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2018.10.31 20:18

나의 유일한 형

조회 수 1184 추천 수 2 댓글 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T 평화와 선

 

  지난 봄, 늘 건강하던 형이 뇌경색으로 쓰러지시어 입원했다는 연락이 왔다.

  다행히 경미한 상태여서 시름을 놓았지만, 이후로는 잘 다니시던 직장에 손을 놓으셨고 치유 회복을 위한 재활치료와 걷기 운동을 꾸준히 하시나, 이전의 건강한 상태로 돌아가기는 모든 사정이 역부족일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어쨌든 형이 건강하셨을 즈음엔 형에 대한 관심이라든가 신경을 거의 쓰지않았지만- 더군다나 형과 나 사이에 비숫한 점이라곤 거의 없었고, 형에 대하여 신경을 쓸 만한 구석이라곤 찾기가 어려웠으니까...형은 외모라든가 성품이 부성을 닮았고, 나는 외탁을 하여 엄마를 많이 닮은 것도 확연히 다른 점들이다. 그런 형이지만, 단 한 분 뿐이라는 형제 의식과 함께 예전과는 달리 형을 생각할수록 짠해지는 마음을 어쩔 수가 없다. 그래서 한 달에 적어도 두 번 이상은 형을 의도적으로 만나, 지난 얘기를 하며 식사도 함께 해드리기로 다짐하였다. 예전 어쩌다 만나면 그래도 직장에 다니시는 형이 식사비를 내곤 하였지만, 이제는 내 쪽에서 해드리기로 했다.

 

  갑작스런 뇌경색이 온 이면엔, 각 사람의 갖가지 상태에 따라 건강의 척도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이르던 늦던 인생의 주기에 자연적으로 찾아오는 수순이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엄마가 살아계셨을 당시, 75세 정도부터 골다공증의 증세로 매사 힘들어하셨고, 그 후로 현저하게 전체의 발란스에 이상이 생기셨음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좀 다른 이야기지만, 며칠 전 일시에 닥친 거대한 태풍으로 사이판에서 일어난 자연 발생 재해로 인하여, 일시에 누렸던 모든 의식주의 올 스톱으로 그곳에 여가를 즐기려 여행을 간 모든 사람들이 다시는 떠올리기도 싫은 아귀비환의 처지로 힘들게 지내고 있지 않던가!

 

  최근의 나 개인적으로는, 연피정의 일환으로 함께 성지순례 길을 걷던 6명의 형제들중, 그리 넓지도 않고 차가 많이 다니지도 않은 한적한 건널목에서 아무런 살핌도 없이 이야기에만 몰두하며 천하태평 건너던중, 몸을 스칠 정도의 아슬한 찰라에 큐브레이크를 밟은 차로, 운전자의 너무 놀랜 표정을 보고 그제서야 내가 한눈을 팔며 건넜다는 걸 깨달았다.

뒤를 따라오던 모 형제 왈- "형제님, 좌우를 살피면서 걸어야죠. 하마트면 순례고 뭐고 장례치를 길이 될 뻔 했잖아요!" 틀린 말이 아니다. 비명횡사할 찰라에 천사의 도움 손길이 아니고서야 어찌 그런 찰라의 갈림길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 어쩌면 형을 걱정해 오던 건강한 내가, 먼저 하늘 나라로 갈 뻔한 사건이었으니, 한 치의 앞도 내다 볼 수 없는 우리네 삶과 죽음이 아니겠는가?


  요즘 부쩍 형을 통하여 '삶과 죽음'에 대하여 자주 묵상을 하게 된다.

  지독히 무덥던 지난 2018년의 여름이 언제 빨리 지나려나 싶더니, 유난히 찬란했던 전국의 단풍 계절도 짧게 끝나고 이제 두 달 남짓한 남은 달력을 보며, 살아 온 날들보다 살 날이 지극히 짧게 남았음을 깊이 의식하게 된다.

 

  다만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참으로 흐뭇했던 만남들 하며 하느님으로 부터 받은 무수한 은총의 기회들,  살아 갈 날들에 대한 지극한 감사 외에 무슨 바램의 여지가 있겠는가.


