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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11 08:13

색동 저고리

조회 수 2268 추천 수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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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 온누리에 평화

밤새 내리던 비가
새벽부터는 진눈깨비로 변하더니
아예 난분분(亂粉粉) 백설로 변해버린 이 아침!
덕분에 원없이 설경을 대하는 올 겨울의 성거산!

어릴 적 서울의 겨울은
엄동설한(嚴冬雪寒)이라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로 무척이나 추웠다.

특히 "설"명절을 맞는 이맘때면,
엄마는 늘 내게 손수 색동 저고리를 지어 입히셨는 데
형이 그런 옷을 입은 모습은 한번도 보지 못했으니,
형제를 차별해서라기보다는
아마도 내게 그런 설빎을 지어 입히시는 것이
어울릴 듯 싶기도 하셨을 테고, 엄마의 즐거움이시었으리.

그런데 우리 동네엔
나 말고는 색동 저고리 바지를 입은 아이가 없어
그런 옷을 입는 자체가 어찌나 쑥스러웠던지
그 때마다 입기 싫어 입을 닷발이나 내어 밀고는
엄마에게 투정을 부리 곤 하였다.

어디 색동옷 뿐이랴!
초교 저학년 때의 가죽 가방이며 가죽 구두- 외사촌 형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이기는 하지만- 가 왜그리 싫었는지,
유난히 튀기 싫어하는 별난 성격이기도 했나보다.

이렇듯 시나브로 춤을 추며 내리는 눈
온누리의 은세계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어린 강아지와 함께 좋아라 뛰어노는
색동옷 내 모습이 보이고
만면에 희색을 뛰우신 엄마가
새하얀 나래를 펼치며 내려오는 선녀처럼
금방이라도 나타나시어 손이라도 사쁜 잡아주실 것만 같다.

생활나눔

일상의 삶의 체험을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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