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조회 수 1519 추천 수 1 댓글 2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T 평화와 선

 

  "얘(게)야, 어디라고 겁도 없이 땡볕에 여기 나와 있는 거니?"

 

  해녀 아줌마, 할머니들과 헤어진 직후 화순이라는 마을을 향해 땡볕 속 해변가 차도를 따라 걷던 중이었다.  대로 포장도로에서 손바닥보다 좀 큰 게와 만났다.

  바다와는 제법 멀리 떨어진 곳까지, 게다가 "차에 치면 어쩔려고 그렇듯 나와 있을꼬...?"  안스러움에 게에게 말을 건네니, 약간 붉은 색을 띈 그 커단 집게를 쫙 벌리며 자못 방어 자세인 거다.  아마도 자신을 해치려는 존재로 여겼나보다.  워낙 덩치가 큰 녀석이라 집게 발에 물릴까봐 등산용 지팡이로 건드려 바다 쪽으로 밀어넣으려 했지만, 더욱 화를 내는 자세로 꼼짝하지 않는 그 자세가 매우 재밋고 흥미로왔다.

 

 "땡볕이건 찻길이건 내 맘인디...갈 길이나 갈 것이지 왜 시비를 건다요?"

 

 "얘야, 내 널 잡아먹으려 이러는 거 아니니 어여 네 집 저 바다로 들어가거라, 잉!" 랬더니,

그 왕망울 같은 눈을 굴리며 공격 자세이던 집게 발을 금방 풀으며  온순한 자세로 바뀌었다.  그러면서 천천히 바다쪽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

 

  "암, 그래야지...!  잘 가그레이...다시는 차도로 나오지 말고...쌩쌩 달리는 차에 치이면 큰일이니까..."

 

  그렇게 게와 헤어지고 갈 길을 재촉하니, 참으로 발걸음이 가벼웠다.

  그랬다.  새벽녘 깅바닥에 나와있는 지렁이들을 수없이 풀섶으로 넣어주거나 간혹 어미와 떨어져 길바닥에

나앉은 새새끼를 잘 보살펴준 적은 있어도, 바다 게와의 이런 해후는 처음이었다.  

 

                            *     *     *

 

  족제비를 만난 건 매일 살다시피하는 정원에서였다.  물론 이번이 처음이 아니고 작년 텃밭에서 내 앞을 여유만만히 지나가는 녀석을 목격해, 이번이 두번째 만남이었다.

 

  밖으로 나 있는 광 앞에, 직경 15Cm 크기로 사이가 제법 떨어진 물받이 홈통이 있다.  그 홈통에 머리를 쏘옥 내밀고는 빤히 바라보는 거였다.

 

  "어...?  너 작년에 본 그 족제비 아니니?  오랫만이다.  그런데 참, 귀엽게 생겼구나!  그래 잘 지냈니?"

  "저는요, 이곳을 지나다닐 때마다 자주 뵈어 오랬만이 아니거든요.  근데 짐 뭐하셔요?"

  "보다시피 고춧대를 찾고있거든..."

 

  그러는 찰라 홈통 속으로 머리를 감추었다가, 다시 나타내어 보이더니, 이러는 거였다.

 

  "아저씨, 저 옆 소나무 가지 속에 직박구리가 둥지를 틀어놓고 요즘 새끼를 깐 것 보셨나요?"

 

  "엉-!  알고있다마다.  아침이면 어미들이 먹을 것 물어나르느라 몹씨 분주하더구나.  그건 그렇고 너

저 녀석들 절대 건드리지 말그라, 알았제?  

 

  "아휴, 아저씨두!...제가 쥐나 잡아먹지 저 높은 곳엘 어케 올라가나요?  길고양이면 모를까...?"

 

  그러더니 다시 머리를 감추었다.  혹시나 해 휘파람을 불어 다시 불러 보았다.

세번째로 고 귀여운 머리를 또 내밀고는, "왜요...?

 

  "기념으로 널 사진에 담으면 좋겠구만, 기다릴 수 있겠니?"

