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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06 10:27

아일랜드 젊은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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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 평화/ 선

늘 잊혀지지 않는 만남 중의 하나가 있습니다.
그 아이리쉬 아이들 엄마를 떠올리면
길가는 "나그네"에게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됩니다.

아마도 1987년도였을 겁니다.
공부가 다 끝나 아일랜드로 건너가 카푸친 수도회 소속
북쪽 바닷가에 위치한 아름다운 피정집에서 머물고 있었습니다.
하루는 한 형제의 지인 집에 장례가 생겨 차로 몇 시간 걸리는
먼 곳을 여행했어야 했는데, 중간에 형제가 알고 지내는 어느 가정집에
인사차 방문을 했지요.
올망졸망 여러 꼬맹이들의 낯선 이방인에 대한
호기어린 눈망울들 하며 아빠는 일터로 나간 모양인지
엄마와 애들의 모습이며 집 안 살림이 일견으로도
가난이 쫄쫄흐르는 넉넉지 않은 형편인 듯 싶었습니다.

그 집에서 차 한 잔 얻어 마시고는
다시 여행길을 재촉해야 했는데, 형제가 봉투 하나를
내게 건네주는 겁니다. "이것이 뭐지요?" 물으니,
"애들 엄마가 형제의 여행비에 보태 쓰라고 주었기에
꼭 형제가 받아써야한다"는 것이겠죠.
가난한 살림임에도 그 봉투엔 적지않은 여비가 담겨 있었습니다.
아일랜드에서는 전통적인 가톨릭 풍습으로 수도자나 성직자,
또는 순례자에게 '도네이션(봉헌)'의 뜻으로 그렇게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불자들이 행하는 '보시'의 의미와도 같은 것.

그곳에서 여행을 하면서 위와 유사한 경험들을 여러번 겪기도
하였으니, 음식점에서 어느 낯선 분이 우리의 식대를 말없이 지불
했는가 하면, 대중 교통 차비조차도 안받는 경우가 종종 있었답니다.

어쨌던 그 가난한 집 엄마의 도네이션은 몇 십년이 흐른
지금에도 기도를 통해 잊을 수가 없으니, 도네이션과 기도의 끈이
가히 시간을 초월해 유효하고도 남음이 있으니, 참...!!!

또 단 두번 밖에 만나지 않은 'Mary O'Brien(마리아 브라이언)
자매님은 가끔 루루드 순례를 가시거나 연중 세 번 정도는 꼭 카드를
보내주시면서 미사와 기도중에 기억하신다니...
어찌 탄복할 분들이 아니겠습니까.

지나간 작고도 큰 일에
늘 감사와 기도를 게을리 하지 않을 수 없으니,
이 또한 삶의 훈훈한 은총의 끈이 아니겠습니까.

생활나눔

일상의 삶의 체험을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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