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조회 수 2309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T 온 누리에 평화

 

여기 정동 수도원 입구에 애지중지 돌보는 작은 무궁화 한 그루가 있습니다.

커다랗고 튼실한 나무로서 잘 자라주기를 희망하면서 거름과 매일 물주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지요.

그런데 한주간 연피정을 다녀 오니, "맙소사!" 작은 송충이들이 잎이란 잎은 몽땅 갉아 먹어치운 겁니다.

한 60Cm 정도 크기의 대만 달랑 남았으니, 이것이 더 이상 살 수 있으런지조차 의문입니다.

 

전체적으로 돌아가는 자연의 신비를 대할 때 보통 생명과 아름다움을 이야기하지만,

어린 무궁화 잎을 송두리채 갉아 먹어치운 송충이와의 관계를 생각하면

아픈 마음이 오래 가시지 않는 겁니다.

 

하기사 지난 세월, 산 속 성거산에서 지냈을 때 같은 맥락의 경험이 되살아 납니다.

어느 할아버지가 손바닥만한 작은 무궁화 묘목 여러 그루을 주시어

좌우 올라가는 길섶에 심었더니 여간 잘 자라는 게 아니어서, 어서 꽃필날 만을 손꼽아 기다렸지요.

그런데 웬일인지 손가락만한 송추이들이 어디에서 생기는 건지, 매일 새벽마다 몇 마리씩 잡아주는 게 일과가 되었답니다.

그냥 놔두었다간 연한 잎을 싹쓸이할 테니까요.

그렇게 정성을 들여 그 해에는 물론 다음 해에는 갖가지 다른 모양의 화려한 무궁화꽃을 감탄스레 볼 수 있었지요.

가끔 그 무궁화들이 매년 꽃을 잘 피우고 있을까...그림을 그려보면,

워낙 송충이를 잘 타는 나무라 웬만큼 부지런하지 않으면...고개를 잘래잘래 흔들게 된답니다.

 

그런데 송충이는 뭐지요?

꽃의 꿀을 따려 작고 큰 날개짖을 하는 화려한 나비들의 전신이 송충이가 아닌가요?

나비들은 자신들의 후손을 잘 보존하도록 본능적으로 알과 송충이들이 잘 자랄 수 있는 나뭇 잎을 선택하게 되구요.

나비와 송충이와의 신비한 관계를 알게되면,

자연적으로 돌아가는 생명의 신비에 대하여 몰라도 너무 몰라 송충이는 죽여야 하고 무궁화 나무는 애지중지해야 하는

자연에 반하는 저의 애고(Ego)가 여지없이 드러나는 거지요. 동양적인 사고에 의하면, 무아(無我)의 경지를 견지하여

작고 큰 그런 아픔들조차 초월해야 한다고 도사님처럼 그럴 듯 하게 시치미를 뗄 수도 있겠고요.

 

어디 송충이로 생명의 경각에 이른 이 무궁화 뿐이겠나요?

그 자리 바로 옆엔 오래 전에(15년?) 수십년 자란 거목, 오동나무가 있었답니다.

제가 극구 반대했어도, 아니, 반이나 1/3정도 만이라도 남겨놓자 건의를 했어도

그 시절 원장님의 단호함에 의해 제가 외출한 날, 인정사정없이 베어버리게 된 거지요.

이유는 떨어지는 꽃과 잎이 지저분하고 눈에 거슬린다나요.

지금은 싹뚝 잘린 그 오동나무 커다란 밑둥이만 남아 있어 그 옆을 지나칠 적마다 죽은 그 나무의 유혼이

이렇게 독백을 되뇌일 것만 같답니다.

       "나, 오동나무 귀신... 그토록 오랜 세월 살다 간 생명이 안스러워 두고두고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그 주변을 맴돌고 있다오. 원귀되어 하루 아침 생명을 앗긴 설음을 주체하지 못하면서 말입니다!"