  형을 생각하면...늘 함께 해도 될 옆 자리에 형이 없었다는 의아함과 함께, 이제는 형을 바라보며 도란도란 이야기할 기회를 자주 마련해 드리겠노라 다짐해 본다. 엄마가 하늘 나라에서 내려다 보시며 흐뭇해 하실...^^

  • 잔디 2018.11.01 13:50
    좋은 추억 많이 만드시길 바라며....
    두분의 건강을 위해 기도드리겠습니다.
    저도 이핑계 저핑계로 잊고 있던 가족들을 찾아보렵니다.
    고맙습니다~!!!

생활나눔

일상의 삶의 체험을 나눕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68 끊임없이 추구해야 할 내 '인생의 의미' T 평화와 선   2017년 설 연휴 기간, 이렇듯 하이얀 눈발이 날리는 것은 귀성객들에게는 좀 힘들겠지만 심한 가뭄 끝 해갈의 대지에 어쩌면 축복의 의미일런... 김맛세오 2017.01.30 1229
67 고향이 서울이면서도 시골스럽게 자란 덕분에... T 평화와 선   뉘 고향이 어디냐고 물어 '서울'이라 하면 말씨가 느려선지, '충청도' 사람같은데요 하는 분들이 많다.  하기사 흑석동 넘어 '동작동(동재기)'... 김맛세오 2017.02.13 1226
66 나날이 좋은 날! T 평화를 빌며...   혼자 잘 놀 줄 아는 사람은 외로울 새가 없다는 것이 나의 평소 지론.     평생 결혼 생활을 하며 배우자가 곁에 있어도 결국 혼자일 수... 김맛세오 2017.02.21 1217
65 소중한 네겝 사막의 추억 T 온 누리에 평화를...   지난 주간의 독서엔 계속 에짚트 땅에서 탈출하여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을 향해 가는 광야에서의 고난 여정을 <탈출기>와 <민수기... 김맛세오 2017.08.12 1209
64 좋음과 아름다움은 하나 T 온 누리에 평화를.   매일 1시간 이상은 운동삼아 오르는 인왕산 길.  같은 길을 오르내리면서도 실증을 내는 법이 없는 나의 천성!  집에 도착할 즈음엔 으... 김맛세오 2017.12.02 1208
63 산(山) 아이 T 온 누리에 평화가...   꼭 11년 전에 보름 정도 막내 숙부 내외의 초청으로 미국, '롱 아일랜드'(뉴욕 바로 옆)라는 곳에 체류한 적이 있었다.   우리나라... 김맛세오 2017.03.06 1203
62 길 고양이 덕분에, 감사를... T 평화와 선   평소와는 달리 인왕산행 산책 코스를, 산 중턱쯤의 경비처소가 있는 곳에서 왼쪽으로 잡았다.  바로 옆 성곽이 내려다 보이는 경관이 한 폭의 ... 김맛세오 2017.07.14 1196
61 참으로 소중했던 만남들 T 평화와 자비   그렇습니다.  작년 한 해동안 참으로 많은 국내 성지를 찾아다니며 순례를 하였고, 그런 와중에 진솔한 만나들도 적지않아 행복하기 이를 데 ... 김맛세오 2017.01.01 1192
60 무릉도원 아래, 찾아 온 손님들 T 평화가 온 누리에...   요즘 나의 정원 성모상 주변엔 온통 봄꽃으로 축제의 분위기!  게다가 벚꽃나무와 목련 아래 탁자가 놓여 있어 쉬어 가기에 여간 느... 김맛세오 2017.04.11 1189
» 나의 유일한 형 T 평화와 선     지난 봄, 늘 건강하던 형이 뇌경색으로 쓰러지시어 입원했다는 연락이 왔다.   다행히 경미한 상태여서 시름을 놓았지만, 이후로는 잘 다니... 1 김맛세오 2018.10.31 1184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 41 42 43 44 45 46 47 48 49 50 ... 52 Next ›
/ 52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