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조회 수 1280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T 평화와 선


  4층의 내 방은, 바로 정원이 내려다 보이는 위치에 있어 건너 빌딩 사이로나마 떠오르는 태양을 볼 수가 있고 정원의 동태를 일거일동 자연스럽게 대할 수가 있다.  그런데 겨우내 잘 보이지 않던 까치가 작년에 둥지를 틀었던 높다란 은행나무 가지 주변을 수시로 맴도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니, 아마도 또 집을 지으려나 보다.

  절기로는 입춘이 지났지만, 아직도 물러가지 않는 동장군!  까치의 동태를 보며 이미 봄은 오고있구나 실감을 하게 된다.

문명의 온갖 이기에 자연의 원초적인 소리에 둔감해진 인간에 비하면, 까치는 분명 가까이 다가오고 있는 봄을 진작부터 느끼고 있는 게라.


  성거산에서 지냈을 적 봄이 오는 자연의 소리가 내 기억을 일깨운다.

  산새 소리가 가장 활기찰 때는 역시 짝짖기 계절인 봄이라는 것을!  새벽녘과 아침이면 그 넓은 산 전체에 새 소리로 축제 분위기인 양 시끌벅절할 정도였으니까.  그러다가 연초록 나뭇잎이 짚푸르게 변할 초여름이 되면, 그 요란하던 새소리는 이내 잠잠해지고 침잠의 조용한 숲 속 분위기에 뻐구기나 휘파람새 소리만 더욱 크게 들리곤 하였었다.


  작년 둥지를 트는 까치를 보며 많은 걸 생각했다.  사람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까치의 일거일동 생태를 통해 배울 점이 썩 많다는 것을...주변 생물이나 환경까지 고려한 완벽한 생태건축을 하였으니까.  어디 까치 뿐이랴.  어릴적 동작동 시절에 봄이면 어김없이 날아와 처마밑에 집을 짓던 제비들이 떠오른다.  그 흔했던 제비들을 심환 환경 오염으로 더 이상 볼 수 없는 세상에 살고 있으니...!  제비나 까치나 놀랍게도 그들은 집을 지을 때 그 연약한 부리 하나로 모든 걸 다 해결했다.  진흙과 마른 풀잎, 그리고 마른 가지가 전체 자제였을 뿐 자연으로 부터 변용해서 쓰는 못이나 망치 하나 없이 해결하였고 목수조차 필요없이, 집에 필요한 모든 걸 암수 역할 분담할 필요나 구별없이 잘 해내었다.  둥지에 필요한 자제 역시, 생나무를 잘라다 쓰는 게 아니라 가까운 주변에 흩어져 있는 마른가지를 사용하니, 생나무에 흠집을 낼 필요가 없어 낭비해야 할 에너지조차 없는 것.  둥지는 오로지 알을 낳고 새끼를 키우기 위해서만 필요한 것이어서 새끼들이 자라 둥지를 떠나면 더 이상 집이라는 존재 가치가 없을 뿐더러 둥지를 떠나도 나뭇가지인 자연 소재이기에 어떤 쓰레기로도 남지 않는다. 


  복잡다단한 세상사에서 지내다 보니, 자연의 소리인 까치 소리가 더 존귀하게 들리는 건지도 모르겠다.

  옛적에 '아침에 까치가 짖으면 반가운 손님이 오신다'는 소리가 괜한 것이 아니니라.

  깊은 산 속 물흐르는 소리가 맑게 들리는 것은 전혀 욕심이 없는 자연의 소리이기 때문이요, 그런 소리에 귀기울이고 침작할수록 마음 또한 깨끗해지지 않겠는가.  까치의 동태에서 봄이 가까이 옮을 느끼니, 곧 냇가의 강아지풀에도 봄기운이 부풀겠다. 세상사 지내느라 시간이 없노라 아우성치고 있기보다는 얼릉 가까이 자연의 소리를 들으러 나서야 할 것 같다.


생활나눔

일상의 삶의 체험을 나눕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88 친구가 있어 행복하지 아니한가! T 평화/ 선 천안행 지하철- 흔히 눈에 띄는 일 중에 삼삼오오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모여서 어데론가 가시는 모습들을 종종 목격하게 된다. 아마도 가까운 온양이... 2 2007.03.10 2272
187 가슴 저미게 하는 이 가을!!! T 평화/선 샛노란 국화가 성거산의 가을을 알리는 신호탄인 양, 선배님들 묘지엔 구절초와 용담이 내일이면 꽃망울을 터뜨릴 새라 깊어가는 가을을 만끽하는 시간... 3 2009.09.16 2281
186 낯선 강아지야,그만 짖으렴! T 평화를 빌며. 어제 외출했다가 돌아오니 웬 낯선 조그만 강아지 한마리가 주인도 없는 집에 혼자 집을 차지하고 있다. 외눈박이 점에다 삐쩍 마르고 뻐덩니를 ... 2006.10.15 2282
185 화장실 배수관 이것은... 인내 화장실 배수관 파이프를 구입하는데 정확히 3시간 하고도 20분이 걸렸다. 제품이 진열된 곳에서 선정한 다음, 1차 영수증 발급을 받고 그 영수증을 가지고 계산대... 3 로제로 2008.11.21 2285
184 정(情) T 평화/ 선 거의 매일 별꽃을 대할 수 있던 성거산의 밤하늘과는 달리 서울은 그야말로 '별볼일이 없는' 잿빛 하늘! "풍요롭게도 살 줄 알고 가난하게도 살 줄 아... 4 김맛세오 2012.03.06 2292
183 각자가 걸어가는 걸어가는 길.. 걸어가는 길이 모두가 한 방향이더라도, 우리는 걸음걸이도 다르고, 지나치며 보는 것도 다릅니다. 걸어가면서 생각하는 것도 다르고, 가치관의 우선 순위도 다르... 1 honorio 2006.02.18 2296
182 인도 체험기 인도로 가는 길.... 2005년 2월 5일부터 12월 5일까지 만 10개월을 인도에서 살았다. ‘해외 교환체험’이라는 정식 명칭 있지만, 이 말은 짧지도 길지도 않은 지나... 이 프란치스코 2006.03.07 2298
181 요사팟 할아버지의 부음 소식 T 평화와 선. 요사팟 할아버지가 귀천(歸天)하셨단다. 심히 편찮으다고 하여 찾아 뵌 것이 지난 10월로 기억되는데... 참, 복이 많으신 할아버지! 30일에 돌아가... 3 2008.01.03 2303
180 "에구, 불쌍한 무궁화!" T 온 누리에 평화   여기 정동 수도원 입구에 애지중지 돌보는 작은 무궁화 한 그루가 있습니다. 커다랗고 튼실한 나무로서 잘 자라주기를 희망하면서 거름... 김맛세오 2013.09.03 2306
179 "새 술은 새 부대에...?" T 평화와 선. 얼마 전 전폭적인 인사이동이 있어 내가 거주하는 공동체의 분위기도 예전과는 사뭇 달라질 전망. 나 개인적으로도, 1년간의 을 갖기로 되어 있어 ... 1 김맛세오 2006.02.15 2312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 29 30 31 32 33 34 35 36 37 38 ... 52 Next ›
/ 52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