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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14 14:20

까치 이야기

조회 수 1605 추천 수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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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 평화와 자비


  '까치'하면 농가 과수에 많은 피해를 주어, 그 이미지가 좋지 않습니다만, 오래 전 저희 정원에

더럽기 짝이없는 길고양이들을 다른 곳으로 몰아 낸 정원의 잊을 수 없는 소사(小史)가 있어, 제 개인적으로는

고마움과 함께 매우 친숙한 이미지로 남아 있습니다.


  요즘 정원의 높게 자란 은행나무에 까치 한 쌍이 집을 짓느라 매우 분주한 모습입니다.

  바로 옆으로는 작년부터 짓기 시작한 9층 건물이 있어 거의 마무리 단계에 있는 듯 싶습니다. 

까치집은 4층 내 창가에서 제일 잘 보이는 가까운 거리라, 밖을 내다 볼 때마다 늘 눈에 띄어 그 일거일동을

보는 게 자연스런 일상이 된 겁니다.

  눈여겨 보니, 인왕산을 오르내리는 길목 높다란 나무 여러 그루에도 역시 까치들의 집짓기가 한창입니다. 

그 중 인왕산으로 가는 중간쯤 권율 장군 생가터에 자리잡은 보호수이자 거목인 은행나무에는 자그만치 7개의

까치 둥지가 지어져 있더군요.  


  어렸을 적, 동재기(현 현충원 자리)에서 지낼 때는 까치가 아침에 짖으면 손님이 온다는 어른들의 말씀을 듣고는,

실제로 증명이라도 되듯 얼마 후면 반가운 손님이 나타나 신기했죠.  봄이면 해마다 찾아 와 집집마다 처마 밑에

집짓는 제비들은 더없이 친숙했었고요.  그런 모습을 대하기가 어려워진 오늘에는 잃어버린 고향처럼 마음 한 켠

그리움으로만 남아 있습니다.  그 제비들은 집 둥지를 나무로만 짓는 까치와는 달리 풀을 뜯어 섞어 흙으로만 짓는데도

얼마나 견고한 집을 지었던지요! 


  창가 건너편 까치집 역시 제비처럼 흙은 아니고 암수 한 쌍이 죽은 나뭇가지로만 둥지를 엮는 데,

벌써 1주일 정도 얼마나 열심인지, 벌써 30Cm 높이로 올라가고 있어 볼 수록 감탄사가 절로 납니다.  저는 일부러

쓰임새에 적당한 크기로 곧 많은 나뭇 가지들을 잘라다가 은행나무 아래에 놓아 주었더니, 거의 다 물어다가

둥지 재료로 썼습니다. 


  부리 하나로 집짓기에 그 모든 걸 해결하는 놀라움은 그 자체가 경이에 가까웠습니다.

  사람이 한옥집 한 채를 지으려면 얼마나 많고 좋은 생나무를 잘라 써야하는지...!!!???  

  옆 신축 빌딩에 소요되는 수많은 자제들과 인건비를 생각하면, 사람들은 그 모든 것을 자연에서 채취하지만

높고 튼튼한 공정을 위하여 인위적으로 변형시켜, 결국 나중엔 그 하나하나가 폐기되기 어려운 자연에 상처를

입히는 결과를 남기지만, 까치는 생나무 가지를 잘라 쓰기는커녕 망치나 톱, 못 하나, 목수의 힘을 빌리지 않고

부리로만으로 거뜬히 훌륭한 집을 지어 자연에 전혀 피해를 주지않는 겁니다.   

 

  둥지를 트는 자리도 본능적이라지만, 그 놀라운 지혜에 감탄을 자아냅니다.

  가장 밑바침 나뭇가지를 나무의 세 가닥이 있는 곳, 천혜의 안정된 자리를 잡았습니다.  둥지를 엮는 일도

역할 분담없이 암수가 구별없이 자연스럽게 해 나가니, 사람처럼 내가 옳으니 네가 그르니 싸울 일도 전혀 없습니다. 


  물론 사후에도 살아 생전 모자라 능이다 묘지다...땅 위에 무언가 이름 석 자라도 남기기를 바라는 만물의 영장이라는

사람에 비하면, 까치나 다른 모든 생명체들은 천연재료로 집을 짓고 살다가 가니 사후에도 어떤 흔적을 남기는 법이 없어, 

지구에 전혀 피해를 주지 않지요.  이 지구를 살리는 생태적인 측면에서, 까치나 모든 생명체들은 자연 그대로 왔다가

살고 때가 되면 구름처럼 스러지지만, 사람 만은 결코 생태적이지 못해 급기야는 지구를 위협하는 심각한 기후변화로

치닷고 있으니...!!!


  까치처럼은 아니드라도 적어도 자연을 닮아 최소한 소박하게 살아야 함을 까치를 통해 깨닫는 바가 많습니다


생활나눔

일상의 삶의 체험을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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