 

자고로 함부로 사람에게나 자연사물에게나 씻을 수 없는 깊은 아픔, 상처를 입히는 건...하느님 사랑에 등을 돌리는

거나 마찬가지니까요.   

 

왜 그런 말이 있잖아요?    어느 마을에 터줏대감같은 거목이 있으면 함부로 배어서는 안된다는...오랜 세월 견디어 온

그런 나무에 대한 생명 존중이라고 해야 할까요. 시골 마을에는 마을의 평화를 지켜주는 그런 거목에 대한 일화들이

한 두개쯤은 있어, 듣는 이들로 하여금 '전설따라 삼처리'같은 이야기들이 종종 회자되는 건 괜한 소리가 아니니까요.


생활나눔

일상의 삶의 체험을 나눕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90 은총의 만남들 T 평화를 빌며... 며칠 "영성 학술 세미나'에 참석하느라 오랫만에 정동에 머무르고 있다. 이곳에 올라오던 전날이었다. 안성 형제회(O.F.S) 일로 안성 터미널을 ... 1 2009.06.24 1930
189 내면의 아름다움 T 평화/선 여기 성거산에서 살면서 가끔 천안이나 서울...멀리 외출을 하게 되면 오가며 이런저런 사람들을 스치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고, 때로는 측은지심에 ... 2 2008.06.03 1930
188 어김없이 돌아온 봄,봄,봄,... T 평화가 봄 햇살처럼 지난 주 300mm 정도는 쌓였을게다 엄청 많은 눈이 내려 이틀간 눈쓸기에 바빴었다. 그런데 그것도 며칠...이내 따뜻한 봄기운에 다 녹아 버... 2 2008.03.02 1928
187 아일랜드 아줌마 T 평화와 선. 답장도 잘 못해드리건만, 가끔 아일랜드에서 1년에 몇 번, 늘 기도를 잊지 않으신다는 고마움과 함께 어김없이 카드를 보내신다. 그것도 만나 뵌지 ... 2 2006.02.22 1922
186 추억 사진 이야기 예전의 엘범 사진을 보노라면 그때의 일들이 어제처럼 생생히 떠오릅니다. 그해 저는 선배되시는 '신베드로' 형제님(수사님)과 함께 오대산엘 갔었답니다. 방학 ... file 김맛세오 2014.07.14 1916
185 교황님과의(꽃동네) 만남 T 평화 / 선   '교황님과 수도자들과의 만남'이란 목적으로, 대중 교통 뻐스를 이용해 저로서는 약 10여년 만에 꽃동네를 방문했습니다. 그동안 꽃동네는 모든... 김맛세오 2014.08.18 1915
184 성거산 다람쥐 T 온 누리에 평화가. 손자 사랑이 많으셨던 할아버지는 가끔 쳇바퀴 돌리는 다람쥐를 사다 주시곤 하셨다. 신나게 쳇바퀴를 돌리는 다람쥐를 보노라면 어린 눈에 ... 1 2008.06.29 1913
183 고향의 미루나무 T 평화/ 선   전에 얼핏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만, 내 고향 '동지기'(현 동작동 현충원 자리)엘 가면 공작의 날개 형상으로 펼쳐진 지형 전체의 한가운데로 흐... 김맛세오 2014.05.13 1907
182 무궁화 꽃...!? T 평화가 온누리에 오늘 새벽 묵상 길에 무궁화 한송이가 오롯이 피어있어 눈에 확 띄었다. 성거산의 첫 무궁화이기에 반가운나머지 가만히 들여다 보니, 아침 이... 2 2009.07.19 1899
181 자연에 대한 이런저런 기억들과 함께 T 온 누리에 평화   매일 작은 정원을 대하면서 참으로 많은 걸 느낍니다.   꽃삽으로 모종을 옮길 때마다 흙 속에서 꼼틀거리는 작고 큰 지렁이들이 자신들... 김맛세오 2014.06.02 1898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 29 30 31 32 33 34 35 36 37 38 ... 52 Next ›
/ 52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