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조회 수 2148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T 온 누리에 평화

 

여기 정원에는 작고 큰 지렁이 가족들이 참으로 많습니다.

풀을 매거나 거름을 주려고 구덩이를 파려면 어김없이 서너마리씩 보입니다.

특히 비가 내리는 날이면, 땅 표면에 외출을 나온 듯이 기어다니는 녀석들이 자주 보입니다.

원래 지렁이는 눈이 없어 촉각으로만 다니기에 촉촉한 습한 곳이면 어디든지 제 집이니까요.

 

아시다시피 지렁이가 많은 흙은 아주 기름진 옥토로 변모시키기에

하느님으로부터 흙을 좀 더 나은 생명이게 하는 참으로 좋은 능력을 받은 거지요.

 

그런데 어떤이들은 그런 지렁이를 보면 뱀을 연상하는지 질겁을 하는 걸 봅니다.

성거산에서 지냈을 적에 걸핏하면 말벌에 쏘였고 그 무서운 독사들과 마주친 게 어디 한 두번입니까.

그에 비하면 지렁이는 쏘기를 합니까 물기를 합니까...그저 오로지 땅 속을 헤집으며

흙을 거름지게 하는 온순하기 짝이 없는 생명일 뿐이랍니다.

 

아주 오래 전 일입니다.

한 형제와 함께 서울 근교의 산인 '수리산'으로 일찌감치 등산을 나섰습니다.

이른 시각이라 등산객이 많지 않았고, 새벽 이슬을 맞은 지렁이들이 길목 여기저기에 기어가고 있었지요.

저는 나무 젖가락을 만들어 하마 발길에 밟혀 죽을새라 보이는 지렁이마다 집어서 풀숲으로 넣어 주며 걸었습니다.

마침 뒤따라 오던 한 무리 젊은 여자들이 저의 모습을 목격하고는 의아하다는 듯, 왈-

 

       "아저씨 왜 징그러운 그 지렁이들을 그렇게 살려 주는거죠?

        걍, 콱 밟아 죽여 버리지요!"

 

저는 뜨악하니 그 젊은 아낙을 쳐다보며 잠시 할 말을 잊고 있다가,

 

       "무슨 말씀을, 그렇게 무섭게 합니까...징그럽다니요?

        지렁이가 얼마나 깨끗한 줄 압니까? 사람이 오히려 징그럽고 무섭죠...!!!???"

 

아마도 그 아낙의 인식은 지렁이가 징그럽고 하챦다고 여긴 거 겠지만

그래서 생명의 존귀함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렇게 쉽게 내뱉은 것일 테지요.

 

저는 오늘도 풀을 매다가 지렁이들을 발견,

꼼지락거리는 그 모습이 여간 신기하고 귀여운 게 아니었습니다.

 

       "아휴, 하마터면 다칠 뻔 했네.

       안녕, 땅 속의 요정, 지렁이야!

       놀라게 해 참으로 미안!"


생활나눔

일상의 삶의 체험을 나눕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01 한사랑공동체 윤석찬 프란치스코 형제님의 신문기사 평화와 선 행려자를 위하여 봉사하고 있는 작은형제회 윤석찬 프란치스코 형제님의 기사를 나눕니다. 기사 내용은 아래 링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 file 홈지기 2013.01.30 4466
300 사랑과 영혼...! T 평화/ 선 그제 새벽에 교통 사고로 재속회원이신 김젬마 자매님이 하느님 품에 안기셨습니다. 자매님의 영혼이 떠나시기 전에 하시는 말씀- "수사... 김맛세오 2013.01.18 2821
299 상호적 관계 T 평화/ 선 제 방엔 늘 작은 화분의 꽃이 있어 그 자라고 피고지는 화초에 자연스레 물을 주고 때로는 거름을 주기도 하며 수시로 사람에게처럼 대화를 ... 김맛세오 2013.01.02 3955
298 예루살렘의 안베다 신부님 T 평화를 빌며. 예루살렘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안신부님! 매년 부활과 성탄 즈음엔 카드를 보내드렸고 또 신부님께서도 저를 위해 특별히 미사 ... 1 김맛세오 2012.12.15 3905
297 하느님의 어릿광대 T 평화/ 선 프란치스코 성인을 눈여겨 보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당시 유행했던 <음유시인>들의 노래를 즐겨 흥얼거렸다는 것. 두 나뭇가지를 집어... 김맛세오 2012.12.12 3449
296 '진우'와의 각별했던 만남 T 온 누리에 평화 하필이면 추운 이맘 때면 어린 강아지를 곁에 두게 되는지... 쌓이는 눈이 좋아 강아지와 함께 밖엘 나가면, 강아지 발이 시려울까 무... 김맛세오 2012.11.29 2964
295 나환우에 관한 잊지못할 추억 T 평화/선 '산청, 성심원'하면 한국 작은형제회와 더불어 제법 긴 역사를 지니고 흘러왔습니다. 저 역시 한 때는 짧게나마 그곳에 지냈던 적이 있어 늘 ... 김맛세오 2012.11.27 3475
294 리보 또르또의 형제들 T 평화/ 선 오늘 얼핏 리보 또르또(Rivo-Torto)가 떠올려지는 건 웬일일까요. 영(靈)의 타임머쉰이라도 타고 성프란치스코와 그의 초기 형제들이 살던 ... 김맛세오 2012.11.22 3281
293 프란치스코를 닮은 단순한 사람...? T 평화와 선 성 프란치스코는 8세기를 지난 오늘에도 참으로 매력이 많은 분입니다. 근자에 회자되는 '생태'나 '자연'에 관한 이야기가 나올 때도 그 제일... 2 김맛세오 2012.11.20 3699
292 오랫만의 성거산 나들이 T 평화와 선 성거산은 늘 가보고싶은 곳으로 남아있는 곳입니다. 6년동안 지내면서 특히 정든 산이며 주변의 자연들... 마침 11월 5일에 <관구 위령... 김맛세오 2012.11.14 3230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 53 Next ›
/ 53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