 

  "전 지금 바쁘거든요.  직박구리만 새끼가 있는 게 아니라, 저도 아이들이 있거든요.  갸들 키우느라 한가할 새가 없는 거지요.  걍 빠이빠이할게요.  안녕!!!" 

    

  • 元燦韓 2015.07.06 08:21
    내 어릴적 동네앞 개울에서 송사리 쫓차다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서 70을 훌떡 넘어 80을 향해 그 옛날개울물 흐르듯 무심하게 흘러가고 있네요..
  • 김맛세오 2015.07.09 11:28
    T 그 무심한 세월의 흐름 속엔 힘든 일도 있으셨겠지만, 아름다운 추억도 많으실 테죠?

생활나눔

일상의 삶의 체험을 나눕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28 간장과 계란 후라이 오랜만이다. 며칠이 된 밥에 계란 후라이와 중국시장에서 구입 한 중국제 사나이 간장(중국 연변쪽에서 수입 된 간장 상표)에 밥을 빕여먹는것이... 어릴 적 어머... 1 로제로 2008.11.17 2432
127 바람처럼 꽃처럼 T 온 누리에 평화 코끝에 스치는 새벽 바람이 참으로 신선합니다. 가진 것 없이 자유롭게 부는 바람을 의식할 때 보이지 않는 바람이기에 더 신선하게 느껴지고 ... 김맛세오 2012.05.08 2432
126 존재의 의미 T 알렐루야!!! 자못 무겁게만 여겨지는 제목이지만, 지극히 조용히 보낸 이었다. 어제 이곳 정동에 올라 와 부활대축일 전야 미사에 참례했고,,, 단 세 식구 뿐인... 김맛세오 2011.04.24 2435
125 특별한 성탄 선물 T 평화가 강물처럼... 2주간의 외유를 마치고 엊그제 다시 성거산 제 자리로 돌아왔다. 우편함엔 오무수 신부님이 보내 주신 책자와 또 다른 소포가 기다리고 있... 1 2009.12.22 2438
124 얼마만인 별들과 달인가! T 평화와 선 지난 6월부터 긴 장마와 태풍으로 근 두 달간의 끊임없는 비,비,비,...! (덕분에 이곳 중정의 계곡은 마를 날이 없어 멋진 폭포와 시원한 물소리를 ... 김맛세오 2011.08.23 2440
123 2013.07.31 에 페북에 신부님 묵상글을 읽고 재 창조하여 제 페북에 남긴 글입니다.. 또 하늘 나라는 좋은 진주를 찾는 상인과 같다. 그는 값진 진주를 하나 발견하자, 가서 가진 것을 모두 처분하여 그것을 샀다. 작은형제회의 당쇠신부님 복음나누... D.Andrea 2013.08.09 2440
122 가슴으로 키우는 '보나' T 평화가 함께...   보통 평범하다고 하는 만남이나 이야기들이 저에겐 늘 범상치 않은 내용으로 다가 오니, 아마도 그만큼 매사 민감하기 때문인가 봅니다.... 1 김맛세오 2013.08.27 2443
121 아일랜드 젊은 엄마 T 평화/ 선 늘 잊혀지지 않는 만남 중의 하나가 있습니다. 그 아이리쉬 아이들 엄마를 떠올리면 길가는 "나그네"에게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됩니다. ... 김맛세오 2012.06.06 2455
120 인왕산(仁旺山) 길 T 평화와 선 치통으로 마지막 씹을 수 있는 이를 뽑아 근 2주 정도 죽 만을 먹고 지내는 힘든 요즘입니다. 꼭 사순시기에 맞추어 이런 일이 생기는 걸 보면 어지... 김맛세오 2012.03.11 2462
119 포도철과 보나의 어머니 T 온누리에 평화 '성거읍' 하면 거봉으로 유명- 이맘 때 포도철이 오면, 청포도와 거봉이 그야말로 주저리 주저리 열리는 신나는 고장이라. 무엇보다도 큰이모(부... 2010.08.31 2465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 35 36 37 38 39 40 41 42 43 44 ... 52 Next ›
/ 52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