑해 2006.09.24 08:41
    참! 수사님! 벌써 풀잎 마르는 냄새, 나무 잎사귀 마르는 냄새가 공원 가득해요...가을이 오는 냄새(향기라고 해야 하나?^^;;) "내음" 이겠죠?
    세라신부님 그리고 성거산 식구들?^^과 진하게 가을을 누리시길 바래요...
    (아~ 제가 넘 횡설수설 수다하죠?^-^;;)
  • 앗숨 2006.09.24 08:41
    우연? 어쩌다 들려서 공감하며 (관악산..등등) 글을 읽고 마음이 정화됨을 느끼곤 했는데...며칠전 정동에 들려 작은 정원을 둘러보며 주렁주렁 열린 모과와 막 익어가는 감을 보곤 넘 탐나 하나를 슬쩍...구석구석 만개한 야생화들....세련되진 않지만 자연스런 조화가 푸근한 가을을 선물함에 행복해하며 떨어진 모과향이 너무 좋아 몇개 주워서 슬쩍한 감과 예쁘게 모셔놓고 가을 냄새를 느끼고 있어요^^그런데 그 정원의 손길이 머무신 분이 시군요...아하! 암튼 감사하고 죄송합니다~.~;;
  • 2006.09.24 08:41
    T 정들었던 정동 정원은 제가 떠났으니 잡풀들이 때를 만나 아우성이겠죠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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